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국산사자_ 2013. 10. 18.

jaykim1953 2013. 10. 18. 16:09

‘국산사자’ 를 기억하십니까?
 
국어, 산수, 사회(생활), 자연의 4 과목을 이르는 말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에는 사회생활 과목을 줄여서 ‘사생’이라고 불렀었는데, 고학년이 되어서는 이를 ‘사회’라고 불렀습니다.)
 
아마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옛 생각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실 것입니다.
 
요즈음에는 쓰이지 않지만 과거에는 초등학교에서 ‘국산사자음미체’를 가르쳤습니다. 국어, 산수, 사회, 자연, 음악, 미술, 체육의 7 과목입니다. 그 가운데 주요과목 4 가지는 ‘국산사자’였습니다.
 
그 밖에도 줄여서 쓰는 말은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몰래 카메라’는 모두들 ‘몰카’라고 부릅니다. 조금 받아 들이기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면 ‘멘붕’이라고 합니다. 멘탈 (mental, 정신) 붕괴를 줄인 말입니다. (멘붕이라는 말보다는 패닉- panic, 공황상태-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입니다.) 뉴스에서 산불을 끄거나 인명 구조에 동원되는 헬리콥터 (helicopter)를 헬리콥터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모두 ‘헬기’라고 부릅니다. 미국에서는 헬리콥터를 챠퍼 (chopper)라고 많이들 부릅니다. 헬기라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콩글리쉬입니다.
 
그 밖에도 금융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신불’은 ‘신용불량자’, ‘투상’은 ‘투자상담사’, ‘재형저축’은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을 줄여서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 생활에는 이렇게 줄여서 사용하는 말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말 뿐 아니라 외국어에서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Oh my god. 을 줄여서 OMG, Thank god it’s Friday. 를 줄여서 TGIF 등으로 쓰기도 합니다.
 
제가 일하던 분야에도 줄인 말이 쓰입니다. 제가 1980년 저의 직책을 바꾸어서 시작한 일이 FX입니다. FX는 Foreign Exchange(외환) 를 줄인 말입니다. 그 당시 영어로 되어 있는 FX 교과서에는 이런 정의가 있었습니다;
 
Foreign Exchange is to exchange a currency for another.
 
(우리 말로 번역하면; 외환이란 하나의 통화를 다른 통화로 교환하는 것이다.)
 
FX와 같은 부류의 말은 금융 분야 업무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입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의미를 이해하는 단어입니다.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는 인터넷 상의 신조어와 줄인 말들이 설명을 듣기 전에는 뜻을 알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입니다. (관련기사: 조선일보_2013/10/08_답정너) 이제는 저도 많이 익숙하여졌으나 ‘차도남’ (차가운 도시 남자), ‘지못미’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등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그 뜻을 알아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줄인 말들이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줄인 말이 더 기억이 잘 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모든 말을 정확히 풀어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약속된 줄인 말이나 약어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각국의 통화를 나타낼 때에 사용하는 기호를 국제표준기구(ISO; 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에서 제정하였습니다. 이 기호를 ISO 통화 코드(currency code)라고 부릅니다. (ISO currency code 설명: iso.org_standards/currency_codes) 미국 달러화는 USD라고 표시하고 우리나라 원화는 KRW라고 씁니다. 아랍 에미레이츠 연합국 더함 (United Arab Emirates Dirham)이라는 긴 이름보다는 AED 라는 짧은 기호가 사용하기에 훨씬 편리합니다. 국제표준기구의 통화코드는 이와 같이 단 세 개의 알파벳 글자로 각 나라의 통화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첨부 파일 참조: ISO ccy code)
 
이름을 지을 때에도 줄인 말에 신경을 써서 짓기도 합니다.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가 미국의 경제 원조를 받던 시절 미국에서 해외원조를 주관하던 기관의 이름은 국제개발처- USAID (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였습니다. 여기에서 AID라는 이름은 영어 단어 aid(돕다)와 중의(
重義)로 해석하여 해외에 도움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전후 경제 재건을 하는 데에 미국의 AID 차관이 많은 도움(aid)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1970년대 중반 삼양특수강주식회사가 한국특수강주식회사를 합병하여 한국종합특수강주식회사가 탄생하였습니다. 이 회사의 영문 이름은 Korea Integrated Special Steel Company- 약자로는 KISS Co.였습니다. (이 회사는 여러 번의 흡수합병을 거쳐 현재는 현대비앤지스틸이 되었습니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철강 관련회사의 이름이 키스(KISS)라는 약칭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이름은 처음 듣는 사람도 쉽게 기억할 수 있어서 마케팅 효과도 좋습니다.
 
이름뿐 아니라 전화번호에도 이러한 마케팅 기법이 쓰입니다. 예를 들면, 이삿짐을 나르는 운수회사의 전화번호는 끝자리가 2424를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도로공사의 도로상황 안내 전화번호는 1588-2504, 즉 1588에 둘오공사(도로공사와 발음이 유사)입니다. 전화번호를 이용한 이러한 마케팅은 고객에게 쉽게 전화번호를 외울 수 있게 만드는 잇점이 있습니다.
 
외국- 특히 미국에서는 전화번호판의 알파벳을 이용하여 번호를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저가 항공사인 Jet Blue사의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는 800-538-2583입니다. 이 번호는 번호판에서 800을 누른 다음 알파벳으로 JET-BLUE를 따라서 누르면 됩니다. 또 전국적인 모텔 체인 Red Roof Inn의 번호는 800-733-7663이고 이는 800-RED-ROOF를 누르면 됩니다.
 
저도 한 때에는 이러한 전화번호를 흉내 낸 적이 있습니다.
 
제가 파리바 은행 서울 지점에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파리바 은행 서울 지점의 외환 딜링룸 직통 전화번호는 736-8539 였습니다. 이 번호는 전화 번호판에서 알파벳으로 ‘S-E-O-U-L-F-X’를 누르면 됩니다. 즉, SEOUL(서울)에서 FX (외환) 거래가 필요하면 SEOUL FX로 전화를 걸라는 의도였습니다.
 
당시에 저와 함께 근무하였던 제 동료들과, 또 저희와 거래를 하였던 고객분들 가운데에는 그 때의 추억과 향수가 아직도 남아 있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상호(商號)와 전화번호에 다시 한번 관심을 기울이고 고객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ISO_ccy_code.x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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