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서 오늘도 지난 12월 4일 뉴욕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유나이티드 헬스 케어의 CEO 총격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어 있는 루이지 만조네(Luigi Mangione)는 명문 사립 고등하교를 졸업하고 아이비 리그(Ivy League) 가운데 하나인 펜실베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쳐 컴퓨터 사이언스 학위를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집안의 26살 청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기사: Luigi Mangione: the suspect in the shooting of UnitedHealthcare CEO- BBC.com- 2024. 12. 10.) 아이비 리그란 미국 동부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역사적으로 또 학문적으로 최고의 수준으로 인정 받는 8개의 대학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바드,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 브라운, 다트마우스, 코넬, 펜실베니아 등) 미국에서 아이비 리그 대학교를 졸업하였다는 것은 앞날이 기대되는 젊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루이지 만조네는 유나이티드 헬스 케어의 CEO를 향하여 권총을 발사하여 사살함으로써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의 범죄가 재판에서 인정되면 그는 상당한 기간을 감옥에서 보내거나, 혹은 종신형이나 사형까지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고의 명문대 졸업생에서 범죄자로 급락하고 만 것입니다.
아이비 리그의 졸업생이 무엇 때문에 유나이티드 헬스 케어의 CEO에게 권총을 발사하여 살해하였는지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합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기관에서 그의 범행 동기를 추측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What Motivated the UnitedHealthcare CEO Murder Suspect? -news.northwestern.edu - 2024. 12. 11.)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그의 필적으로 쓰인 단어들은 deny, defend, depose 등 부정적인 용어들이었습니다. 이런 단어는 흔히 보험 회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하려 하고 회사의 입장을 방어하려고 할 때에 사용하는 용어들입니다. 아마도 루이지 만조네도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상황에 격분한 것은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이지 만조네는 유나이티드 헬스 케어의 고객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What we know about Luigi Mangione- CBSNews.com- 2024. 12. 16.) 아마도 다른 보험 회사와의 갈등이 있는데 거대 보험사인 유나이티드 헬스 케어를 범죄의 대상으로 잡은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그런데 보험 회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하는 것은 보험 업무의 처리를 조금이라도 더 신중하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만약보험 계약자가 원한다고 하여서 아무런 심사 절차 없이 보험 회사가 보험금을 무작정 지급한다면 이는 보험 회사의 재무 상태를 나쁘게 만들기 십상이고, 보험 관련 범죄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보험이라는 상품은 고객이 보험료를 납부하고, 고객으로부터 보험금 청구가 있으면,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로 적립한 재원에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불합니다. 그런데 보험이라는 상품은 일반적인 예금과 달라서 고객이 무조건 보험금을 돌려받는 것이 아닙니다. 보험금은 지급하기로 계약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보험 회사가 지급합니다. 예를 들어 사망 보험금은 계약자가 사망하는 경우에 지급하고, 질병 관련 보험은 해당 질병이 발생하여야만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따라서 보험 회사에서는 계약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에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의 수를 확률적으로 계산하여 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합니다. 그리고 계약자가 보험에 가입하면 가입한 계약자가 해당 보험료 계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지를 검토합니다. 이를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라고 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과도한 보험금 지급의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서 취하는 조치입니다. 예를 들어 생명 보험에 가입하는 계약자가 건강이 매우 허약하여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수준이라면 보험 회사는 이런 가입자의 생명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망 확률보다 현저히 높은 사망의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험료를 특별히 높이 책정한다면 모를까 일반적인 보험료의 계산 방식으로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거부하게 됩니다.
또한 보험금 청구에 대한 심사(inspection)도 철저히 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운전자 보험은 보험 계약자가 운전을 하다가 발생하는 사고에 대하여 보상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탑승하였다가 사고가 났다면 이는 운전자 보험의 보상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지급을 요구한다면 보험 회사는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계약 조건과 사고 상황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심사를 통하여서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막고, 다른 계약자들의 보험 계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 단순한 티눈을 빌미로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보험 계약자가 재판을 통하여 보험금 지급이 취소되었습니다. (관련기사: ‘티눈’으로 보험금 30억원?…보험 18건 가입·냉동응고술 수천 회-segye.com_ 2024. 12. 16.) 5개 보험 회사에 18 건의 보험을 가입하여 티눈을 빌미로 수 천 회에 이르는 시술을 받고 30억 원의 보험금을 청구하였던 것입니다. 재판에서 과다 보험금 청구와 지급 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보험 계약 가입 등이 인정되면서, 이 사람은 법정에서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사례는 일단 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나, 보다 바람직하기로는 과다한 보험금이 지급되기 전에 심사 단계에서 이러한 행위가 걸러졌더라면 더욱 바람직하였을 것입니다.
보험금을 청구하는 계약자의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 회사에서 즉시 지급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보험 회사는 보험금 청구에 대한 심사를 철저히 하여야 합니다. 고객 편의를 위하여서는 보험금 지급을 신속하게 하여야 하나, 부적절한 보험금 지급을 막기 위하여서는 철저히 심사하여야 합니다. 빠른 보험금 지급과 부당한 보험금 지급의 방지 사이에서 보험 회사는 곤혹스러운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보험 회사와 보험 계약자의 이렇게 다른 입장 때문에 계약자는 불만을 토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 회사는 보험금 지급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보험회사는 가급적 보험금 심사를 신속히 처리하여 보험금이 빨리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계약자는 이러한 보험 회사의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좋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영원히 다가설 수 없어 보이기도 하는 보험 회사와 보험 계약자의 입장 차이가 이번 사건의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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