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관계 (關係)- 2018. 6. 8.

jaykim1953 2018. 6. 8. 16:08



'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한자로는 '關係'라고 씁니다사전을 찾아 보면;

1. 둘 이상의 사람사물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또는 그런 관련.

2. 어떤 방면이나 영역에 관련을 맺고 있음또는 그 방면이나 영역.

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20여 년 전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본토로 진출하던 초기에 이 단어가 많이 쓰였습니다중국어 발음으로는 '관시' (guānxì)라고 말한답니다중국에서 무엇인가 사업을 이루어 내려면 필요한 주변 인사들과의 관계가 긴밀하여야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그 당시에 중국 고위층과의 '관시'를 내세우며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거드름을 피우던 일부 인사들도 없지 않았습니다관계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중국 진출 초기에는 '관시'를 형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중국 관련 비즈니스에만 관시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관계가 필요합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중요합니다저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즐겁고 유쾌한 좋은 기억들도 있었고 때로는 불쾌하거나기억하고 싶지 않은 인간관계도 있었습니다.

먼저 유쾌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관계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는 외국에 거주하는 종교인입니다. 6년 전 그가 서울에 와서 당분간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S는 제게 전화를 하여 한국에 왔음을 알렸습니다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사용할 휴대전화 번호를 받았고며칠 후 반갑게 만나 점심 식사도 함께 하였습니다. S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S의 부인이 잠시 한국에 올 것이라고 제게 이야기하여 주었습니다. S의 부인이 한국에 오면 저에게 연락을 달라하였고, S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그리고 한 달쯤 지난 5월 중순 어느 월요일 아침에 S에게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자신의 부인이 한국에 왔다는 것입니다저는 문자 메시지로 답을 보내며 그 다음 주 수요일에 점심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S는 즉시 'OK' 라고 답을 하여 왔습니다저는 S S의 부인을 위하여 점심 장소를 물색하여 예약을 마쳤습니다그리고 S에게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그리고 나서 시간이 지나 약속 하루 전이 되었습니다그런데 그 때까지 S에게서 저의 문자 메시지에 대한 답신이 없는 것이었습니다혹시라도 문자 메시지 전달이 잘 못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저는 약속 하루 전인 화요일 늦은 오후에 S에게 확인 문자 메시지를 다시 보냈습니다그러자 그 날 밤 늦게 문자 메시지로 S에게서 답이 왔습니다. S의 부인이 지방에 내려가 있어서 내일까지 올라 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저는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답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 부랴부랴 식당 예약을 취소하였습니다제가 마지막 순간에 약속을 확인하기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었던 S가 몹시 야속하고 서운하였습니다제깐에는 외국에서 온 S 부부를 위하여 약속을 잡고 신경 써서 식당 예약도 하였으나 그는 저에 대한 배려라곤 전혀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습니다그러다가 제가 확인 문자를 보내자 그 때서야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S와의 이러한 경험은 이 때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얼마 전 그와 점심을 하기로 하였다가 약속 하루 전 늦은 밤에 문자 메시지로 날짜를 옮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피치 못할 점심 약속이 생겨서 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으니 날짜를 옮기자는 부탁이었습니다. 이 또한 약속을 옮기는 요령 가운데 하나입니다. ‘갑자기 중요한 약속이 생겨서…’ 라고 이야기를 하면 저와의 약속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어쨌든 S는 이미 저와의 약속을 하루 전, 늦은 밤에 문자 메시지를 통하여 취소하였던 전례가 있었던 터입니다.

아마도 S는 인간관계를 중점으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구적인 연구 또는 종교적인 가치관에 기초를 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서툴렀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S의 그러한 사정을 이해하고 관대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S도 나름대로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하였을 것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난 3일 후 금요일 저녁 S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다음 날, 토요일 아침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때마침 저는 토요일 아침에 다른 약속이 있어서 S의 아침 식사 제안을 수락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S가 제안한 아침 식사를 거절하고 난 후 저는 S에게 특별히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S의 마음 속이 어떠한지는 제가 알 수 없으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S가 제게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S도 제게 연락할 마음이 내키지 않는 듯 합니다이렇게 저와 S와의 관계는 지난 6년간 아무런 내왕이 없었습니다이대로 세월이 흐르면 S와는 다시 얼굴을 마주치는 일도 없고 목소리를 들을 일도 없을 듯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저는 이따금 제 주변의 친구들과 연락을 하여 점심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저와 가깝게 지내는 친구 P와 얼마 전에 식사를 하며 나눈 이야기입니다만약 P나 혹은 제가 어느 날 먼저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이 우리 둘이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를 하였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둘이 서로 웃으며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사실 언제 마지막으로 식사를 함께 하였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그렇지만 P와 저와의 관계에서는 최근에 언제 함께 만나서 식사를 하고 어떤 농담을 주고 받았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즐거운 추억의 한 부분입니다.

저와 S와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은 한 번의 사건이 있고 난 다음이었습니다그리고 저와 P와의 관계로 이어지는 추억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대체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그렇지만 아무리 오랜 동안 좋던 관계라 하더라도 나빠지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금융에서도 유사한 격언이 있습니다. '신용을 얻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용을 잃는 데에는 단 한 번의 사건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신용을 얻으려면 오랜 시간 자신이 믿음직스럽고약속을 잘 지키고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오랜 시간을 그렁게 신용을 쌓아 오다가도 단 한 번 약속을 어긴다거나믿지 못할 행동을 하거나이기적인 모습무책임한 행동을 하게 되면 그 동안 쌓아 올린 신용은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잃어버린 신용을 회복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처음 신용을 얻으려 할 때에는 원점(原點)에서 시작하는 것이지만 한 번 신용을 잃은 다음에는 원점보다도 훨씬 뒤처진 곳에서 다시 시작하여야 합니다이는 마치 신용등급이 BBB에서 AA로 올라 가려는 것이 A에서 AA로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은행들도 한 번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를 원상회복하기 위하여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6. 22. 참조)

S는 저와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는 생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그러기에 지난 6년 동안 저에게 연락을 한 번도 안 하였을 것입니다관계는 한 번 어긋나게 되면 복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그래서 애써서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기에 저도 S에게 연락하기를 주저하게 됩니다최악의 경우 관계가 허물어진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 살 수는 있습니다그러나 신용은 그렇지 않습니다한 번 신용을 잃고서 자신의 신용을 회복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신용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신용을 잃는 일은 없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만에 하나라도 신용을 잃는 상황이 발생하면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고 원상회복하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모쪼록 주변 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시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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