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분노 조절 장애- 2015. 10. 23.

jaykim1953 2015. 10. 23. 09:56

지난 주말에는 여러 신문과 TV에서 인천 소재 백화점에서 고객 앞에 무릎을 꿇은 직원들 모습이 보도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고객 갑질 논란) 그리고 며칠 후 직원을 무릎 꿇게 만들었던 고객이 백화점으로 전화하여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였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갑질고객_정신적고통호소)

정확한 내막까지 속속들이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만 보면 고객의 요구가 도가 지나쳤다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적반하장 격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소위 질이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잊혀질 만 하면 한 번씩 뉴스에 오르내린다는 것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제한적인 특정집단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에 상당히 넓게 퍼진 보편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분노 조절 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참는 한국인)

누구나 자신이 부당하게 대접 받고 있다면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화를 내기 전에 첫 번째로 생각해 볼 것이 자신의 생각에 부당한 대접이라고 느끼는 것이 정말로 부당한 것인지, 그리고 두 번째로는 부당한 대접이라면 그에 상응한 분노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가 입니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항공사 사정으로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는 경우 우리나라 승객들은 대체로 격한 항의를 합니다. (관련기사: 승객들_항의_폭발) 비행기가 늦어진 원인은 경우에 따라 불가항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항공사가 대처를 잘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승객이 항의하는 정도가 지나쳐서는 곤란합니다.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그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듯이, 항공사에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정도에 맞는 항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일은 비단 항공사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의 모든 분노 조절 장애 현상은 도가 지나친 분노표출로 보입니다. 화가 난다고 하여서 상대방에게 화를 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노의 상승효과가 나타나면서 화를 내는 수위가 높아지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절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분노가 극에 달하기도 합니다.

저도 때로는 분노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기도 합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의사들 말에 따르면 화를 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 삭히기만 하는 것도 홧병을 키우게 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화를 자주 내다 보면 사소한 일에도 쉽사리 분노가 끓게 되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과열 상승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분노 조절에도 중용이 필요하고 적정 수준의 화를 내면서 스스로 분을 삭이기도 하여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자기 수양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정신적으로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 거래에서는 분노를 유발하는 일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금융은 돈과 관련된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 거래를 하면서 무언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발생하게 되면 이는 곧바로 자신에게 금전적인 손실로 이어지게 됩니다. 금전적으로 손실을 입게 되는데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은 이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좋은 예가 과거에 저축은행 사태에서 예금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대책을 촉구하던 것입니다. 이러한 행동도 분노 조절 장애의 한 단면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4. 13. 참조) 예금주들이 저축은행에 예금을 할 때에는 일반 시중은행들보다 높은 이자율을 기대하였을 것입니다. 높은 수익은 곧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게 된다는 것은 금융 거래의 ABC입니다. 그러나 막상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나면 일단 목소리를 높여 정부에게 피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합니다.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매우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그렇게 중요하고 손해가 나서는 안 될 재산이었다면 좀 더 신중하게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여야 했을 것입니다. 마치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양 정부를 향하여 삿대질을 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주 잘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화가 나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때로는 화를 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화를 내게 되면 상대방과의 인간관계가 깨지거나 어느 정도 불편해 지게 됩니다. 이를 복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고객이 은행원에게 화를 내게 되면 화를 내는 순간 고객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여줄 수 있겠으나 그 고객과 상대 은행원과의 관계에는 금이 가고, 신뢰가 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관계를 다시 복원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야 합니다.

모든 경제활동에서 고려하여야 할 첫 번째 사항이 비용입니다. 아무리 많은 수익을 올리더라도 그 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투여되는 비용이 수익보다 많으면 이익을 낼 수 없습니다. 이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하여서는 비용을 최소화하여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분노는 하나의 커다란 비용에 불과합니다. 감정적으로 약간의 위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화를 내고 난 뒤에 기분이 좋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잠깐의 감정적인, 정신적인 해소를 위하여 화를 내고 분풀이를 하더라도 남는 것은 감정의 앙금과 화를 내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묘한 현상이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서두에 언급하였던 백화점에서 점원을 무릎 꿇게 만들었던 손님은 물론이고, 많은 경우에 소위 갑질을 하며 화를 내는 사람들은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갑질을 하고 화를 내는 순간 이를 당하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거나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를 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해 보면 화를 낸 사람도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과도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나 아닌지, 또는 화를 내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화를 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과를 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갑질을 당한 사람이 설사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화를 낸 사람이 사과를 하면 서로에게 쌓인 앙금은 눈 녹듯 녹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화를 낸 사람은 자신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속 좁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 잘, 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이 어느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화를 냈다면 화 낸 사람이 속이 좁아 보입니다. 그러나 화를 냈다가도 사과를 한다면 그 사람은 대인배(大人輩)로 보일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가운데 혹시 누구에겐가 화를 내고 분노를 폭발한 적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그 사람을 찾아가 지난 번에 화낸 것을 사과하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정말로 멋진 사람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