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브랜드 이름 - 2021. 7. 23.

jaykim1953 2021. 7. 23. 05:15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Covid 19의 신종 변형인 델타 변이(Delta variant)로 인하여 다시금 경계의 고삐를 조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도 없이 전국적으로 집합 인원의 제한을 4명까지만 허용하는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지방도 델타변이 비상…‘5인 금지’ 돌입_joins.com_2021.7.17.)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형은 영국에서 첫 변이가 발견되었고 이를 알파 변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그다음 변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견된 것으로 베타 변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다음으로 나온 변이가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입니다. 델타 이후 브라질에서 새로운 변이가 발견되었고 이를 감마 변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변이는 델타 변이입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델타 변이라는 이름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델타 항공사 (Delta Air Lines)입니다. 델타 항공은 자산, 이익, 시가 총액의 3 가지 기준에서 현재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입니다. 승객, 비행기 보유대수, 스케줄 등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조금씩 순위가 바뀌기는 하나 현재로서는 델타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사 (American Airlines)의 두 회사가 가장 큰 항공사로 각축을 벌이고 있고, 유나이티드 항공사 (United Airlines)가 이 둘을 바짝 쫓고 있습니다. 델타 항공은 2005년 파산 신청을 할 정도로 항공산업 전반의 어려움 속에서 크게 고전하였습니다. 그리고 2006년에는 US Airways로부터 적대적 M&A의 대상이 되어 공격을 받았으나 이를 성공적으로 방어해 냈습니다. 그리고 2008년 노스웨스트 항공사 (North West Airline)와 합병을 선언하였고 2010년에 합병작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델타 항공에 적대적 M&A를 시도하였던 US Airways 는 오히려 2015년 아메리칸 항공 (America Airlines)에 합병되고 말았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미국의 항공업계는 합종연횡이 이루어져 스카이 팀, 스타 얼라이언스 등 마일리지 공유 시스템 등을 통한 협력과 M&A 를 통한 이합집산으로 항공산업 전반에 크게 지각변동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어려움을 딛고 살아남았으며, 노스웨스트 항공과의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델타 항공은 미국 최대 항공사로 자라났습니다.

이러한 거대 항공사가 하필이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 종과 이름이 같아지면서 곤혹스러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관련 기사 Delta Air Lines, Meet the Delta Variant - WSJ, 7/15/2021) 이 기사를 보면 델타 항공의 CEO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델타 변이를 ‘그냥 변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We just call it the variant,” Delta CEO Ed Bastian said in an interview.)

그런가 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는 또 다른 기업이 코로나라는 이름 때문에 전전긍긍하였습니다. 코로나 맥주 (Corona beer)가 바이러스와 같은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코로나 맥주는 멕시코에서 생산되어 병 입구에 레몬이나 라임을 끼어 넣어 마시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 맥주입니다. 그런데 작년 초 중국의 우한에서 비롯된 폐렴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신종 질환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가 보도되었습니다. 그러자 코로나 맥주 측에서는 매우 곤혹스럽기만 하게 되었습니다. 하필이면 바이러스 이름이 코로나라고 불렸던 것입니다. (관련기사: Coronavirus Is Not The Corona Beer Virus_forbes.com_1/30/2020) 원래 코로나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관(冠)을 말한다고 합니다. 왕이 쓰는 왕관이나 금관 같은 머리에 쓰는 관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왕관 같은 것들을 보면 삐죽삐죽 한 장식이 관 둘레에 죽 드러나있고, 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런 관의 모양과 흡사하다 하여 이름을 코로나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맥주도 원래 이름을 지을 때에는 왕관이 씌워진 남달리 우수한 맥주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왕관- 코로나-라고 지었는데 엉뚱하게 바이러스와 이름을 나누어 갖게 되고 말았습니다.

델타 항공이나 코로나 맥주는 원래 이름은 나름대로 의미 있게 지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나중에 생긴 안 좋은 일들에 자기 회사 이름 또는 상품 이름과 같은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와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데 갑작스레 이름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델타 항공사나 코로나 맥주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진정되어 더 이상 코로나 또는 델타라는 명칭이 쓰이지 않게 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이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여서 사태를 일찍 수습할 방법도 없습니다.

기업의 이름이나 상품의 이름을 지을 때에는 전후좌우, 동서고금을 섭렵하며 혹여라도 의미가 잘 못 전달되거나, 엉뚱한 뜻으로 오해를 받을 가능성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 저의 칼럼에서 여러 번 지적하였으나 제가 본 이름 가운데 우리나라 시장에서 잘못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첫째는 ‘쿨 피스’ 라는 음료이고, (동원 쿨피스 _인터넷 쇼핑몰) 둘째로는 한 때 인전 공항에 붙여져 있던 ‘Give up’ 배너입니다. (관련기사: 인천공항과 함께 기부를 포기하자고? _chosun.com_2010.5.10.)

쿨 피스는 영문 이름이 Cool Pis라고 합니다. 그러나 스펠링에서 단지 S 한 글자만 차이 날 뿐 발음이 cool piss와 동일합니다. Piss는 영어로 오줌을 뜻합니다. 하필이면 ‘시원한 오줌’ 이라는 의미와 발음이 똑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좀 더 신중히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 음료는 원래 해태 음료에서 발매한 것이었으나 현재는 다른 기업에서 상표를 매입하였다고 합니다. 타 회사의 상품명을 매입할 만큼 브랜드 가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Give up은 배너를 내걸자마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즉시 내렸다고는 합니다만, 하필이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우리나라의 대표 관문인 인천 국제공항에 커다랗게 ‘포기합시다’라는 배너를 걸어놓고 한글로는 ‘기부 UP’ 이라고 써놓았던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10. 6. 참조)

우리나라의 금융기관 가운데에는 ‘한국’ 또는 ‘대한’ 이라는 이름을 쓰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영문 이름을 쓸 때에 대체로 ‘Korea’ 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마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기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증권회사와 합병이 되어 별도 법인으로 남아 있지는 않으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산 운용이라는 형태의 금융업을 시작한 곳은 1968년에 한국 투자개발 공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다가 1977년 이름을 바꾸면서 자산운용을 시작한 대한투자신탁(대투)과, 1974년 창립 때부터 자산운용을 시작한 한국투자신탁(한투)이 있습니다. 투자신탁 업무를 통하여 자산운용을 먼저 시작한 곳은 한투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문으로 Korea Investment Trust 라는 이름을 먼저 차지한 곳은 한투입니다. 대투는 결국 영문으로 Daehan Investment Trust 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영문 이름이 Korea 라고 되어 있으면 이는 우리말로 한국일 수도 있고 대한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영어로 Republic of Korea 이므로 대한 = Korea 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을 줄여서 한국이라고 부른다는 면에서는 한국도 Korea 라고 이름 지을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영문 이름이 개성 있게 지어질 뿐입니다. 한국 타이어는 영문으로 Hankook Tire 이고, 약 20년 전에 문을 닫은 한국종합금융(한국종금)의 영문 이름은 Korea Merchant Banking Corporation 이었습니다. 그리고 CJ가 인수한 이후 영문 이름을 CJ Logistics 로 바꾼 대한통운의 예전 영문 이름은 Korea Express 였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항공사의 이름에서 보았듯이 US Airways 라는 이름도 있었고, American Air Lines 도 있습니다. 마치 자기 회사가 자국을 대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느낌을 가지고 이름에 나라 이름을 넣는 것입니다.

대한~, 한국~ 등의 이름을 짓는 것은 나름의 애국심과 애사심을 고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맥주, 델타 항공과 같이 애써 잘 지어 놓은 이름도 애먼 코로나 바이러스와 델타 변이로 인하여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애매하게 지어진 이름은 소비자의 눈에 전혀 다른 의미로 보여질 수도 있고 마케팅에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잘 통용되던 기업의 이름, 상품명도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됩니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브랜드 파워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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