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지역 금융- 2021. 7. 16.

jaykim1953 2021. 7. 16. 05:38

토쿄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각국의 선수들이 속속 일본의 수도 토쿄로 모여든다고 합니다. 올림픽 경기는 일종의 국가 대항전이어서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 국가 대표선수입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선수들 각 개인에게도 커다란 영광이지만 각 나라의 국민들도 이러한 스포츠 경기를 통하여 애국심을 고취하게 됩니다. 과거에 냉전 시대에는 이러한 스포츠 내셔날리즘 (sports nationalism) 아래에 국가가 주도하는 경기력 향상 프로그램을 통하여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상승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구 소련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과 동독이었습니다. 과거 동독은 엄청난 스포츠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스포츠 내셔날리즘에서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태릉 선수촌을 1970년대에 지어서 국가 대표선수의 훈련장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이라고 크게 다를 것이 없어서 각 지역 방송에서는 그 지역 출신의 올림픽 출전을 주요한 뉴스거리 가운데 하나로 취급합니다. 이곳 라스베가스에서는 심지어 한국의 박지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언급합니다. 라스베가스의 WNBA 여자농구팀 라스베가스 에이씨즈 (Las Vegas Aces) 선수 가운데 국가 대표로 뽑혀 토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이야기하면서 박지수 선수는 한국의 국가 대표팀으로 토쿄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스타급 스포츠 선수들은 자신의 출신 지역에 애향심과 단결을 고취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옵니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 말 IMF 금융 위기라고 불리는 경제적 어려움을 한창 겪고 있을 때에 골프의 박세리 선수와 야구의 박찬호 선수가 승전보를 전해 올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힘을 냈습니다. 1976년 몬트리얼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금메달을 레슬링 종목의 양정모 선수가 목에 걸고 귀국할 때에는 김포공항에서 시내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온 국민이 기뻐하였습니다. 그 전에는 1960년대 말 우리나라 여자 농구가 체코에서 세계 여자 농구선수권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하였을 때에도 그랬고, 김기수 선수가 장충체육관에서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를 판정으로 누르고 세계 챔피언이 되었을 때에도 시내에서 카 퍼레이드를 벌였습니다. (https:/금요일 모닝커피 2019. 4. 19. 참조)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 일요일 런던에서 있었던 영국과 이태리 사이의 유로피안 챔피언십 축구 경기에서 이태리가 승리하자 로마의 길거리에 운집해 있던 군중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느라 밤새 시내 거리를 누볐다고 합니다. 그리고 런던의 축구 팬들은 마치 초상집과 같은 분위기 속에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Italy crowned European champions after shootout win over England | Reuters)

스포츠 스타가 지역의 애향심과 단결을 촉발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미국에서도 각 지역에 이러한 움직임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 각 지역의 소식이 잘 전해지지 않아 세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내에서 각 지역의 방송을 보면, 자기 지역의 소식을 전하면서 자기 지역 안에 있는 마이너 리그 야구팀의 성적, 자기 지역 출신 스포츠 스타들의 근황을 일일이 보도합니다. 예를 들어 라스베가스 지역에는 아직은 메이저 리그 야구팀이 없습니다. (현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프랜차이즈를 라스베가스로 옮기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뉴스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메이저 리그 팀은 없습니다.) 라스베가스 지역의 마이너 리그 팀인 라스베가스 에이비에이터스 (Las Vegas Aviators)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Oakland Athletics) 소속 트리플 A 마이너 리그 팀입니다. 라스베가스 에이비에이터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지역의 방송사는 그 날의 경기 결과를 소상히 전해 줍니다.

그리고 라스베가스 지역 출신의 스포츠 맨 활약 소식을 전해 주기도 합니다. 금년부터 시애틀 매리너즈로 이적한 전 뉴욕 양키스 투수 폴 시월드 (Paul Sewald) 소식을 며칠 전 자세히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Mariners' Paul Sewald: Picks up second save - CBSSports.com) 그리고 TV 뉴스 말미에 폴 시월드 이야기를 한 번 더하면서 그가 라스베가스 출신이라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궁금하여 폴 시월드 선수를 검색하여 보았더니 라스베가스의 사립고등학교인 비숍 골먼 하이스쿨 (Bishop Gorman High School) 출신이었습니다. 2008년도 졸업생이었습니다. 라스베가스 소재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니 이 곳 출신이라고 보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한국의 유명 스포츠 선수 가운데에도 비숍 골먼 하이스쿨 출신이 있습니다. 2006년도에 이 학교를 졸업한 Inbee Park, 박인비 선수가 비숍 골먼 하이스쿨 출신입니다. 실제로 2016년 박인비 선수가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을 땄을 때에 이 곳 라스베가스 신문에 대서특필 되었었습니다. (관련기사: Bishop Gorman grad Inbee Park wins gold in golf - Las Vegas Sun Newspaper)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미국은 각 지역에 독립적이고 스스로 자긍심을 갖는 애향심이 만만치 않습니다. 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경제적인 분야에서도 그렇습니다.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프랜차이즈점도 영업이 잘 되지만, 각 지역에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식당, 커피숍, 상점 등이 적잖이 잘 운영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금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각 지역에 로칼 커뮤니티 은행들이(Local Community Bank)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저축은행급 은행도 있고 그 보다 조금 더 큰 은행들도 있습니다. 전국적인 은행들- Bank of America, JP Morgan Chase, Citi Bank 등도 이 지역에서 활발히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은행들은 지점 숫자도 상당히 많아 각각 약 40 개에 육박하는 지점들을 열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역의 커뮤니티 은행들은 아예 지점이 없는 경우도 있고 지점이 많아야 3~5 개 정도로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원 숫자도 많으면 200 명쯤 되지만, 적게는 50~60 명 수준의 소규모 은행들도 있습니다.

이런 은행들이 나름대로 영업 전략을 잘 짜서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비결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제일 먼저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 주의 특성입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연방정부의 세무 당국 (IRS, Internal Revenue Service)에 능동적으로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계약을 하지 않은 주가 두 개 주가 있습니다. 텍사스와 네바다입니다. 세무서에 세무신고를 제대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렇지만 세무 당국이 각 개인의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 검토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네바다 주는 텍사스 주와 마찬가지로 자기네 주에서 발생한 금융 거래에 대한 정보를 연방정부 세무 당국에 제출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범죄 혐의가 있어 영장을 발부받았다면 모를까 단순히 협조 차원에서 금융 기관이 연방정부의 세무 당국에 금융 거래 자료를 제출하지 않습니다. 전국적인 대형 은행들은 본점의 소재지가 네바다나 텍사스가 아니라면 연방정부에 금융 거래 자료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네바다에 본점을 두고 있는 현지 커뮤니티 은행들은 연방 정부 세무 당국에 금융 거래 정보를 넘기지 않습니다. 꼭 무슨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금융 정보가 세무 당국에 제공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모든 사람의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네바다 주 거주자는 로칼 커뮤니티 은행과의 거래를 선호합니다.

그밖에도 영업 전략에 부동산 모기지, 중소기업대출 (SBA loan)등 리스크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에 대한 집중적인 영업 등을 통하여 내실 있고 건강한 금융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네바다 현지의 로칼 커뮤니티 은행들의 커다란 장점입니다. 전국에 영업망을 갖춘 대형 은행들은 가급적 모든 업무를 기계화, 전산화하여 고객과의 대면 거래를 최소한으로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려 합니다. 그러나 커뮤니티 은행들은 보유 자산과 영업량이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사람의 손을 빌려서 작업하는 비중이 대형 은행에 비하여 아직도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고 은행 거래를 하기 원하는 나이 든 고객들에게는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대형 은행보다 커뮤니티 은행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일 모닝커피 2020. 9. 29. 참조) 금융기관이 활발한 금융 거래를 많이 일으키는 것도 영업 방법 가운데 하나일 수 있으나, 자신의 자산을 맡겨 놓고 생활비를 조금씩 인출해 꺼내 쓰는 노년층을 상대하는 영업도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괜찮은 영업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올림픽은 국가 대항전이지만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 대표 선수가 되기 위하여서는 자신의 고장을 대표하여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부터 좋은 기록을 내어야 합니다.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대형 금융기관도 필요하지만, 지역의 경제를 떠받치는 각 지역의 소형 커뮤니티 은행도 중요합니다. 라스베가스도 이러한 커뮤니티 은행들이 성공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곳들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