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글로벌 시대- 2016. 8. 26.

jaykim1953 2016. 8. 27. 09:07


제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국제사회에 관한 지식을 교과서를 통하여 배워야 했습니다. 요즈음에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와 교과서에 씌어 있는 오래 된 정보는 이미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그 시절에 제가 국제사회에 관하여 듣고 배운 용어들 가운데 벡호주의’ (白濠主義)라는 용어가 있었습니다. 호주(오스트레일리아, Australia)는 백인에 의하여서만 이루어진다는 정책, 즉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 흑인, 황인종 등의 이민을 거부하는 정책이었습니다. 이 정책은 이미 사문화 (死文化)되었고 호주에 가면 세계 각국의 여러 인종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이러한 것들이 현실적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정보를 쉽게 접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중고등학교의 시험문제에도 이미 사실이 아닌 오래된 정보를 기반으로한 문제가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까지만 하여도 교과서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미국 뉴욕시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 빌딩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자 미국의 시카고에 시어즈 타워 (Sear’s Tower)라는 고층빌딩이 들어섰고 그 빌딩이 세계 최고의 빌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어즈 타워는 현재는 윌리스 타워 (Willis Tower)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고의 빌딩 자리는 잠시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쎈터 (World Trade Center)가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2001년 과격 이슬람 교도들에 의한 테러로 무너지기까지 그래도 미국 뉴욕의 최고층 빌딩이라는 명성을 자랑하던 빌딩이었습니다. 1971년 높이 417 미터에 이르는 월드 트레이드 쎈터가 완공되면서 그 당시까지 세계 최고의 빌딩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더 이상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1973년 시카고의 시어즈 타워가 완공되었습니다.

지금의 정보 전파(傳播) 추세라면 세계 최고의 빌딩이 바뀌고 그로부터 3년 후에 다시 다른 빌딩으로 바뀌는 것은 즉시 업데이트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1970년대의 우리나라 정보 전파 수준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일반인들이 신속하게 확인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시어즈 타워는 1973년 완공되어서부터 1998년까지 세계 최고의 빌딩 자리를 지켰습니다. 1998년 말레이지아의 쿠알라룸푸르에 쌍둥이 타워를 지어 세계 최고의 빌딩을 지으면서 시어즈 타워도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 자리에서 내려 왔습니다.

지금 현존하는 고층 빌딩들을 높이 순서대로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자료: 위키피디어)

건물명

소재도시

국가

높이(미터)

층수

1

Burj Khalifa

Dubai

 UAE

830 m

163

2

Shanghai Tower

Shanghai

 China

632 m

128

3

Abraj Al-Bait Clock Tower

Mecca

 Saudi Arabia

601 m

120

4

Ping An Finance Centre

Shenzhen

 China

600 m

115

5

Lotte World Tower

Seoul

 South Korea

555 m

123

6

One World Trade Center

New York

 United States

541 m

104

7

CTF Finance Centre

Guangzhou

 China

530 m

111

8

Taipei 101

Taipei

 Taiwan

509 m

101

9

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Shanghai

 China

492 m

101

10

International Commerce Centre

Hong Kong

 Hong Kong

484 m

118

 









우리나라의 제2 롯데월드는 아직 부분완공 상태인데도 이미 랭킹에서 5위의 자리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때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으로 불리던 시어즈 타워 (윌리스 타워)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0위권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빌딩 자리를 빼앗아 갔던 말레이지아의 쌍둥이 빌딩도 11위에 자리하고 있어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고 또는 최대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층빌딩뿐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로 세계 최고 또는 최대를 찾습니다. 예를 들어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세계 최대의 교회라고 기록되기도 하였습니다. 금융업에서도 최대의 금융기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금융업에 발을 들여 놓았던 1978년의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세계 최대 은행이 어느 은행이냐를 묻는 질문을 간혹 받았습니다. 1978년 제가 은행에 입사할 당시에는 뱅크 오브 어메리카 (Bank of America)가 세계 최대의 은행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세계 최대 은행은 씨티 은행 (Citi Bank)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뱅크 오브 어메리카의 총재였던 클라우센 (A.W. Clausen)은 내부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당장 오늘이라도 수억 달러를 자금시장에서 빌려서 자산을 키울 수 있고 그렇게 하여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세계 최대 은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무의미 한 일이다. 우리에게는 이익을 창출하는 수익성 있는 자산과 부채의 구조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메시지가 전파 되면서 세계 최대 은행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결코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의 메시지는 내부 회람용 프린트 물이었습니다. 이 문건이 미국으로부터 배달되어 서울 지점의 직원들 손에 쥐어지기까지는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걸렸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러나 씨티은행이 세계 최대은행의 자리를 누린 것도 잠시뿐이었습니다. 프랑스의 크레디 아그리콜 (Credit Agricole)이 세계 최대의 은행으로 등장하였습니다. 사실 크레디 아그리콜은 프랑스 내의 여러 협동조합 (우리나라의 농협과 유사한 조직)이 연합하여 이루어진 조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은행 형태로 자산을 키워 온 것이 아니라 조합을 합병하면서 자산이 불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합병되는 조합의 숫자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자산의 규모도 급팽창하였습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자산 규모 세계 최대의 은행이라는 것이 그리 큰 흥미를 유발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몇 개 은행들은 그들의 자산규모가 웬만한 국가 전체의 통화량을 초과하는 금액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공상은행 (工商銀行, industrial Commercial Bank of China)의 총자산 규모는 23조 위안 (2015년 말 기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미국 달러화로 환산하면 약 3.5조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3,800조 원입니다. 우리나라의 통화량 (M2 기준)이 약 2,300조 원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일개 은행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최대규모를 지향하는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질적인 성장이 중요합니다. 이미 36년 전에 이를 갈파한 그 당시 뱅크 오브 어메리카의 총재도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던 듯 합니다. 그 분은 후에 세계은행 (IBRD, International Bank of Restruction and Development- World Bank)의 총재까지 역임하셨던 분입니다.

이제는 전세계가 하나의 글로벌 시장화하는 추세입니다. 정보의 전파속도는 진정 눈 깜짝할 사이에 전세계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주어진 시간도 그만큼 짧아졌습니다. 빠른 정보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미 30여년 전에 규모의 경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 당시의 뱅크 오브 어메리카 총재 클라우센과 같은 혜안(慧眼)을 가진 분이 우리 주변에도 있어서 우리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