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부동산 정책- 2018. 2. 16.

jaykim1953 2018. 2. 19. 11:01

지난 달 국내 언론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joins.com_2018/1/24_강남 집값의 역설) 이 기사의 내용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즌 2'라는 표현이 쓰였습니다. 이런 표현을 쓴 배경에는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의도한 결과인 부동산 가격의 안정 또는 하락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 가운데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를 가장 강력하게 내비친 것은 노무현 정부였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노무현 정권 당시 부동산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였습니다. 이를 빗대 노무현 정권 못지 않은 강한 부동산 가격 억제 드라이브를 거는 현 정부의 정책 결과도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것이 '노무현 정부 시즌 2'라는 표현입니다. 현재의 부동산 정책의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것은 이미 2 주 전 금요일 모닝커피에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8. 2. 2. 참조)


이러한 정책의 불신은 비단 부동산뿐 아니라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하여서도 불신의 싹을 키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일찌기 6.25 전쟁 당시에서 부터 유래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6.25 남침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 발발 이틀 후인 6 27일 새벽 열차편으로 대전으로 피난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대전에서 전화로 연결된 방송을 통하여 서울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정부와 국군은 서울을 사수(死守)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자신은 이미 대전으로 피신하였으면서 서울 시민에게 마치 자신이 아직도 서울에 있는양 방송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6 28일 새벽에는 예고도 없이 한강 인도교를 폭파시켜 수 많은 시민들이 피난마저도 갈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관련기사: 동아일보 1975/6/17 6.25 비망록) 많은 시민들이 한강 다리가 끊겨 꼼짝 없이 공산군의 점령하에 갖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이 수복되자 이번에는 공산당에게 부역(附逆)하였다는 죄목으로 처벌을 받을 지경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은 정부의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어떤 내용의 발표를 하여도 그 내용을 의심하고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10여 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며 다주택자들은 빨리 집을 팔아야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_2003/11/11_집값 하락 정책 의지) 그리고 그 당시 정부의 협박(?)에 두려운 나머지 집을 팔았던 사람들은 그 후에 집 값이 크게 오르면서 후회를 하였습니다. 노무현 정권 이후 10년간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 상승은 40%에 다다릅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16/3/24_세계주택가격상승률) 이러한 상승률은 전체 주택의 평균이며 지역에 따른 편차를 감안한다면 일부 지역에서는 40%를 크게 웃도는 상당히 가파른 상승이 있었을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집을 팔라고 회유를 하여도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지나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학습효과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정부가 계획하는 대로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그러면서 정부의 정책도 점점 세련되어 가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입니다.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있는 한 정부의 정책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게 됩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대학입시제도로 모든 것이 귀결되는 듯이 보이고, 대입 제도는 거의 매년 땜질과 보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형들은 대학 입시제도를 크게 신뢰하기 어렵고, 앞으로 또 바뀔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의 배경에는 정부의 안일함과 즉흥적인 대처도 한 몫 하였습니다. 1970년 대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오일 쇼크 등으로 주식시장의 불안이 이어지자 정부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시장 불안의 원인을 투자자들의 단타매매(短打賣買, 주식을 매입한 후 짧은 시간 안에 되파는 행위) 때문이라고 파악하였습니다. 그러자 당시 최고위층에서는 '우량주는 일단 매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은 팔지 말고 보유하도록 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시가 방송으로 보도되자 증시는 난리가 났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우량주들을 당분간 팔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인식한 것입니다. 그러자 정부의 우량주 매각 제한이 예상되는 종목들을 시장에서 서둘러 투매하는 현상이 빚어졌습니다.방송이 나간 직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와 같은 검토를 없던 일로 돌리고 보도를 통제하였습니다. 그 당시 정부의 고위층 생각은 우량주를 팔지 못하게 하면 공급이 줄어들어 우량주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팔고 싶을 때에 팔지 못하는 주식은 사려고 하지 않아 수요가 더욱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미쳐 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떤 정부이든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행하여 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부동산 관련 정책들은 거의 하나 같이 혁명적이고 징벌적인 조치들입니다. 이러한 조치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그 영향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고민이 부족한 듯합니다. 윗 분의 지시가 있으면 거의 즉흥적으로, 과거에 해 왔던 정책을 다시 반복하기 십상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격한 정책과 그 결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피로감을 보이고 점점 정부정책을 불신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앞으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이 가격 안정이라는 의도한 결과를이끌어내려면 보다 더 시장 친화적이고 경제논리에 순응하는 방법을 택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충분한 검토와 시뮬레이션을 거쳐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부동산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규모면에서 매우 크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은 경제의 흐름을 매우 예민하게 반영합니다.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에 주목하여 가격을 오르지 못하게 짓누르려고만 한다면 자칫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막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그로 인한 경기 과열과 후유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Global Finance Crisis)의 단초는 2007년 초부터 시작한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 사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07/3/5_서브프라임 일파만파)


2007년 이전의 미국 부동산 시장은 상당한 호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적인 분위기도 매우 좋았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하였습니다. 가격이 상승하자 기존의 부동산 모기지에 제공한 담보의 가치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50만 달러에 주택을 구입하면서 30만 달러를 빌려서 20만 달러의 담보 여유가 있었는데 주택 가격이 60만 달러로 상승하게 되면 담보 가치의 여유가 2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여유가 생긴 담보 능력으로 4~5 만 달러, 또는 그 이상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게 됩니다. 실제로 2007년 당시에는 이러한 추가 대출이 열풍과 같이 유행하였습니다. 이름하여 홈 에퀴티 론 (Home Equity Loan)입니다. 이 당시 많은 금융기관들이 금융소비자를 부추겨 홈 에퀴티 론을 일으키고, 그 돈으로 집을 수리하고, 새로운 가구를 장만하고, 풍족한 경제생활을 누리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부동산 담보 모기지가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의 담보 부족 사태에 대한 리스크가 드러났습니다. 그 이후의 사태는 이미 경험하였듯이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담보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자금 여력이 없는 채무자들이 부도사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존의 모기지에 얹어서 추가로 빌린 돈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즐기던 시장이 어느 날 갑자기 싸늘하게 식었던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등락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를 풍족하게 만들기도 하였고 어느 순간 싸늘하게 삭혀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더욱 더 조심스럽게 예의 주시하여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파장이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르게 하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져야 할 것입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좀 더 나은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이 나오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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