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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금융의 경쟁력- 2015. 5. 29.

jaykim1953 2015. 5. 29. 16:05

엊그제 수요일 아침 조선일보의 조선Biz에 실린 기사 가운데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자본수출 시대, 국내 은행이 海外서 굴리는 돈, 라이벌 외국 은행의 5분의 1’ (관련기사: biz.chosun.com_2015/05/27_자본수출시대) 그리고 같은 머릿글의 다른 기사도 있었습니다. ‘자본수출 시대, 은행의 해외진출 장애 요인’ (관련기사: biz.chosun.com_2015/05/27_해외진출장애요인)

이 두 기사를 읽어 보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쟁력이 얼마나 뒤지는지를 여러 수치를 이용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금융이 경쟁국가의 금융기관들보다 뒤지는 것에 대하여 이 기사가 진단한 원인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현지 전문성 부족 - 해외근무 3년은 짧아. 자녀 영어공부 기회로 생각

    짧은 CEO 임기 - 재직기간 중 성과 나올 수 있는 국내영업에 집중

    실패에 대한 공포 - 금융당국의 징계 받을까봐 해외진출 위험 회피

실제로 제가 관찰한 바로도 이와 같은 지적에는 상당 부분 수긍이 갑니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해외에 파견하는 직원들의 언어 소통 능력, 금융 전문 지식 등에서 많이 아쉬움을 갖게 만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보아온 바로도 현지에 3~4년간 근무하는 동안 자녀들의 영어 교육에 가장 많은 신경을 씁니다. 그리고 주재하는 기간 동안 후회 없이 골프, 여행 등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그들의 행동을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이미 수십 년간 그들의 선배들이 그렇게 해 왔습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눈에 띄게 행동한다고 하여서 하루 아침에 그 동안 이어져 오던 관행이 바뀔 리도 만무합니다. 오히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아직도 순환 보직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순환 보직을 하지 않으면 처음 입사하여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자리에 배치 받은 직원은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간 남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자리에서 고생을 하더라도 순환 보직에 의하여 다른 직책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분야에 오래 붙어 있으면서 전문성을 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첫 직장인 Bank of America 서울 지점에서 경험한 사례가 있습니다. 제가 입행 하였을 당시 저보다 5~6년 먼저 입행 하였던 분 가운데 우편물을 처리하는 일을 맡으셨던 mail clerk 이라고 불리는 분이 계셨습니다. 이 분은 고용 당시부터 우편물을 전담하는 조건으로 입행 하였습니다. 매일 아침 우체국에 들러 우편물을 찾아다가 은행 내부 각 부서에 전달하여 주고 은행에서 발송하는 우편물을 모아서 오후에 다시 우체국으로 가서 우편물을 부치는 일을 하였습니다. 이 분이 같은 일을 여러 해 하다 보니 조금 싫증도 났을 것이고 무엇인가 다른 일을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휘계통을 통하여 이러한 바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소위 순환보직을 요구하였던 것입니다. 그러자 그에 대한 답이 그에게 돌아 왔습니다. 한 마디로 ‘NO’였습니다. 그 분은 처음 입행 할 때부터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건으로 들어왔고 그러한 고용 계약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도 이러한 방식으로 특정 분야별로 사람을 뽑고 해당 분야에서 맡은 일을 계속하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합니다. 요즈음 각광 받고 있는 HR (Human Resources, 인적자원) 관리라는 것이 적재(適材)를 선발하여 적소(適所)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전문가를 키우기 위하여 신입사원 때부터 계속 같은 분야로 맡은 일을 전문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신문 기사에서는 베트남 지점에서 현지 고객에게 대출을 하려 해도 본사에서 현지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는 전문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글로벌화가 아직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외국은행에 입사하였던 1970년대 말에도 외국계 은행들은 전세계 시장에서 통일된 신용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단계별, 직급별로 전결 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이미 국내 기업들에게 수억 달러 규모의 신용을 공여하고 있었습니다. 그 반면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에서는 아직도 글로벌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신용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에서 언급하는 CEO의 임기가 짧고, 실패에 대한 공포가 있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최고경영진의 임기가 짧은 것은 비단 금융기관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거의 모든 기업, 금융기관들이 모두 최고경영진의 임기 안에 무엇인가 결과물을 보여주려는 조급함 때문에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투자에는 인색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실패에 대한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결국 안전한 방법, 문제의 소지가 없는 투자에 안주하게 됩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재벌 기업들이 이러한 면에서는 과감한 투자와 의사결정을 합니다. 재벌의 폐해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재벌의 최고책임자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단기적인 이익 목표보다는 장기적인 투자와 전략에 우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기까지는 삼성그룹 총수의 판단과 결단이 결정적이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에서 신용평가(심사) 전문가, ALM (Asset & Liability Management, 자산 부채 관리) 전문가, 리스크 관리 전문가, 외환 전문가, 채권 거래 전문가, 포트폴리오 전문가 등 각 분야별 전문가를 키우고 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각 분야별 전문 인력을 선발하는 인적자원관리의 전문가도 양성하였으면 합니다.

오늘의 기사는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문제 제기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어떤 방법으로 그 문제들을 해결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를 하다 보면 당연히 몇 번의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옳은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