금요일 모닝커피

아내가 했다 - 2023. 10. 27.

jaykim1953 2023. 10. 27. 06:43

며칠 아침에 인터넷 신문에서 읽은 기사입니다. 제목은 아내가 했다입니다. (관련기사: 아내가 했다전재산 내놓은 주윤발 말에서 조국·김의겸 떠오른 이유-chosun.com- 2023. 10. 24.) 아내라 함은 남자가 자신의 배우자를 일컬을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자신이 일이 아니고 자신의 아내가 일이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홍콩의 유명 영화 배우가 거의 1 원에 육박하는 거금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그에 대한 코멘트를 요구하는 언론에 기껏 한다는 말이 일은 자신이 결정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아내가 결정하였다는 것입니다. 누가 보아도 쉽지 않고 누구에게 이야기하여도 훌륭하다고 칭찬할 일을 놀고는 덤덤하게 자신은 모르고 자신의 아내가 일이라고 () 자신의 아내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누가 보아도 요새 말로 상남자(上男子) 것입니다.

그런데 기사에는 홍콩의 영화 배우와 나란히 국내 정치인들을 비교하였습니다. 그들도 자신들이 일에 대하여 자신들은 모르고 자신들의 아내가 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아내가 하였다고 하는 일은 하나 같이 수치스럽고 하여서는 일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면에는 마치 자신들이 알았더라면 못하게 막았을 것을 미쳐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들의 아내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느낌이 우러납니다. 마디로 남자가 치사하게 자신이 책임지지 않으려고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정의 경제를 꾸려 나가는 데에는 아내의 노력과 공이 절대적이라 있습니다. 오래 삼강오륜에 얽매여 시시콜콜 () 찾던 시절 여자가 쫓겨날 칠거지악(七去之惡) 저질렀다 하더라도 쫓아내지 못할 삼불거(三不去) 가운데 가지가 집안의 경제를 일으킨 조강지처(糟糠之妻)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삼불거- 2021. 4. 30. 참조) 그만큼 가정 경제를 일으키는 데에는 여자의 영향력이 컸고, 그러한 여자의 () 설사 칠거지악이라는 용서 못할 잘못을 저질러도 쫓아낼 없을 만큼 막중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안의 경제권에는 아내의 영향력이 남편보다 있습니다. 그러니 가정 경제에 관한 일을 아내가 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누가 보아도 칭찬 받을 일을 놓고는 짐짓 모른 하며 일은 아내가 했다라고 하는 홍콩 영화 배우의 모습은 한껏 있어 보입니다. 그런 반면 누가 보아도 손가락질 받을 일이고 숨기고 싶은 일이 드러나자 일은 아내가 했다라고 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추하고 치사해 보입니다.

지난 해에 세상을 떠난 우리나라의 유명 여자 배우가 가운데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 없냐라는 말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강수연 말은 자긍심의 표현”_hani.co.kr_2023. 5. 8.) 비록 일본어인 가오라는 말을 사용하였기는 하지만 돈이 없다고 자존심도 없냐는 의미일 것입니다. 돈에 연연하지 않고 자존심을 잃지 말자는 스스로의 다짐이라고 보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했다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자존심 따위는 조금도 없고 오로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책임을 면해보려고, 궁지를 벗어나려고만 하는 모습으로 비칩니다. 젊은 여배우의 자존심만도 못하다고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치인들에게 나서서 돌멩이를 던질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또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 가운데 자존심이 먹여주나라는 말도 있기는 합니다. 당장 앞의 이익에 스스로의 자존심을 팽개치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자존심을 팽개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아마도 자신부터 경제적인 이익을 위하여 자존심을 접었던 일이 번도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내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비굴한 웃음을 웃으며 자존심을 팽개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Y 1970년대부터 Bank of America 서울지점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저의 상급자였습니다. 저는 당시 Credit Analyst 일을 하고 있었고, 제가 도와주고 있는 어카운트 오피서는 차장인 Y, 부장인 C 있었고, 위로는 외국인 부지점장 H 있었습니다. 어느 연말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연말이면 동안 준비가 미루어졌던 심사 보고서가 쌓이게 되고, 연말 안에 심사 보고서를 모두 작성해 내라고 성화가 대단하였습니다. Y 저에게 자신이 맡고 있는 기업들의 심사 보고서를 먼저 끝내 달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시 이미 H C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심사 보고서도 여러 개가 밀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Y에게 동안 저에게 지시가 내려온 순서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Y 자신이 H C에게 양해를 구해 놓을 테니 자신의 것을 먼저 끝내 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렇다면 확실하게 H C에게 양해를 구해 놓으라고 다짐하였습니다. Y 저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의 것을 먼저 달라고 신신당부하였습니다. 저는 Y 믿고 그가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의 심사 보고서를 먼저 작성하였습니다.  제가 Y 심사 보고서를 모두 끝낸 마침H 미팅을 소집하였습니다. 그리고 미팅에서 저에게 동안 밀린 심사 보고서의 진행 상황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Y 이미 H에게 보고하였으리라 믿고 Y 담당한 기업들의 심사 보고서를 모두 마쳤고 이제부터 H C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의 심사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그러자 H 매우 크게 화를 내며 지시 받은 순서를 따르지 않고 Y 것을 먼저 작성하였느냐고 책망하였습니다. 저는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Y 쳐다보았으나 Y 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저는 H에게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보고서를 모두 작성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미팅이 끝난 Y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Y 심사 보고서를 먼저 작성하는 것을 H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그러자 Y 동안 말할 기회가 없어서….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하면 H C 보고서도 모두 끝낼 있지 않을까?”라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날부터 밤을 새다시피 야근에 야근을 하여서 H 요구한 기일 안에 모든 심사 보고서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였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지시를 하는 위치에 있게 되더라도 나는 절대로 Y처럼 비겁하게 행동하지 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돌아보면 저도 다른 사람에게 비굴하거나 치사하게 행동한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나름대로 다짐은 하였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생각이 앞서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저만 생각하는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언젠가 프랑스 은행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저의 실적이 전해보다 떨어지자 본점에서는 매몰찬 지시 사항이 내려왔습니다. 저의 부서 인원 가운데 사람을 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저항하였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의견을 절충한 끝에 결국 사람을 다른 부서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저도 비굴하게 다른 부서로 전출되는 직원을 책상 앞에 앉혀 놓고 어쩔 없는 상황이니 이해해 달라는 변명을 하였습니다. 아마도 직원은 매우 섭섭하였을 것입니다. 직원은 저의 부서를 떠나서 다른 부서로 얼마 있어 은행을 그만 두고 유학을 떠났습니다. 아마도 저의 부서가 실적이 계속 좋아서 직원이 계속하여 저의 부서에서 일할 있었다면 직원은 유학을 떠나지 않고 계속하여 은행에서 근무하였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저의 부서에서 직원 사람을 다른 부서로 방출(?) 얼마 지나지 않아 본점에서는 다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도 사람을 추가로 다른 부서로 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시를 따르지 못하겠다고 버티면서 차라리 제가 나가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저는 은행을 떠났습니다. 결코 자랑할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도 후회가 많이 됩니다. 혹시라도 다른 대안을 제시하여서 절충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 탓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더욱이 아내가 했다 말은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훗날 누군가 제가 일을 칭찬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때에는 저도 홍콩 영화배우처럼 아내가 했다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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