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간지에 실린 기사 가운데 정부가 그 동안 강하게 밀어 부치던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이 별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정부 스스로 자인(自認)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2018/1/15/2018_靑_부동산정책 실패 인정)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부동산 시장 전체의 문제인지 혹은 강남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인지 파악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해 8월 2일 정부는 대대적인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내놓았습니다. 소위 ‘8.2 부동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정책입니다. (관련기사: mk.co.kr_2017/8/2_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 이 대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로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중과세(重課稅) 또는 감면 혜택의 취소, 주택담보 대출의 조건 (LTV, DTI) 강화 등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강력한 조치가 애매한 결과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저가(低價) 부동산의 가격은 더욱 떨어지게 만들고 고가(高價)의 부동산은 더욱 가격이 상승하는 양극화의 심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예상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미 지난해 8월 중순의 금요일 모닝커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기 투자로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유망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8. 25. 참조) 오늘과 같은 결과가 제가 예상한 것보다 더 일찍 나오기는 하였으나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저 같은 사람도 예상할 수 있을 만큼 8.2 부동산 대책은 경제 논리를 외면한 정치적인 논리를 앞세운 조치였습니다.
이미 앞에서 이야기하였고, 또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다시피, 8.2 조치의 중요한 핵심은 양도세의 중과세입니다. 그런데 양도세란 부동산을 매각할 때 부과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는 한 양도세 부담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중과세를 피하려면 다주택 보유를 피하면 됩니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주택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가격이 낮고 앞으로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은 부동산은 미리 매각하고 향후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고가의 부동산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전략의 결과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은 저가의 부동산은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이 더 떨어지고, 고가의 부동산은 매물이 부족하게 됩니다. (관련기사: mk.co.kr_2017/9/16_매물 최대한 늦춰) 그리고 오히려 가격 상승이 낮은 부동산을 매각하고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으로 갈아 타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의 기사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하여 공급이 더 줄어들게 되는 현상도 예상됩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18/1/29_재건축 옥죄기)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른다는 지극히 단순한 수요 공급의 원칙을 도외시한 채 거래 비용만 올리는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집을 팔 때 양도세가 늘어나게 되면 이는 일종의 거래세로 인식될 수 있고, 따라서 거래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더 상승하고,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 비용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매입 부동산의 선별에 신중하게 됩니다. 향후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으로 수요가 집중되게 될 것이며, 수요가 늘어나는 부동산의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입니다.
여기에 학군, 교육제도- 자사고, 외고 등의 폐지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소위 강남 8학군의 주거 부동산 가격은 더욱 상승하였습니다. (관련기사: mk.co.kr_2018/1/17_아파트 값 격차 역대 최대) 정부의 발표를 보면 앞으로 보유세 인상, 재개발에 대한 초과 이익 환수 등의 초강수 대안을 계속 내어 놓을 듯 합니다. (관련기사: hani.co.kr_2018/1/26- 보유세 인상) 그런데 초과 이익 환수제에 대하여서는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됩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2018/01/22_초과이익환수제 위헌) 초과 이익 환수제는 누가 보아도 문제가 많은 제도입니다.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을 세금으로 거두어 들인다는 것부터 무리수이며, 초과 이익 산출의 기준이 되는 평균 가격 상승률이라는 것도 매우 자의적으로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차후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초과 이익에 대하여 과세하였던 것을 정부에서 되돌려 줄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초과 이익 환수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의 산물입니다. 경제 논리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 논리입니다. 앞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견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경제와 관련된 분야에도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가 우선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경제학자가 우리나라 경제의 분배에는 정치 논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회적 약자, 소외된 계층에 대한 분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우리나라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분배는 경제 논리에 따라 생산에 대한 기여도와 경제 효과, 효율성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난 후에 사회보장의 논리, 정치 논리를 반영하여 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렇듯 정상적인 경제 논리가 경제 분야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게 되면 여러 가지 왜곡된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적인 정당성을 위하여 나 자신을 희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소득에 따른 계층의 양극화에서 사회 정의를 위하여 나 자신의 소득을 양보하게 되면 양극화하는 소득 계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입으로는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사회 정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보유를 거의 죄악시하는 듯 보유세, 초과 이익 환수 등의 초강수로 이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도하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보아 왔듯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즉, 고가의 인기 있는 부동산은 가격 상승이 가파를 것이고, 저가의 비인기 부동산은 가격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하락의 리스크 마저 있어 보입니다.
이론 상황이라면 부동산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써야 할 지는 자명하여 집니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고가의부동산을 매입하고 그 이외의 부동산은 처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똘똘한 부동산 하나만 가지고 있는다는 전략입니다. 올망졸망 자그마한 부동산을 여럿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크고 번듯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동산 시장에서 전망을 좋게 보는, 그래서 향후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 하나를 가지고 있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매우 특이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거의 모두 주거시장, 주거 부동산 가운데에도 아파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9.9%이고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주택) 비중은 74.5%입니다. (자료출처: kostat.go.kr_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그리고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의 관심은 주거- 아파트- 시장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파트에 부동산 시장이 더 활발하게 형성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라는 부동산 상품이 표준화에 의하여 가격의 형성이 규격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40평형 아파트는 시가 30 억 원’ 이라는 식의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용이하여 거래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 정의를 위하여서, 또 정부의 정책에 발 맞추기 위하여서는 지방 도시, 또는 서울의 위성 도시에 미분양 아파트를 주거용으로 한 채만 매입하는 것이 가장 취지에 적합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 논리에 충실하여, 자산 가치를 지켜 나가고, 양극화 하는 경제 주체의 계층에서 하락하는 것을 피하려면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의 규모가 큰 아파트를 매입하여 보유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이 정부 정책의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계몽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경제적인 안목과 자산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정의에 앞장 설 것을 권해 드리지 지 못하는 점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오히려 이기적인 마음으로 똘똘한, 그리고 큼지막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꼭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충고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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