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예측 가능 - 2020. 9. 18.

jaykim1953 2020. 9. 18. 05:10

경영학 강의에서 이따금 ‘예측 가능한 경영’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말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 중요하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한 경영을 이야기할 때에 많이 사용 됩니다. 예를 들어 곡물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은 추수기에는 곡물의 공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지고, 춘궁기 이후로는 수요는 지속 되지만 공급이 늘어나기 어려우므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자금 계획을 수립하고 가을 추수기에 곡식을 사들였다가 춘궁기와 하절기에 비싼 가격으로 곡식을 내다 팔면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KTX 건설 초기에 천안-아산 역(驛)의 명칭을 두고 천안역으로 할 것인지 또는 아산역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두 지역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천안,아산 유치 경쟁 후끈_2003/03/14) KTX 역의 이름에 따라 지역 발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을 하고 역 이름을 자기 지역의 이름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입니다. 역 이름에 자기 지역의 이름이 쓰이므로 인하여 경제적인 후속 이득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측한 것입니다. 더구나 역 이름은 한 번 정해 지면 철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에는 그 이름을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필사적으로 이름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단기적으로 눈 앞의 것에만 주목하지 말고 좀 더 멀리 4년 정도의 미래를 내다보고 전략을 짜라는 정부 측의 충고가 있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이야기입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입하려고 한다면 ‘4년 전제로 매매 거래’를 하라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sedaily.com_2020/09/11_4년 전제로 매매거래)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단견을 가지고 거래하지 말고 4년 정도를 내다보고 긴 안목을 가지고 매매 의사 결정을 하라는 건설적인 이야기로도 들립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김현미 장관의 대답은 용의주도하게 준비된 답변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해 나가다 보니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규제에 따르면 주택 매입자가 집을 사고도 4년 동안 입주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집은 4년 전세를 놓을 것을 전제로 하는 속칭 ‘갭 투자’를 하여야 하는데, 또 그의 말에 따르면 ‘갭 투자’를 권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각종 규제로 인하여 갭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서는 갭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 장관은 스스로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온 국회에서의 대정부 질문에 대한 논리적 답변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는 4년을 내다보고 주택을 구입하라고 훈계하는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습닏다.

그 뿐이 아닙니다. 그 동안 불과 3년 남짓 한 기간 동안 20 여 차례의 각종 규제를 발표하면서 김장관 자신도 다음 규제가 언제쯤 어떤 내용으로 발표될 것인지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매번 규제를 발표할 때마다 허겁지겁 급조된 규제를 발표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스스로도 다음 번 부동산 규제가 어떤 내용을 포함할 것인지 예측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은 일생의 경제활동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은 도저히 준비할 수가 없는 상황이 계속 되어 왔습니다. 집 없는 사람의 내 집 마련이 계획이 전혀 예측 불가능한 것 뿐 아니라, 이미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조차도 지난 3년간 보유세가 급격히 상승하여 경제적인 부담이 늘었고, 또 앞으로는 얼마나 보유세가 더 늘어날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난 3년 여를 돌아 보면 그 동안의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가장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이었습니다. 너무 자주 예측 불가능한 각종 규제가 빈번하게 시장에 강제 되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은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엄연한 시장이고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도 대단한 사업분야입니다.

지금 미국의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일단 모두 ‘부동산 투기’를 하여 돈을 번 것으로 간주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동산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것을 부도덕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부동산 사업가는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제가 2년 여 전에 썼던 부동산 관련 글을 보면 지금의 상황이 거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보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8. 2. 2. 참조) 그 당시 제가 우려하였던 바 대로 정부의 점점 강력해지는 추가 규제로도 부동산의 가격은 잡히지 않고 계속 오르기만 하였습니다. 소위 약발이 먹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약발이 듣지 않는 것을 본 정부는 더욱 더 강력한 규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게 만들면서, 오직 시간이 갈수록 규제는 더 비이성적으로 강력해질 것이라는 예상만 가능합니다. 이런 부동산 시장은 결코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이 아닙니다. 예측이 가능한 시장에서 자신의 예측을 기반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동산 보유세, 거래세 등의 세율이 크게 오르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각종 규제와 부동산 보유로 인한 불이익이 밀어닥치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시장이란 소 떼를 앞장 서서 몇 마리의 목을 강제로 끌고 목동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여도 몇 마리는 억지로 끌려 갈지 모르나 소 떼는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같습니다. 차라리 소떼를 뒤에서 서서히 몰면서 목동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 가면 속도는 느리고 목동은 조금 더 많이 움직여야 하더라도 목동이 원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게 소떼를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소 떼를 몰듯 잘 달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시장을 달래면 정부가 원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3년 전으로 돌아가 정부가 좀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정책을 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모든 시장은 정부가 통제하고 규제한다고 정부의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에 져주는 듯이 변죽을 울리면서 시장을 잘 달랬더라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유세를 높이면서 부동산을 매각할 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율을 낮추거나 규정을 조정하여 실질적인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추어 줌으로서 부동산을 매각하기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있는 노후 아파트들의 재개발, 재건축을 적극 지원하면서 일부 공원, 교육시설 등의 용지를 기부체납 받는 대신 용적률을 올려 주어 신축 아파트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 각 세대의 토지 지분을을 낮춰 보유세를 일부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새로 짓는 아파트 물량을 크게 늘려 공급을 키우면 가격은 내려가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택 담보 대출 가운데 소유자가 실거주하는 주택에 대한 대출은 주택금융공사를 통하여 정부가 장기 저리 대출을 유도하고, 소유자가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에 대한 대출은 모기지 대출로 인정하지 않고 신용 대출에 준하여 높은 금리를 적용하도록 금융기관에게 창구지도를 하는 방법도 쓸 수 있었습니다. 이 경우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전기, 수도, 가스 등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계좌 또는 신용카드의 계정 보유자만을 실거주자로 인정하도록 합니다. 이런 식의 촘촘하지만 급격하지 않은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을 서서히 이끌어 갔다면 지금처럼 급격한 가격 폭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정부는 무엇인가 혁명적인 조치를 선호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급격한 조치들은 이러한 조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시장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그랬습니다. 그 동안 현 정부가 써왔던과격한 대책을 계속 연이어 내어 놓기 보다는 시장에서 어떻게 정부의 대책에 반응할 것인지를 사전에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장을 조정하려는 정부와 정부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시장 사이에 부드러운 상호 반응이 바람직합니다.  정부가 시장을 급히 몰아 부치면서 압박하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시장을 탐색하고 예측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게 하면 시장에 무모하게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언가 급히 보여주려고 하다 보면 실수할 수가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조치들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여 시장에 내어 놓으면 성공 확률이 더욱 높다는 것을 정부가 이해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