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10월 5일 아침 인터넷판 월 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기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목은 ‘Bonds: What to Do Now?’ 우리말로 번역하면, ‘채권: 이제 어떻게 하지요?’입니다. (관련기사: wsj.com/bonds-what-to-do-now-10/04/2014)그 밑에 소제목으로 ‘Bill Gross’s Departure From Pimco Raises Five Timely Questions for Investors’ – ‘빌 그로스가 핌코를 떠남으로 해서 투자자들에게 제기되는 5 가지 질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PIMCO(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의 창업자이자 CIO (Chief Investment Officer; 투자최고책임자)였던 빌 그로스 (Bill Gross)가 지난 9월 26일 사표를 내고 PIMCO를 떠났다는 것으로 이 기사는 시작합니다. 빌 그로스는 제이너스 캐피탈 (Janus capital)로 자리를 옮깁니다. 제이너스 캐피탈에서 빌 그로스가 운용할 펀드는 2014년 5월에 시작한 제이너스 글로벌 언컨스트레인드 펀드 (Janus Global Unconstrained Fund)이며, 이 펀드의 설정 금액은 현재 $1천 3백만입니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면 다섯 가지 질문이 나옵니다. 첫째로 ‘Should you stay or should you go?’ (남아야 합니까, 떠나야 합니까?), 두 번째로는 ‘Is it time to ditch active managers—those who pick which bonds to buy and when—for passive index funds?’ (어떤 채권을 언제 사야 하는 결정을 활발하게 하는 펀드 매니저를 버리고 안정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유지하는 펀드를 선택하여야 합니까?) 그 다음으로는 ‘Are you well-positioned for rising interest rates?’ (이자율 상승 장세에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다음으로 ‘Do you own bonds for the right reasons? (원하는 펀드를 제대로 보유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Should you invest in an “unconstrained” bond fund?’ (‘투자대상에 제약이 없는’ 채권 펀드에 투자하겠습니까?)
기사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우회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빌 그로스가 그 동안 PIMCO를 대표하는 펀드 매니저였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 2조에 달하는 PIMCO의 총운용자산 가운데에서 약 $ 2,220억을 빌 그로스가 운용하는 핌코 토탈 리턴 펀드가 차지하였었으며, 이 가운데 약 $230억이 빌 그로스가 떠남과 동시에 이 펀드에서 인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빌 그로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PIMCO의 실적이 오랫동안 탁월하였던 것은 빌 그로스만이 아니라 그의 동료들이 보여준 꾸준한 실적도 큰 도움이 되었음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PIMCO의 새로운 CIO를 맡은 대니엘 아이버신 (Daniel Ivascyn)이 그 동안 운용하여 온 핌코 인컴 펀드 (PIMCO Income Fund)는 2007년 3월 펀드가 설립된 이래 빌 그로스의 핌코 토탈 리턴 펀드보다 연(年)평균 3.6% 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여 왔습니다.
제이너스 캐피탈로 옮긴 빌 그로스는 좀 더 자유로운 투자 성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거 매머드급 초대형 펀드인 핌코 토탈 리턴 펀드를 운용하던 시절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던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핌코 토탈 펀드에서 그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 종목의 채권에 투자한다는 것은 무려 $2억이 넘는 금액을 한 종목에 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소규모의 수익률이 좋은 채권에는 전혀 눈길을 돌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 반면 제이너스 캐피탈에서 그가 운용하게 될 펀드는 매우 작은 규모의 펀드이므로 수익률에 주목하여 소규모 채권에도 투자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사항은 빌 그로스가 새로이 책임지게 될 펀드의 운용 수수료는 펀드 등급에 따라 0.82% ~ 1.84%에 이릅니다. 핌코 토탈 리턴 펀드의 운용 수수료 0.46% ~ 1.6%에 견주어 보면 매우 높은 수수료율입니다. 제이너스의 펀드 규모가 성장하여 규모가 커지면 수수료율도 당연히 낮아질 것입니다. 파이낸셜 어드바이저 (Financial Advisor, *주: 우리나라의 투자상담사와 유사한 직종)에게 지급되는 판매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현재로서는 최대 4.75%까지 수수료가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주식에 투자할 때에 기준이 되는 지수(index)가 여러 가지 있듯이 채권에도 예측 가능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지수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빌 그로스가 훌륭하다는 것은 지난 27년간 그의 실적이 어떤 채권 지수와 견주어도 연간 1% 포인트 이상의 수익을 더 냈다는 것입니다. 지난 5년간 전체 채권 펀드의 85%에 해당하는 하이 일드 펀드 (high yield fund, *주: 낮은 신용등급 또는 파생상품 연계 등으로 고수익을 기대하고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채권 지수보다 낮은 수익을 올렸고 신흥국가 시장(emerging market) cornjs 펀드 가운데 64%가 지수 이하의 실적을 올렸다는 것과 비교하면 빌 그로스의 실적은 대단한 것입니다. 그런 반면 51% 의 투자등급 채권 펀드는 같은 기간 (과거 5년) 동안 지수 이상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투자자들이 PIMCO에 남을 것인지 혹은 빌 그로스를 따라 제이너스로 옮길 것인지 만이 유일한 선택은 아닙니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보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 (FED)의 그 동안 언급을 종합해 보면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 이자율이 상승하게 되면 시장의 채권 투자자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2.4% 수준인 10년 짜리 미국 재정증권의 수익률이 4~5%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입니다. 현재 채권 투자자들의 보편적인 듀레이션(duration)을 감안한다면 이자율이 1% 포인트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약 5.6%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이자율이 2% 포인트 상승하면 이는 채권 가치가 약 11% 하락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앞으로 이자율 상승 씨나리오를 예상하면서 채권 펀드에의 투자를 고집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이자율 움직임을 감안하면 향후 이자율 상승이 기대되는 시점에 현재의 이자율(예를 들어 10년 짜리 재정증권 2.4%)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기껏해야 1.5~2% 정도의 연간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자본시장에서는 어느 한 사람의 스타 펀드 매니저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펀드 세일즈를 하던 사람이 마치 대단한 펀드 매니저인양 행세하였던 것은 매우 경계하여야 합니다. 펀드 세일즈를 잘 하는 사람이 투자와 펀드 매니저로서의 소양까지 갖추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투자자들이 어떤 펀드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주도 면밀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합니다.
이 기사에서는 부차적으로 채권 펀드에 투자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이고 있습니다; 5 things to know about a bond fund before you buy (blogs.wsj.com/2014/10/04/5-things-to-know-about-a-bond-fund-before-you-buy)
1. How much interest-rate risk does the fund take? (이자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부담하는 펀드인가?)
2. How much default risk does the fund take? (신용 리스크 부담은 어느 정도 하는가?)
3. What’s the expense ratio? (수수료 및 비용은 얼마인가?)
4. How flexible is the fund? (투자 종목에 대한 융통성, 제약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5. Are there any unusual or concentrated exposures? (비정상적이거나 일부 종목에 집중된 투자를 하지는 않는가?)
이러한 것들은 비단 미국의 투자자들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투자자들도 관심 있게 살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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