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Greek Drachma- 2011. 11. 18.

jaykim1953 2012. 1. 25. 10:55

드라크마’ (Drachma)를 아십니까?

흡혈귀 드라큘라’ (Dracula) 백작이 아니고, ()트라코마’ (Trachoma)도 아닌 드라크마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드라크마는 2002년 유로존 국가들이 통일된 하나의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하기 전까지 그리스에서 사용하던 통화의 단위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처음 드라크마라는 화폐 단위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1100년경이라고 합니다. 2001 12월 말까지 쓰였으므로, 드라크마라는 화폐 단위가 쓰인 기간은 모두 3100년이 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2002 1월에 드라크마가 사라지고 유로가 쓰이기 시작하자 많은 그리스 사람들- 특히 노년층-이 드라크마가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였다고 합니다. 드라크마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화폐의 단위 가운데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드라크마였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 단위 드라크마에 대한 자그마한 자부심이 드라크마가 사라지자 슬픔으로 표출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크마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져서일까요? 그리스는 지금 유로존 안에서 재정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경제의 문제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국가 재정은 파탄이 나고, 관광이 가장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철도, 항공 등 교통 분야와 금융, 호텔, 유원지 등 서비스 분야의 파업으로 인하여 관광객 숫자는 급감하고 있으며, 국가 수입은 더욱 줄어들고, 국민들의 파업과 데모로 경제는 더욱 더 파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140%를 초과하는 국가채무는 이미 정상적인 방법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고, 유로존에서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 국가 채무의 50%를 탕감하는 구제책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제대로 극복되지 않는다면 조만간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떨어져 나가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게 되면 그리스가 유로 대신 사용할 통화는 십중팔구 또 다시 드라크마가 될 것입니다. 비록 경제, 재정 상황은 피폐해지고 어려워지겠지만, 그리스가 지난 수천 년을 지켜왔던 드라크마라는 화폐 단위는 최소한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드라크마를 다시 사용하게 되는 것은 그리스의 경제에는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유로존에 속한 다른 나라들이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현재 유로화가 쓰이고 있는 나라는 17개 유로존 국가 (첨부 유로존 17 통화참조)에 산 마리노, 바티칸 시티, 모나코의 3 개국이 더 있습니다.  3 개국은 국토 면적, 인구, 경제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주변 국가에 비하여 매우 작고, 유로화 사용 이전에도 각기 주변 국가인 프랑스 프랑과 이태리 리라에 자국 통화를 고정시켜서 사용하였던 나라들입니다. 따라서 비록 유로존 17개 국가에는 참여하지 못하였으나 유로화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 나라들입니다.

드라크마를 위시한 유로존 국가들의 통화들은 유로화의 사용과 더불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의 예전 통화 이외에도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화폐 단위는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브라질의 크루제이로(Cruzeiro)입니다. 원래 포르투갈 발음으로는 크루제이루라고도 읽는다고 하나 일반적으로 외환시장에서는 알파벳 스펠링을 영어식으로 읽어 크루제이로라고 흔히 불렀습니다. 크루제이로라는 말의 원래 의미는 밤 하늘의 별자리 가운데 남십자성’(南十字星: 포르투갈어 cruzeiro do sul)을 의미하는, 화폐 단위로 쓰이는 단어로는 드물게 매우 시적(詩的)이고 아름다운 단어라고 합니다. 크루제이로는 1942년 처음 브라질의 통화 단위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1986년까지 사용되었습니다. 1967년 화폐 개혁을 거치면서 1,000 () 크루제이로를 신() 크루제이로인 1 ‘크루제이로 노보’ (Cruzeiro novo; 새로운 크루제이로라는 뜻)로 바꾸었으나 크루제이로라는 단위는 예전과 똑같이 사용되었습니다. 화폐 가치만 1,000 1의 평가절하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브라질의 경제는 초고율 인플레이션 (hyper-inflation) 시대에 접어들게 됩니다. 당시의 브라질 정부는 조세 저항이 큰 증세(增稅)나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주는 대외채무보다는 화폐를 찍어내서 재정 수요를 충당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였고, 그로 인하여 통화량 팽창과 인플레이션으로 극도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초래하였습니다. (첨부 브라질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참조)

초고율의 인플레이션을 이기지 못한 브라질 재무당국은 1986년 또 다시 1,000 1의 평가절하를 단행하였고 새로운 화폐 단위로 크루자도(Cruzado)를 사용하였습니다. 1989년 크루자도는 다시 1,000 1의 평가 절하를 거쳤고, 1990년에는 평가절하 없이 화폐 단위만 다시 크루제이로로 바뀌었습니다. 1993년에는 1,000 1 의 평가 절하와 함께 화폐 단위를 크루제이로 레알’ (Cruzeiro Real; 포르투갈 어로 real은 영어의 royal이라는 의미로, 황실 또는 왕실을 뜻하며, 과거 포르투갈의 은화(銀貨)를 레알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1994년 브라질의 화폐 단위는 2,750 1의 평가 절하와 함께 크루제이로 레알에서 레알로 바뀌면서 크루제이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맙니다.

크루제이로가 처음 화폐 단위로 쓰이던 1942년 이래로 브라질은 총 5번의 통화 평가 절하를 하였는데 4번은 1,000 1의 절하였고 1994년의 마지막 한번은 2,750 1이였습니다. (첨부 브라질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참조)

브라질의 화폐 개혁 기록에 의하면 현재의 1 레알은 1967년 이전의 크루제이로 단위로 환산할 때에 2,750() 크루제이로에 해당합니다. (현재의 환율로 브라질 통화 1 레알은 우리나라 돈 약 640원입니다.) 40여 년 동안 1/2,750 (1/2,750,000,000,000,000) 에 달하는 화폐 가치 하락이 있었다는 것은 그 동안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하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한 동안은 화폐 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브라질에서는 돈을 주고 벽지를 사는 것보다 지폐를 벽지 대신 사용하면 비용이 더 싸게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폐의 가치가 형편 없이 떨어졌었습니다. 또 한창 인플레이션이 심할 때에는 브라질에 여행가서는 호텔에 체크인 할 때에 호텔비를 미리 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체크아웃 할 때에는 호텔에 머무는 동안 물가가 올라서 체크인할 때보다 호텔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비아냥거리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그 동안 세계 최고(最古)의 화폐 단위였던 드라크마도, 시적이고 아름다운 단어인 브라질의 통화 크루제이로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화폐 단위는 역사 속에서 바뀌고, 사라져 갑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 단위들도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거칠지,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돈에 대하여 애정을 가지고 아껴서 써야겠습니다.

창 밖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듯 보슬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감기 걸리지 않게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

 

2011_11_18_브라질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pdf

 

2011_11_18_유로존17통화.pdf

2011_11_18_브라질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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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_11_18_유로존17통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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