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사고예방- 2014. 9. 5.

jaykim1953 2014. 9. 5. 10:07

요즈음 군대에서의 폭력과 가혹행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신문기사를 읽어 보면 그들이 원수 사이인가 싶을 정도로 가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도 사병으로 군에 입대하여 32개월- 교련 혜택으로 정규 근무 34개월에서 2개월 단축되어- 현역병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지금부터 40 전의 일입니다. 저의 군대생활도 그리 순탄하기만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병교육훈련이 6주였던 시절입니다. 저는 1974 9 11 징집명령을 받고 논산훈련소의 수용연대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같은 24일에 훈련소에 정식 입소하였습니다. 당시 전문(?)용어로 군번을 받은 날짜가 1974 9 24일입니다. 그리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9 30 월요일이 추석이었고 날은 훈련이 없는 공휴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0 1일은 국군의 공휴일이었습니다. 토요일에는 훈련이 있었으나 월요일이 추석, 화요일이 국군의 날이어서 훈련 주부터 주말에 일요일부터 시작하여 사흘 연휴를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하루 건너 10 3 개천절도 휴일, 훈련을 쉬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10 9 한글날이 공휴일이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10 24 유엔데이(UN Day)- 국제연합의 날도 공휴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1 1일은 논산훈련소 창립기념일입니다. 날도 훈련을 하지 않는 훈련소의 공휴일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제가 논산훈련소에서 맞이한 공휴일은; 추석, 국군의 , 개천절, 한글날, 유엔데이, 훈련소 창립기념일- 이렇게 6일입니다. 1주일에 6일을 훈련하는데 공휴일이 6일이 있었으니 1주일 동안 훈련을 빠진 것과 같습니다. 이에 대한 보충으로 1주일- 6일간의 추가 훈련 날짜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논산훈련소에 7주일 동안 있었습니다. 남들은 모두 6 동안 훈련을 받는 것을 저는 1 주일을 머물러야 했습니다.

저는 군대에서 통신주특기를 부여 받았습니다. 신병교육을 마치고 주특기 교육을 위하여 후반기 훈련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원주의 통신훈련소에서 14 동안 CW (continuous wave, *: 모르스 부호-Morse code- 보내기 위한 지속파를 이르는 ) 교육을 받았습니다. CW 교육은 모르스 부호를 주고 받는 것을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장비를 다루는 방법도 일부 가르치기는 하였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모르스 부호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모르스 부호는 점과 선으로 모든 글자를 기호화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A ‘, B•••’, C과 같습니다. 지속파를 이용하여 짧게 신호를 보내면 점, 길게 신호를 보내면 선이 되도록 모르스가 고안해 낸 부호입니다.

제가 14주 동안 받은 교육은 모르스 부호를 암기하여 문자를 부호로 송신하거나 모르스 부호로 수신한 내용을 문자로 풀어 쓰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교육시간을 조교가 교단 위 책상에서 모르스 부호를 송신하면 그 것을 듣고 피교육생들이 받아 적는 것입니다. 교육에 사용하는 교재가 있어서 교재에 수록된 내용을 송신합니다. 하루는 조교 한 사람이 매번 교재 내용을 송신하는 것이 지루하였던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통신 장비에 쓰여진 글자들을 송신하였습니다. FREQUENCY(주파수), VOLUME(음량), SIGNAL(신호), VOICE(음성)등의 단어를 보냈습니다. 저는 모처럼 영어 단어들을 접하면서 별 생각 없이 미소를 머금었던 모양입니다. 교단 위의 조교가 갑자기 저를 가리키며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시간 중에 웃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지금까지 수신한 것을 읽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수신한 문자들을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다행히 틀린 글자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조금은 화가 누그러진 듯한 표정으로 제게 왜 웃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제 표정이 원래 그랬나 봅니다. 시정하겠습니다.’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조교는 앞으로 주의하라는 말과 함께 별 탈 없이 넘어 갔습니다. 그 당시에도 군 내부에 구타, 폭행 등은 있었으나 그로 인한 사망 사고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요즈음 관련부처에서는 군대 내부의 폭행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습니다. 군의 특성상 보안을 필요로 하는 점과 투명한 군대 생활이 서로 상충하는 것에 대한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인성 교육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어려서부터 사랑과 존중 속에 교육을 받고 자란다면 이들이 군대에 가더라도 폭력과 구타가 난무하는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성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군대에서는 서로 돕고 아끼는 진정한 전우애가 넘치는 병영생활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오늘의 군대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는 데에는 인성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인성교육과 아울러 당장 오늘의 문제에 대한 해답도 필요합니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금융계에도 있습니다. 금융기관이란 돈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직원들 가운데 금융사고를 유발하게 되는 유혹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금융기관의 감사를 통하여 많은 금융사고들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2014. 8. 19. 금융기관 내부통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직원들에 대한 교육, 감사 시스템 개선 등등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옵니다. 그런데 교육으로 직원들을 새 사람으로 바꾸어 놓는다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당장 적용하여야 할 대안이 필요하게 됩니다. 번번이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하여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제가 36년 전 처음 Bank of America 서울 지점에서 교육을 받을 때에 신입행원을 위한 교재에 있던 말이 생각납니다. “감사를 철저히 하고 직원들의 업무를 2, 3중으로 재확인하는 것은 직원을 믿지 못하여서가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처리가 믿음직스럽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감사를 통하여 모든 직원들이 원칙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첫 걸음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은행 창구에서 신분증 확인을 하며 고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똑바로 쳐다보면, “나를 못 믿어서…?”라는 고객의 항의성 반응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의심이 가는 고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 위하여서는 의심스럽지 않은 고객을 포함한 모든 고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의심스러운 사람만 쳐다보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카드 소지자 본인인지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는 반드시 본인 카드여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신용카드 사용과 관련하여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에야 이런 것들을 지키도록 하는 조치가 나올 것입니다.

사고를 예방하는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켜야 할 원칙들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우선하여야 할 대책입니다.

군대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 못지 않게 있는 규칙과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먼저 하여야 할 일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제도와 규칙을 만든다 하더라도 지키지 않는 규칙은 아무런 쓸 모가 없고 효력도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 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규칙과 제도를 잘 지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제 손자가 다니는 어린이 집의 벽에 걸려 있는 도로시 로 놀티 (Dorothy Law Nolte, *: 미국의 작가 겸 가정 카운슬러, 1924~2005)의 칼럼에서 인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란 아이들이 성장해서 사랑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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