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 2015. 6. 5.

지난 주부터 이번 주까지 우리 사회에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MERS 라고 불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입니다. 우리나라에 전염된지 불과 3주 남짓 만에 전국을 MERS 공포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MERS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한 지난 주 금요일이었습니다. 아는 분 여러 사람에게서 다음과 같은 비슷한 내용의 SNS 메시지가 여러 통 도착하였습니다;

‘평택 수원에 지금 메르스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좀 나왔는데 굉장히 전염이 잘 되고 치사율이 무려 40프로, 백신 없고 치료법 없고 접촉만으로도 감염된답니다. 손발 등 잘 씻고 외식은 되도록 하지 마시고 양치도 밖에서 웬만하면 하지마세요.  해외에서 우리나라가 긴급재난1호 상황이라고 실시간 뉴스 뜨고 있답니다. 심각 하다고 뉴스 뜬답니다. 에볼라나 사스보다 심각할거라 예상된다 하니 조심하십시오. 널리 퍼트려 주세요~~~~^^

당분간 여의도 성모병원에 가지 마세요 6번 환자가 오늘 새벽 아산 거쳐 여의도 성모 왔다가 메르스 확진 받아서 지정격리병원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여의도 성모병원 중환자실이 폐쇄되었다고 하니, 혹여 병원근처엔 안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ㅜㅜ 아는 분한테 연락 와서 전달해요’

이 글을 읽는 순간 7년 전 광우병 사태의 기시감(旣視感)이 눈 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이 글을 제게 전해준 분들은 모두 선의로 이 글을 퍼 날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 가운데 ‘널리 퍼트려 주세요~~~’라는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 글의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 것인지는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글이 한 사람 두 사람 건너 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알려지면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은 곧 사실로 추정되기 싶습니다.

광우병 사태 때도 그랬습니다. 예를 들어 ‘광우병은 전염 경로가 많아서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같은 도마 위에 올려놓고 조리해도 감염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러 사람에게 퍼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이야기가 마치 진실인 양 믿게 되었던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_2013.5.3.군중심리 참조)

에이즈가 처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던 1980년대의 미국에서도 그랬습니다. 체액(體液, body fluid)을 통하여 에이즈가 전염된다는 말을 잘못 해석하여 땀을 통하여서도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진 LA 레이커스 소속 농구 선수 매직 존슨은 선수생활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땀을 통하여 에이즈가 감염될 것을 우려하는 다른 선수들이 그와의 경기를 꺼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에이즈는 체액 가운데에서도 혈액, 정액 등을 통하여서만 전염이 됩니다.

지난 주에 SNS를 통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된 메시지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말로 순수한 의도로 여러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시작하였을 수도 있고, 정부의 무능함을 부각시키고 군중심리를 자극하여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시작된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인 파장이 예상되는 메시지들은 상당히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동안 있어 왔던 여러 번의 촛불 시위 현장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온갖 음모설, 의혹설 등 흉흉한 이야기가 난무하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전파되면서 곧 사실로 받아들여지곤 하였습니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소문은 현실을 어둡고 비관적으로 만드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번의 MERS 관련 이야기들도 사람들이 미쳐 알지 못하는 안 좋은 상황이 있는 듯한 것들과 무엇인가 숨겨진 비밀이 있고 그 이유는 비관적인 현실을 감추려 한다는 비판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현실이 그렇게까지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런 반면 너무나 긍정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인 이야기들이 쉽사리 전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폰지(Ponzi, 금요일모닝커피_2012.2.10.폰지 참조), 다단계 등 금융 속임수를 선전하려는 때에는 모든 일이 너무 쉽게 장밋빛으로 포장됩니다.

얼마 전 제 친구가 제게 와서 새로운 투자사업을 열심히 설명하였습니디. 내용을 요약하면;

홍콩에 IB가 있다. 고객이 margin을 예치하고 FX거래를 한다. 고객에게 margin의 일부를 대출해 준다. 빌린 돈으로 margin을 더 많이 예치한 고객은 FX거래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늘어난 FX거래 금액에 따라 IB의 수수료 수입이 늘어난다. FX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margin으로 예치된 금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감시한다. 손실 금액이 margin 금액에 접근하면 반대 거래를 일으킨다. 따라서 margin은 항상 유지되고 대출금은 margin으로 담보된다. 홍콩의 IB에 투자하여 고객의 margin 대출에 사용하게 한다. IB는 수수료 수익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지금까지는 이런 방법으로 운영하여 투자자들에게 매월 1% 수준의 수익을 돌려 주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IB가 무엇인지, FX 거래는 어떻게 하는지, margin 제도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IB는 International Broker, 즉 국제적인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는 외환 브로커를 말하는 것입니다.

FX 거래는 주식거래와 유사한 방식으로 거래합니다. 팔자(매도)와 사자(매수)가 있어서 시장의 매도가격에 사고, 시장의 매도 가격에 팔게 됩니다. 그리고 매도 가격은 매수 가격보다 비쌉니다. 매도가격과 매수가격의 차이는 시장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0.1~0.5%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Margin이란 거래 담보금을 말하는 것으로 초기담보금을 initial margin이라고 하고 시장 가격으로 평가하여 손실이 발생하면 margin 금액으로부터 손실 금액을 차감합니다. 손실을 차감하여 margin 금액이 줄어들어 유지되어야 하는 금액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margin을 더 쌓을 것을 요구합니다. 이 때에 유지되어야 하는 margin의 금액을 maintenance margin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손실금액을 차감하여 maintenance margin 보다 낮아지게 되는 경우 추가로 margin을 쌓을 것을 요구하는 것을 margin call 이라고 합니다.

이 친구의 투자사업 계획의 실제 가능한 사례를 제가 구체적으로 수치화해 보았습니다;

고객 보유 현금: $1,000

거래 금액: $1,000,000

Margin: $100,000

대출금: $99,000 (Margin $100,000 – 고객 보유 현금 $1,000)

$/￥ 환율: 122.60 – 70  (시장에서 $1을 팔면 ￥122.60을 받고, $1을 사려면 ￥122.70을 지급)

이런 상황에서 고객이 미달러화를 팔고 일본 옌화를 샀다고 하면, 고객은 $1,000,000을 지불하고 ￥122,600,000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고객이 매도한 미달러화를 현재의 시장환율로 시장에서 되사려면 ￥122,700,000이 필요합니다. 즉,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면 이 고객이 달러화를 매도한 가격보다 시장가격이 비쌉니다. 따라서 이 고객은 1 달러당 ￥0.10, 거래대금 1백만 달러에 대하여 총 ￥100,000의 손실이 계상됩니다. 이 금액은 미달러화로 환산하면 약 $815.66 (￥100,000 ¸ 122.60= $815.66)이 됩니다. 이에 따라 margin 금액은 $100,000 - $815.66 = $99,184.34 가 됩니다. 이 때 시장에서 ￥0.10의 가격이 움직여 일본 옌화 환율이 122.70 – 80으로 바뀌게 되면 이 고객의 손실은 ￥200,000으로 불어나게 되고 손실금액의 미달러화 환산액은 $1,629.99 (￥200,000 ¸ 122.70 = $1,629.99)이 됩니다. 이제는 margin 금액이 $100,000 - $1,629.99 = $98,370.01 이 됩니다. Margin 금액이 고객의 대출금 $99,000 보다 부족하게 됩니다. 담보가 부족하므로 반대거래를 강제로 일으켜 대출을 갚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 거래를 일으켜도 손실 금액이 커져서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지 못합니다.

$/￥ 외환시장에서 ￥0.10의 가격 움직임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마치 주가 ₩12,000 정도 하는 주식의 시장가격이 10원 움직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수준의 시장 움직임에도 견뎌내지 못하는 취약한 구조를 가진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이러한 사업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구상입니다. 조금이라도 외환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업 구상이 얼마나 허황되고 비현실적인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IB, FX, margin 등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들을 사용하여 현혹합니다. 마치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듯이 이야기합니다. 시장의 현실과 거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이러한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기 쉽습니다.

현실을 사실보다 비관적으로 너무 어둡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허황되게 낙관적으로만 현실을 왜곡하는 것도 피하여야 합니다. 더욱이 그러한 내용들이 어떤 불순한 의도 아래에 이루어지는 것은 피해야만 합니다. 정당한 평가와 냉정한 전망으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주변의 어떠한 유언비어에도 흔들리지 않고 현실을 정확하게 보고 판단하는 여러 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