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월드컵 2018. 6. 22.

jaykim1953 2018. 6. 22. 07:25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가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월요일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1 0으로 지고 말았습니다. 저도 그 경기를 보았습니다.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월드컵 축구라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2002 4강 신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16년 전의 일입니다어느 라디오 프로에서 음악신청을 하는 청취자 사연 가운데 2002년 월드컵 축구의 거리 응원을 하면서 사귀고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중고등학생 이하의 어린 친구들은 2002 4강 신화를 말로만 들어 보았지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2002년 거리 응원을 경험한 세대는 '~한민국하면 바로 이어서 '짝 자~ 짝짝하는 박수가 절로 이어집니다소위 긍정적인 경험에 의한 조건반사입니다조건반사는 영어로는 conditioned reflex 라고 합니다한자로는 條件反射 라고 씁니다우리는 거리응원뿐 아니라 응원이 필요한 곳에서 곧잘 ‘~한민국이라고 외치고 뒤이어 박자에 맞추어 '짝 자~자 짝짝박수를 칩니다. ‘~한민국이라는 조건에 '짝 자~자 짝짝박수가 반사적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응원 조건반사는 매우 긍정적인 조건반사입니다그러나 조건반사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흔히들 하는 이야기로는 금융권에서는 ‘의심’ (疑心, suspicion)이라는 반사작용이 있습니다예를 들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일으킨다거나 혹은 신용장을 열거나 하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것- 곧 여신(與信)이 발생하게 됩니다금융기관에서 신용을 제공하게 되면 고객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의 리스크를 부담하게 됩니다따라서 일단은 고객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하게 됩니다다른 표현을 빌면 고객을 의심하게 됩니다. 여신이라는 조건에 의심이라는 반사가 일어납니다.

의심을 한다는 것은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일견 비인간적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각박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별로 낭만적이지 못하고,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금융에서는 의심이 꼭 필요합니다. 여신을 일으킬 때에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의심을 반드시 해보아야 합니다. 의심은 두 가지를 합니다. 첫째는 거래 상대방이 여신 거래를 착실하게 이행할 의사(意思, willingness)가 있는가를 의심합니다. 두번째로는 상대방이 거래를 이행할 능력(能力, capability)이 있는가를 의심하여야 합니다. 전통적인 신용 검사의 방법으로는 첫번째 의심인 거래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하여 과거의 각종 공납금을 제 때에 납부하였는지 여부, 과거의 여신 부도 또는 연체 여부 등을 살펴 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의심인 거래를 이행할 능력 여부는 거래 금액과 고객의 재산, 사업 규모, 총부채 규모,현금 흐름 등을 비교하고 면밀히 살펴 봅니다.

금융기관에서 여신 거래를 하면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부도나고, 연체되고,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아무리 의심을 하고 점검을 미리 하여도 부실여신이 발생하는 것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신은 부실해질 수 있다는 학습의 효과로 인하여 여신거래를 하려면 다시 의심의 강도를 높이는 강한 조건반사가 형성됩니다.

의심에 대하여서는 수 년 전에 금요일 모닝커피에서 다루었던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1. 6. 참조) 금융 거래에서는 거래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금융 거래를 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을 의심한다고 불쾌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금융 거래는 거래 상대방을 의심하고 그 의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왔습니다. 예를 들어 담보를 잡는 것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계약을 이행하게 만드는 압박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심의 강도를 줄이는 것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지워주고 새 출발을 하도록 도와준다는 좋은 의미의 신용불량 기록 삭제는 금융의 근본을 흔드는 처사라고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 12. 27. 참조) 과거의 신용 기록이 좋지 않은 사람이면 금융거래에서는 당연히 경계하고 더욱 의심하여야 합니다. 과거의 기록이 없는 사람도 의심하여야 하는 것이 금융입니다. 안 좋은 과거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난 4월에는 판문점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이, 그리고 지난 6 12일에는 싱가폴에서 미국과 북한이 북한의 비핵화를 목적으로 마주 앉아 대화를 하였습니다. 대화의 결과는 당사자들이 모두 만족스러워 하고 비핵화를 약속하는 공동 선언문을 작성하여 발표하였습니다지난 두 번의 회담 당사자들 가운데 금융인이 없었음이 다행이라고 보입니다. 만약 금융인이 있었더라면 과거 여러 번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북한을 전혀 신용하지 않고 보다 강한 압박을 하였을 것이고, 아마도 그로 인하여 회담이 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약속 불이행이라는 경험이 조건이 되어 반사적으로 북한의 약속을 믿지 않으려 하였을 것입니다.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도 있지만 지금 당장 우리는 월드컵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경기는 내일 밤 12시에 멕시코를 상대로 다시 시작합니다. 비록 선수들에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이 곳 서울에서도 목청껏 '~한민국'을 외치고 이어서 '짝 자~ 짝짝박수를 치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열심히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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