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친위 쿠데타- 2024. 12. 6.

jaykim1953 2024. 12. 6. 06:02

친위 쿠데타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영어로는 Self-coup 혹은 Loyalty coup이라고 합니다. Self-coup은 최고 지도자가 스스로 자신을 위한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을 말하고, Loyalty coup은 최고 지도자 측근이 최고 지도자의 정권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일으키는 쿠데타입니다. 친위 쿠데타의 특징은 대체로 정치적으로 후진국으로 치부되는 국가에서 일어나고 성공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경제력은 취약하지만 국력을 국방에 치중하면서 군대의 힘이 막강해진 나라에서 군대를 등에 업고 일으키는 친위 쿠데타는 대체로 집권층의 의도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과거의 나폴레옹, 히틀러 등이 친위 쿠데타를 통하여 독재의 권력을 잡을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972년 유신 혁명이라는 박정희 정권의 친위 쿠데타가 있었습니다. 20세기에는 이란, 파키스탄 등에서 친위 쿠데타가 있었고, 21세기 들어서는 터키 (튀르키에) 친위 쿠데타가 있었습니다. 이들 친위 쿠데타는 모두 성공하였습니다. 집권층의 집권 강도가 더 강력해지고 정적을 무력하게 만드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번 주 초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계엄령 발효는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친위 쿠데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A Coup, Almost, in South Korea-The New Yorker. 2024. 12. 4.)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계엄 발효는 불과 2시간 반 만에 종료되는 해프닝으로 결말이 나고 말았습니다. 친위 쿠데타라고 불리기에는 지극히 엉성하고 준비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거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쿠데타를 일으킬 때에는- 특히나 친위 쿠데타의 경우에는 치밀한 사전 계획이 필요합니다. 친위 쿠데타는 대체로 집권자에게 부여된 긴급 명령- 예를 들면 계엄령- 등을 발동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의 발생과 함께 전광석화와 같이 반대 세력과 잠재적 쿠데타 반대 세력을 진압하여 구금하거나 가택 연금 등의 방법으로 무력화시킵니다. 실제로 1972년 유신 혁명 때에는 야당 국회의원들을 전원 가택 연금으로 무력화시켰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3일 발령된 계엄령에서는 이와 같은 반대 세력에 대한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포고문으로 모든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반대 세력의 저항을 포고문 하나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인가 추측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계엄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계엄 포고문을 고분고분 따라줄 리는 만무합니다. 그 밖에 국회를 봉쇄하였다가 다시 풀어 주는 등 사전 준비 씨나리오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어설픈 계엄령이었습니다. (관련기사: 국회 출입 막았다가 풀었다가... 서울청장 지시 번복 덕에 국회 출입 가능- chosun.com-2024. 12. 5.)
결국 이날의 계엄령 소동은 성공하지 못한 친위 쿠데타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정치적인 파장은 차치하고라도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을 수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안 그래도 경제 무너지는데”…초비상 걸린 금융당국, 일단 돈 풀어 급한 불 끈다 - mk.co.kr- 2024. 12. 4.) 정치적 불안정은 그 나라의 경제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고 난 직후 우리나라의 외환 사정은 급격히 나빠졌고, 경제는 성장을 멈추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2016. 8. 5. 참조) 정치적 충격이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사례였습니다. 1980년 우리나라는 개발 계획 경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습니다. 무려 -6%의 하락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에 오일 쇼크 등 대외적인 여건도 우리나라에 적지 않게 불리하게 작용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우리나라를 둘러 싸고 있는 여건은 녹록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하루하루 경쟁 속에서 어렵게 싸워 나가고 있는 많은 경제 주체들에게 격려는 하지 못할 망정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놓고야 말았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금융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환율을 방어하는 데에 정부의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결국 재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모두 국가 재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은 매우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야만 할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누가, 왜 이런 상황을 초래하였는지 원망스럽다고 하여서 원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서 정신 차리고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하겠습니다. 환율은 단기적으로 한국 원화가 상당히 약세에 몰릴 것입니다. 아무리 정부에서 환율을 떠받치려 하여도 외환 시장 참여자들의 분위기를 되돌려 놓을 만큼의 여력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만약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하려고 한다면 1997년 우리가 겪었던 경제 위기- 소위 IMF 경제 위기-를다시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2. 12. 9. 참조) 며칠 동안은 환율을 방어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당분간 환율이 급상승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막을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이자율을 낮추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자율이 내려가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물가가 뛰게 되고 인플레이션을 걷잡을 수 없게 되어 결국에는 시장 이자율이 먼저 뛰어오르고 정부도 이자율 정책을 고이자율로 선회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가 썰물 같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권 시장은 한 동안 침체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증권 시장은 당분간 빠지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다시 상승세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 외적인 이유로- 특히 정치적인 이유로 증시가 침체하였을 때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반드시 가치를 되찾아 가격이 복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 증시가 침체할 때에는 주식 매수의 기회로 삼아도 장기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머지않아 2025년이 다가옵니다. 이 번 연말에는 경제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각오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새해가 밝아 오면 다시 희망찬 기운으로 우리나라의 경제가 다시 일어서게 될 것을 기대해 봅니다. 어려움을 겪어 보아야 상승세의 기쁨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경제와 금융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머지않아 극복이 되리라는 희망을 잃지 말고 참고 기다려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