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경쟁 - 2021. 8. 6.

jaykim1953 2021. 8. 6. 05:33

이곳 미국의 TV 방송에 나오는 광고 가운데에 에너지 음료 광고가 있습니다. (관련 동영상: Watch Red Bull commercial) 이 광고의 내용을 보면 사슴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는데 숲 속에서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집니다;

사슴1: 사자다.

사슴2: 응 그래, 정글의 왕자 사자로구나… 에너지 음료를 마셔야겠다.

사슴1: 그래? 그러면 저 사자보다 빨리 뛸 수 있겠니?

사슴2: 사자보다 빠를 필요는 없어, 너보다 빨리 뛰기만 하면 돼.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광고 속의 대화이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첫 번째 사슴은 사자의 추격으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사자보다 빨리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사슴은 사자보다 빨리 뛰지 못한다 하더라도 첫번째 사슴보다만 빨리 도망가면 사자는 첫 번째 사슴을 잡아먹게 될 것이므로 자신은 살아서 도망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두 번째 사슴은 경쟁이라는 구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수많은 경쟁 속에 우리를 몰아넣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쳐 의식하지도 못한 채 경쟁에 휩싸이게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하루하루를 경쟁 속에서 살고 있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경쟁에서 이기려면 경쟁의 본질과 경쟁 상대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승리를 위한 전략을 짜야 합니다. 위의 에너지 음료 광고에서 사슴2는 경쟁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슴1은 경쟁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조차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인간적인 감성으로는 사슴1은 순진하고 착해 보입니다. 그리고 사슴2는 영악하기 이를 데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순진하고 착하기만 하여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마냥 순진무구한 언어로 사람들을 현혹합니다. 인간적인 감성에 호소하면서, ‘아름다운 ~’, ‘사람이 ~’ 등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각종 슬로건을 내걸고,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여야 한다고 목청을 높입니다. 그러나 막상 집권하고 나면 자신의 주변 인물 또는 자신의 진영에 속한 사람들에게 각종 이권을 남발하면서 (관련기사: 태양광 사업 리베이트- 지자체와 업체_electimes.com_2021. 6. 15.)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관련기사: ‘탈원전’ 정책에 멀쩡한 나무 249만 그루 잘려나갔다_insight.co.kr_2021. 7. 21.) 입으로는 순진무구한 슬로건을 외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경쟁의 구조와 경쟁상대를 꺾을 전략이 가득하였던 것입니다. 경쟁을 멀리하는 듯한 정치구호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한낱 도구에 불과하였던 것입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유발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학생들을 학력 기준으로 줄 세우기 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교직원 노동조합의 경쟁 기피입니다. (관련기사: "기초학력진단 반대"_전교조, 서울교육청서 농성_newsis.com_2019.11.26.) 학생들에게 경쟁을 시키지 않고 밝게 자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론은 얼핏 듣기에는 매우 교육적이고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그들은 경쟁사회 속에 내몰리고 자신의 능력과 실력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경쟁 상대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그들이 받은 교육을 각자 어느 정도 소화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 알아보고 경쟁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확인 과정을 학력에 따른 학생들의 줄 세우기라고 이름 지으며 반대하는 교직원들이 있습니다. 교직원들도 나름대로 생각을 하였을 것이고 교육에 대한 철학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저의 관찰과는 많이 다르고 그들의 주장을 제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교육을 마치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영원히 경쟁이 없는 사회에서 살 수만 있다면 경쟁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학생들에게 경쟁에서 이겨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한다면 이는 비교육적이고 학생 교육을 망치는 처사라고 비난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적당한 시점부터 적절한 교육을 통하여 이 사회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경쟁을 이해하고 경쟁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여 경쟁에 이길 전략을 갖추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하였던 금융기관에서는 경쟁사라고 여겨지는 회사의 실적과 자기 회사의 실적을 비교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는 전의를 불태우는 전략회의를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는 같은 보험회사끼리, 저축은행은 저축은행끼리 경쟁을 하며 서로의 실적과 상대방의 실적을 비교하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런데 경쟁상대는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경쟁 상대가 갑자기 바뀐 가장 극명한 사례는 아이폰의 출현이었습니다. 2007년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거의 모든 주요 휴대폰 제조회사들은 선두주자 노키아를 목표로 실적과 신상품, 판매 채널, 시장분석, 마케팅 전략 등을 분석하고 경쟁에 날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전혀 경쟁 상대로 여기지도 않았던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애플사가 아이폰을 들고 나타나서 시장을 장악하고 단숨에 선두 주자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휴대폰 제조회사들이 가지고 있던 경쟁의 구조에 대한 인식, 경쟁 상대, 경쟁 전략 등이 몽땅 한꺼번에 뒤집히고 바뀌었습니다. 10 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다시 많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애플의 아이폰을 경쟁 상대로 제품 전략, 시장 전략 등을 세워 나갑니다. 경쟁의 구조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바뀌었고 그것을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다 인지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경쟁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경쟁 상대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맨 처음에 언급하였던 사슴 두 마리가 사자와 맞닥뜨렸을 때 두 마리의 사슴은 서로에게 경쟁자입니다. 사슴2는 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였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 경쟁에서 사슴2가 사슴1보다 빨리 도망가서 사슴1이 사자에게 잡혀 먹히고 나면 사슴2는 새로운 경쟁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누군가 새로운 경쟁자를 사자의 먹이 희생물로 만들고 다시 경쟁에서 이겨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GM과 포드가 거의 양분하다시피 하였으며 GM이 조금 더 시장을 크게 차지하고 크라이슬러 (Chrysler)자동차가 3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일본 자동차들이 조금씩 미국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러나 GM과 포드는 일본 자동차를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GM 공장의 근로자들 주차장에는 커다란 글씨로 ‘GM workers never buy a Ford.’ (GM 노동자들은 포드 자동차를 사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가면 그 간판 아래에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but a Toyota.’ (그 대신 토요타를 산다.)라고 낙서해 놓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이 낙서를 눈여겨 보지도 않았고, 어쩌다 이를 본 노동자들은 크게 웃으면서 마음 속으로 ‘감히 토요타 따위가…’ 라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GM 에게는 포드가 경쟁 상대이지 토요타는 아니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은 미국의 자동차 시장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2020년 매출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은 GM 17.3%, 포드 13.8% 이지만 토요타 또한 14.4% 를 차지합니다. GM 보다는 시장점유율이 크지 않지만 포드보다는 더 큰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2020 U.S. Auto Manufacturer Sales Figures | GCBC ) 참고로 포드 다음으로는 퓨조, 씨트뢴, 크라이슬러, 짚 등을 보유한 스텔란티스 (Stellantis, https://www.stellantis.com) 계열사가 12.4%, 일본의 혼다가 9.1% 입니다. GM의 입장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포드만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확연합니다.

1980년대 말 일본 자동차의 약진에 분노하던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정부에게 일본 정부를 압박하여 일본에서도 미국 자동차를 수입하도록 만들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에 돌아온 일본 자동차 회사의 대답은;

일본은 자동차가 좌측통행을 하므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나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하여 수출용 자동차는 운전석이 왼쪽에 있도록 만든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단 한 대라도 일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차를 생산하는가? (금요일모닝커피 2014. 9. 19. 참조)

이 한 마디에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의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경쟁 상대를 누르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가지고 있었으나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일본 자동차 회사와의 경쟁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려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만 갑니다.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서는 좀 더 정확한 상황 분석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lting Pot - 2021. 8. 20.  (0) 2021.08.20
통계의 미학- 2021. 8. 13.  (0) 2021.08.13
상상 속의 미래- 2021. 7. 30.  (0) 2021.07.30
브랜드 이름 - 2021. 7. 23.  (0) 2021.07.23
지역 금융- 2021. 7. 16.  (0) 202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