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전 언론에서는 말레이지아서 세계 기록을 경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초에 있었던 말레이지아의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서 총리직에 다시 오르는 마하티르 (Mahathir Mohamad) 총리가 세계에서 가장 고령(高齡)의 국가 지도자라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yonhapnews.co.kr_93세 마하티르_ 2018/5/10) 기사의 제목 가운데에도 ‘15년만에 다시 권좌에…세계 최고령 국가정상 등극’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93세의 세계 최고령 국가정상이 말레이지아에 나오게 된 배경에는 재정과 관련된 부패 사건와 전직 나집 총리의 실정이 있습니다. 나집 총리의 이름은 줄여서 ‘나집 툰 라작’이라고 부릅니다만, 원래의 이름은 Haji Mohammad Najib Bin Tun Abdul Razak 이라는 매우 긴 이름입니다. 나집은 2009년 당시 마하티르 총리의 뒤를 이어 새로이 총리의 자리에 올랐으며 마하티르의 후계자임을 자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경제 개발 계획에 박차를 가하는 등 의욕적인 정책을 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각종 비리와 연루되었다는 의혹과 함께 최근에는 부가세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 등으로 인하여 금년의 총선에서 패하여 실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여러 가지 비리 의혹 가운데 특별히 1MDB와 관련된 의혹은 금액의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2015년 7월 월 스트리트 저널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나집 총리에게로 흘러간 1MDB의 자금은 27억 링깃 (Ringgit. *주: 말레이지아 통화 단위, ISO 기준 통화표시: MYR) 이며 이는 미화 $ 7억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그 뿐 아니라 나집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맨서 (Rosma Mansor)는 제 2의 이멜다 또는 말레이지아의 마리 앙투아네트 라고 불립니다. 최근에 밝혀진 그녀의 사치 행각에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서울경제_2018/5/19_말레이판 마리 앙투아네트) 지금까지 밝혀진 그녀의 호화로운 사치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나집 총리의 각종 비리로모은 재산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인하여 나집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완패하고 총리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여러 가지 스캔들과 부정부패 의혹의 중심에는 1MDB 가 있습니다.
1MDB는 1 Malaysia Development Berhad 를 말합니다. 1MDB는 나집 총리가 취임한 해인 2009년에 설립되었으며, 말레이지아 정부 소유의 투자개발회사입니다. 원래는 말레이지아 일개 지방에 있는 작은 투자회사였으나 나집 총리가 무려 미화 $140 억 규모의 회사로 키우면서 국영개발회사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 회사의 재무 스캔들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2015년 1MDB의 부채 규모는 420억 링깃 (미화 $111억)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주로 국가차원의 경제 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투자회사로서 부동산, 관광, 에너지 산업 등 말레이지아 내의 산업 전반에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하였습니다. 에너지 관련 사업 가운데 발전과 관련된 프로젝트 등은 국가 산업의 중추적인 개발 사업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2014년에 몇 차례 브리지 론 (bridge loan: 일시적은 자금의 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자금이 부족한 기간 동안만 단기적으로 차입을 하는 금융)의 상환에 실패하면서 여러 뒷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래 브리지 론은 일시적인 유동성의 부족에 대한 단기성 차입인데 이를 상환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이 회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기존의 자산을 일부 현금화 하는 데에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브리지 론을 상환하였습니다. 이렇게 1MDB는 위기에서 탈출하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원래 2014년부터 준비했던 IPO가 2015년에도 이루어지지 않자 1MDB 스캔들은 말레이지아 정계를 뒤덮는 엄청난 비리 사건으로 확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여러 나라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국제적인 재무 스캔들로 비화하였습니다. (관련기사: bloomberg- 1mdb_scandal_malaysia_7/22/
앞으로 말레이지아의 검찰과 경찰이 나집 전 총리의 비리와 잘못을 수사할 것입니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와 관련된 부정의 규모와 비리 내용들이 낱낱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후진국일수록 국가에서 기획하고 시행하는 각종 국책사업과 관련하여 온갖 추악한 부정부패가 연루되는 빈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부패로 조성된 자금은 권력의 중심부로 집중되기 십상입니다. 과거 필리핀에서 마르코스 정부가 부패의 극치를 보여 주었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독재자들이 스스로의 주머니를 채우느라 나라의 곳간을 축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나라들은 대체로 독재자의 장기 집권 아래에서 추악한 비리가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있듯이 고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장기 집권하는 독재자가 있으면 그 주변의 집권세력은 부패하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집권 세력의 축재가 드러나면서 비리로 얼룩진 정권이 있었습니다. 국제 기준으로 바라 본다면 그러한 부패한 정권이 권력을 잡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우리나라를 후진국으로 취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높아졌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 수준이, 국민들의 정신수준이 아직도 후진국일 수가 있고, 정부의 공무원들과 집권세력이 여전히 후진적일 수도 있습니다.
받아서는 안 될 뇌물, 부정한 돈을 받으면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고, 심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규칙이 잘 지켜지고, 뇌물과 부정한 돈이 오가지 않는 사회가 선진사회입니다.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심지어는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부정한 돈을 받는 것은 후진적인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사회 전반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에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한 것입니다. 혹은 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함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뇌물을 받을 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뇌물을 받으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회야 말로 후진적인 사회입니다
말레이지아는 나집 총리의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고, 93세의 세계 최고령 국가 지도자가 다시 총리에 올랐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뉴스가 말레이지아를 전세계적으로 웃음거리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커다란 금액의 자금을 움직이는 데에는 많은 부정한 유혹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우혹을 이기지 못하고 갖은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사방에 지뢰밭 같은 거액의 자금 운용 기관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금 운용에 권력이 개입하여 부정한 뇌물이 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의 입김이 부정한 사태를 유발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후진국임을 드러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말레이지아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나라에서도 권력을 가진 집단이 큰 규모의 자금 운용에 관여하려는 유혹을 느끼지 않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수적 가치관- 2018. 6. 15. (0) | 2018.06.16 |
---|---|
관계 (關係)- 2018. 6. 8. (0) | 2018.06.08 |
구본무 회장- 2018. 5. 25. (0) | 2018.05.25 |
인베스트먼트 뱅킹- 2018. 5. 18. (0) | 2018.05.18 |
일거삼득 (一擧三得)- 2018. 5. 11. (0) | 2018.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