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메신저- 2020. 9. 25.

jaykim1953 2020. 9. 25. 05:17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 관한 뉴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휴가와 관련된 화제는 군에 다녀온 남자라면 거의 모두 한 건 이상씩은 이야깃 거리가 있고, 나름 그 방면에 아는 바가 꽤 많을 것입니다. 원래 남자들이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자랑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라고 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거의 환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군대에 다녀 온 남자라면 모두 다 군대와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서는 스스로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카튜사의 휴가는 미군 규정에 따른다’ 또는 ‘한국군 규정에 따른다’는 등 여러 가지 다른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자 카튜사 출신 전역병들이 벌떼 같이 달려들었습니다. 각기 카튜사의 휴가 관련 규정에 대하여서는 누구 못지않게 지식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여야에 따라 극명한 원칙의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여권의 인사들은 법무부 장관의 휴가가 규정과 관례에 따라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야측의 인사들은 특혜와 반칙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이한 기사가 언론에 게재 되었습니다. 문제의 법무부장관 아들을 엄호하고 나선 여당측 국회의원 8 사람의 군복무 기간이 도합 24개월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imaeil.com_2020/09/16_서일병 구하기 특공대 군복무 24개월) 이 기사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휴가가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며 8 사람의 국회의원이 나섰는데, 그들 중 4 명은 징집면제로 군에 가지 않았고, 나머지 4명은 6개월 단기 사병으로 근무하여, 이들 국회의원 8 사람의 복무기간을 모두 하하여도 24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징집면제를 받았다던가, 6 개월 단기 사병으로 근무한 것이 결코 범법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군대에 관하여, 특히나 사병들의 휴가와 관련하여 이들이 의견을 개진하기에는 메신저로서의 함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저도 이미 오래 전에 군대를 다녀 왔지만 이들의 이야기에 선뜻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그 동안 아무리 군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군대가 운영 되어서는 군령(軍令)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들은 군대 생활을 아예 해 보지도 않았거나, 군대 생활을 하였다 하더라도 휴가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하였을 6개월 단기 사병으로 근무하였다고 하니 이들의 주장을 신뢰하기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그 대치점에선 야당 국회의원은 3성 장군 출신의 예비역 장성입니다. (관련기사: hankookilbo.com_2020/09/17_군인 35년 초선 신원식) 군지휘관으로서 오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장군 출신의 국회의원이 군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6개월 단기 사병 혹은 징집면제로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이 군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때에는 두 의견의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소위 메신저(messenger)의 신뢰성 (trustworthiness)에서 사람의 숫자보다는 어떤 사람이냐라는 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여당측에서 이 문제에 언급을 원하는 사람들이 단기사병 혹은 징집면제자들 뿐이었는지, 혹은 이들의 당내 입지가 더 강해서 이들이 나섰는지는 알 수 없으나 메신저의 선택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정권에서는 역할을 잘 못 맡은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더 있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금융감독원장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금융기관에는 한 번도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는 사람이 금융감독원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감독원장이란 국내 모든 금융기관의 준법 여부를 감독하는 자리입니다. 그런 자리에 오르려면 국내 금융기관들의 관행과 현황에 대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피상적으로 외부에서 금융기관을 바라보고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우리나라 금융기관 전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기관의 준법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엉뚱하게 실적을 독려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8. 4. 20. 참조) 그는 다른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는 하였으나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었냐에 대하여서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엄호하려고 나선 사람들이 과연 적합한 사람들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똑부러지게 그렇다고 말하기는 곤란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였는가를 추측해 봅니다. 아마도 군대에서 현실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이런 사태가 특혜와 반칙이라는 여론에 동조하거나 혹은 반론을 펼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군대 생활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거의 하지 않은 사람들은 용감하게 총대를 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메신저의 비중에서 열악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에 한 쪽에서 장성 출신이 나서면 상대측에서는 적어도 고참 대령 출신 이상의 지휘관 경력과 군사 지식을 갖춘 사람이 나서야 비중이 엇비슷하게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계에도 이와 유사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 흔히 IR 이라고 부르는 투자자 관계 (investor Relations)의 예를 보겠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자기 기업의 실적와 전먕에 대하여 투자자들에게 알려주고, 설명합니다. 언론을 통하여서 하기도 하고 금융기관을 통하여 보고서 형태로 소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로드쇼 (roadshow)를 진행합니다. 로드쇼란 투자자들을 모아 놓고 기업의 실적, 전망을 설명하는 설명회입니다. 대상 투자자가 한 곳일 수도 있고, 또는 집단으로 여러 곳을 모아 놓고 설명을 할 수도 있습니다. IPO 라던가 기타 증권시장에 새로운 증권을 발행하는 경우에도 로드쇼를 하고 특별한 발행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인 실적발표의 형식으로 로드쇼를 하기도 합니다. 이를 NDR (non-deal roadshow)이라고 합니다. 발행 여부를 떠나서 로드쇼를 할 때에는 각 기업의 IR 담당 임원이 설명회에 참여합니다. 기업의 투자정보를 투자자에게 전달할 때에 메신저로 기업의 임원이 나서는 것과 일반 사원이 나서는 것은 그 무게감에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더라도 임원이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투자자에게서 더 신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로드쇼를 준비한 직원이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메신저는 임원이 나서도록 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로드쇼가 언론에 보도되는데 그 기사의 시작이 ‘OO 기업의 로드쇼에서 IR 담당 임원 XXX가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였다’ 라는 것이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듭니다. 요즈음 같이 통상적으로 NDR을 1대1 (one-on-one)로 할 때에도 임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중견간부급이 진행합니다. 그리고 담당직원이 바뀌게 되면 통상적으로 과거의 담당 직원이 새로운 직원과 동행하여 투자자에게 담당자가 바뀌었음을 알려 줍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보이고 자기 기업의 시스템에 따라 격식을 갖추어 변화 내용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더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격이 맞는 메신저로 하여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전달하는 내용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번 법무부 장관 아들의 사태에서도 여당측에서도 좀더 무게 있고 신뢰가 가는 메신저를 내보내었더라면 적어도 8 사람의 군복무 합계가 24 개월에 불과하다는 조롱 아닌 조롱은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메신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사례였습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들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에 메신저를 누가 담당할 것인기에 대하여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