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페레스트로이카- 2012. 2. 3.

jaykim1953 2012. 2. 3. 09:30

 

오늘 아침 TV 뉴스의 굿모닝 지구촌이라는 코너에서 잠시 보여준 동영상 가운데 재미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카페 라떼의 크림 위에 계피 가루로 자신이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의 얼굴을 그려서 올린다는 것이었습니다. ( 관련 동영상; http://news.kbs.co.kr/news/actions/VodPlayerAction?type=2&cmd=showMP4&vod_info=D%7C10%7C/newsplaza/2012/02/03/150.mp4%7CN%7C%7CF%7C10%7C/newsplaza/2012/02/03/1000k/150.mp4%7CN&news_code=2429563) ‘어차피 완전한 비밀선거가 된다면, 아예 공개 투표를 하겠다라는 뉴스 앵커의 코멘트를 듣다 보니 러시아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선거를 하는 형식을 갖추기는 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모르게 음모와 계략이 저변에 깔려 있을 것 같은 선입관을 갖게 되는 것은 저만의 편견일까요? 오늘은 러시아에 대한 저의 기억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구() 소련(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에서는 그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고르바초프가 주창하는 소위 페레스트로이카라고 불리는 개혁 정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소련의 붕괴로 인하여 결실을 맺지는 못하였으나 그 당시 페레스트로이카는 나름대로 소련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는 그 당시 우연치 않게 페레스트로이카의 진행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페레스트로이카는 여러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그 가운데에는 경제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경제분야에 금융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소련보다는 금융 선진국이고, 영국, 미국, 유럽 등지 보다는 금융이 덜 개발된 한국을 하나의 표본으로 생각하고 금융분야 페레스트로이카를 담당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무엇인가를 배워 가려고 하였고, 한국 금융 시스템이 발전하여온 과정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였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저를 만나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었고, 저는 조금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어 제 상급자의 허락을 받고 그들과 만났습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해방 이후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부터 그 당시까지 나름대로 소련보다는 많은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 금융제도의 발전과정과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저도 뜻하지 않게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제가 발견한 것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 존재하는 접근방식의 커다란 차이였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온 저는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이자를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개념에서는 예금 이자는 국가가 예금자에게 특별히 시혜(施惠)를 베풀어서 주는 것이지 예금주가 이자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그 당시 이해한 바로는 공산주의 이론에 의하면 노동의 생산성만을 인정하고 노동만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지 자본은 가치를 창출하거나 생산에 기여하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본에 대한 보상- 즉 이자는 주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다만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은행에서 국민들의 저축의식을 고양할 목적으로 이자를 지급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는 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보관료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자의 개념이 없는 공산주의 사회 사람들에게 이자를 자본의 생산성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보상으로 인식하는 자본주의식 은행과 금융에 대하여 설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소련에서 방문한 일단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경제 공부를 한 사람들이어서 별 어려움이 없었으나 정부 관료- 특히 정보 분야 종사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자본주의 금융체제를 이해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자본주의 4.0 이라는 말이 출현한 배경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자본주의는 수 많은 약점과 비효율, 불합리한 점들을 들어내 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도로 바꾸자는 주장을 하지 않고 자본주의를 고수하면서 자본주의 4.0 으로의 발전을 꾀하는 움직임이 지지를 받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라고 등장한 많은 것들- 대표적으로 공산주의- 은 결코 자본주의보다 나은 제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완전치 못하고 결점투성이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대안이 공산주의, 혹은 조금 미화된 표현으로 사회주의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기대하면서 자본주의를 포기하고 버리기에는 자본주의를 대체할 그 보다 나은 제도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고, 그 동안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 온 사람들은 너무나도 자본주의적인 생활 방식, 사고 방식에 젖어 있습니다.

흔히들 싸고 맛 있는 빵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것은 좋은 빵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빵 제조업자의 자비심사명감보다는 돈을 벌겠다는 이기심이 더 질 좋고, 값 싸고, 맛 있는 빵을 생산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도덕적으로 이 세상을 아름답고 살기 좋게 만든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가을부터 지금까지도 뉴욕의 월 스트리트를 비난하며 1%를 위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99%를 위한 자본주의를 주창하면서 길거리에서 투쟁을 벌였던 사람들조차도 그들이 힘들게 저축하여 모은 예금에 대하여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보관료를 받겠다고 한다면 아마도 더욱 격한 저항을 할 것입니다. 그들도 자본주의 제도의 가장 기본인 자본의 생산성에 대한 보상- , 이자라는 제도에 흠뻑 젖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자본주의의 약점이 보완되고 보다 나은 제도로의 성장을 거치면서 우리의 후대(後代)에는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이미 구시대의 사상적 오류로 낙인 찍힌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적인 접근 방식에서 탈피하여 보다 나은 자본주의를 발전 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2012 1월 한 달도 다 지나가고 2월이 시작하였습니다. 금년 한 해에는 보다 나은 자본주의로의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기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