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상상 속의 미래- 2021. 7. 30.

jaykim1953 2021. 7. 30. 05:34

제가 어린 시절 TV에서는 곧잘 외국에서 제작한 연재물을 한국말로 더빙하여 방영하였습니다. 그 당시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외화들은 도망자 (The Fugitive. The Fugitive Opening and Closing- YouTube), 전투 (Combat. COMBAT Intro - YouTube)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어린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0011 나폴레온 솔로 (The Man from U.N.C.L.E. The Man from U.N.C.L.E. Intro - YouTube)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0011 나폴레온 솔로는 다분히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007 시리즈를 모방한 프로그램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선 0011이라는 특별한 번호를 부여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각종 최첨단 장비를 이용하는 등 그 당시로서는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하였습니다. 나폴레온 솔로는 만년필을 꺼내서 조작하여 무전기로 변환하여서 본부와 연락 교신을 하였습니다. 지금의 휴대전화를 생각하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지다가도 문득 지금의 휴대전화는 수많은 중계시설이 깔려 있어서 자그마한 휴대기기로 교신이 가능하지만 나폴레온 솔로는 그때 어떤 중계 시스템을 썼을까 하는 엉뚱한 의문을 제기해 보기도 합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휴대기기를 이용한 교신을 끊임없이 상상하였었고 차근차근 현실로 만들어 왔습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각각 자신의 휴대폰을 하나씩 가지고 다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용도별로 휴대폰을 여러 대 가지고 있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발견합니다. 그런데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습관이 있습니다. 일단 전화가 오면 이를 받을 생각을 하기보다는 우선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요즈음의 휴대폰은 전화가 오면 전화를 건 상대방의 전화 번호가 화면에 뜨고, 그 전화번호가 나의 전화에 기억되어 있으면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알려줍니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휴대폰으로 오는 전화는 내게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로부터 오는 전화는 누구에게서 오는 전화인지 알게 됩니다. 그러나 내게 저장 되어 있지 않은 전화번호로부터 오는 전화는 번호만 뜰뿐 누구인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면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아는 사람이면 전화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전화를 받지 않고 끊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제는 상대방이 나의 전화번호를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직접 전화를 걸기 보다는 문자 메세지 등을 먼저 보내서 상대방에게 나의 존재를 알린 다음에 전화를 거는 방법을 취합니다.

전화 거는 사람의 번호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처음에는 단순히 궁금증을 풀어주는 용도로 시작하였을 수도 있고, 또는 장난 전화를 방지하는 용도로 생각해 냈을 수도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전화를 거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해지면서 원래 의도하였던 것은 아니지만 전화를 골라서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통신 장비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풍속이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던 일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발견하게 됩니다. TV 영화 속에서 0011 나폴레온 솔로가 만년필을 이용한 무전기로 교신하는 것을 상상한 작가가 있었고, 지금 현실에는 만년필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자그마한 휴대폰으로 전세계 누구와도 교신을 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예전에는 미쳐 실현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였던 꿈이 실현되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종이로 만든 지폐와 금속으로 만든 동전이 화폐의 기본입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전자 화폐가 종이나 동전 화폐의 자리를 차지하고 지폐와 동전이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중앙은행이, 또는 중앙정부가 종이나 동전으로 된 화폐를 발행하지 않고 전자 화폐 만으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모든 주식, 채권은 종이로 만들어진 유가증권 형태로 발행되었으나 이제는 종이로 된 형태의 유가증권은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박물관으로 가야만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전자식 등록을 거쳐 결제기관에 등록된 전자식 유가증권을 거래합니다. 과거에 종이로 된 채권의 밑에 붙어 있는 이표(利票, coupon *주: 이자를 지급하는 쿠폰)를 이자 지급일에 금융기관에 가지고 가서 이표를 건네주고 이자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조차 이제는 별로 없습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무엇인가 지금보다 더 편리한 방법으로 살아가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보안문제가 가장 먼저 가로막히는 문제이기는 하나 이를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보다 편리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전자 화폐를 이용하여 경제활동을 해 갈 것입니다. 지난 해부터 시작한 코로나 팬데믹은 원격수업, 원격회의, 재택근무 등을 앞당겼고, 인터넷 주문과 배달이 우리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웬만한 물건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집으로 배달을 받습니다.

저도 며칠 전 인터넷으로 주방 카운터에 사용할 의자를 주문하였습니다. 주방 카운터가 상당히 높은 바(bar) 형태의 카운터로 되어 있어 이 높이에 맞는 의자를 인터넷에서 골라 주문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배달되어 온 의자의 높이가 제가 기대하였던 것보다 낮아서 저희 집 주방 카운터에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의자의 반품을 요청하였고 즉시 이메일로 반품 레이블 (label)이 도착하여 이를 프린트하여서 의자의 포장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집 근처 택배회사의 사무실로 가지고 가서 반품하였습니다. 제품을 풀어서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포장하는 일, 그리고 반품을 위하여 택배 회사 사무실까지 가지고 가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나 그리 힘든 과정은 아닙니다. 불과 십 여 년 전만 하여도 미쳐 생각하지 못하였던 과정입니다. 이렇게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편리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변화합니다. 이제는 물건을 사는 방식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져 가고 있음을 봅니다. 화폐도 앞으로 변화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전자화폐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돈을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가상화폐- 크립토 커런시 (crypto currency)는 전자화폐가 될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 등 현재의 크립토 커런시는 화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전자 화폐가 지금의 화폐를 대체하게 될는지는 알 수 없으나 크립토 커런시만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합니다. 지금의 크립토 커런시보다는 훨씬 더 사용이 편리하고 안전하며 가치도 안정되어 있고 통용성 (legal tender)도 보장되는 그러한 전자화폐가 사용될 것입니다. 지금의 크립토 커런시를 거래해 본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지금의 크립토 커런시는 거래 자체도 불편하고 안전하지 않습니다. 중개인이 필요하고 중개인의 신용도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가치가 안정되지 못하였다는 것은 이미 익숙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룻 사이에 가치가 수 십 퍼센트씩 등락하는 화폐는 화폐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화폐는 크게 두 가지 기능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상업적 기능, 두 번째로는 재정적 기능입니다. 상업적 기능은 재화와 용역을 팔고 사는 일반 상행위를 위한 거래에 쓰이는 것으로서 가치의 변화는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하여 발생합니다. 주로 가치의 교환과 이전이라는 기능을 합니다. 그리고 상업적 가치를 발휘하기 위하여서는 발행기관인 중앙은행 혹은 정부가 화폐의 통용을 법적으로 인정하여야 합니다. 이를 화폐의 강제 통용력 또는 법적 통용 (legal tender)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원화로 지급하는 것을 상대방이 거부하고 다른 통화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지 못합니다. 또는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원화로 지급하는 것을 거부하고 미국 달러로 지급하라고 요구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강제 통용력이 있어야 화폐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재정적 기능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재정적 기능으로는; 화폐는 특이하게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스로 가치를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즉, 이자율로 가치가 측정되는 절대적인 재정적 가치입니다. 돈이 아닌 어떤 물건도 맡겨 놓았을 때에 보관료를 받을지언정 이자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유독 돈만은 보관료를 받지 않고 보관된 기간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합니다. 두 번째 재정적 가치는 다른 화폐와의 교환 가치- 즉, 상대적 가치입니다. 이는 환율로 가치를 측정합니다. 크립토 커런시가 화폐로서의 가치를 비슷하게나마 가지고 있음을 애써 찾아 보려고 한다면 상대적인 재정적 가치뿐입니다. 그러므로 상행위나 다른 화폐와의 교환 목적이 아닌 재정적인 경제활동에 크립토 커런시가 쓰일 수 없습니다.

0011 나폴레온 솔로의 만년필과는 다른 형태의 휴대폰이지만 과거에 상상하던 통신장비를 지금 우리가 사용하듯이 언젠가는 우리의 경제활동에 전자화폐가 쓰일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 때에 어떤 형태의 전자화폐가 쓰일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가 누구인지 확인하고서야 받듯이, 전자 화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부차적인 효과가 발생하려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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