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 (뉴욕 시간) 뉴욕 한 복판에서는 미국 거대 건강 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 헬스 케어(United Health Care)의 대표이사(CEO)인 Brian Thompson이 두 발의 총을 맞고 사망하였습니다. 범인은 주변의 CCTV에 찍혀서 즉시 수배가 되었으나 범행 즉시 뉴욕시를 벗어났다고 경찰은 발표하였습니다. (관련기사: UnitedHealthcare CEO suspect may have taken bus to New York- cnbc.com- 12/5/2024) 그리고 지난 월요일 사고 현장에서 230 마일 떨어진 펜실베니아 주(州) 알투나(Altoona)라는 도시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범인이 잡혔습니다. 아직 경찰이 수사중이어서 범행의 동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범인이 주변 포장지에 남겨 놓은 “Deny(부인, 否認)” “Defend(방어)” “Depose(면직)” 등의 단어는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에 소비자가 흔히 경험하는 불만스러움을 드러내는 단어입니다. 그로 추정하여 보건데, 보험사의 일 처리에 대한 불만이 이 번 살인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Suspect in killing of health care CEO faces 5 charges - CNN.com- 12/9/2024)
이 사건을 접하자 저의 머릿속에는 40여 년 전의 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그 당시 Bank of America의 본점에서 근무하던 1983년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몇 달에 한 번씩 불시에 건물 전체에 보안 교육을 하였습니다. 때로는 소방 훈련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그 당시 Bank of America 본점 건물은 우리나라 대연각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타워링 인퍼노’ (Towering Inferno- 1974년 영화, The Towering Inferno (1974) - Trailer 참조)를 촬영한 장소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6. 9. 참조) 그 영화 속에서는 Bank of America 본점 건물을 특수 효과로 실제보다 2배 더 높은 약 100층에 육박하는 건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의 완공 기념행사를 진행하는 도중 화재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그 건물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공연히 화재에 대한 공포가 더 컸던 것입니다. 따라서 화재 예방 훈련을 하게 되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였습니다.
그리고 화재 예방 훈련뿐 아니라 각종 보안에 관련된 교육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요즘과 같은 첨단 보안 장비가 갖추어지지 않아 건물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손쉽게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일부 층에는 엘리베이터 앞에 리셉셔니스트가 앉아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층도 많았습니다. 제가 일하는 층에도 리셉셔니스트는 없고 엘리베이터에서 사무실쪽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비서와 직원들이 몇 사람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보안 요원에게 연락하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보안 교육 가운데 CEO 경호에 대한 내용도 일부 알려 주었습니다. 그 당시 Bank of America의 행장은 Sam Armacost 라는 분이었습니다. 이 분의 사무실이 있는 층은 일반 직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으며, 행장 사무실은 2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 알려 주었습니다. 행장이 사용하는 2개 층 가운데 한 층은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으며, 행장을 수행하는 보안요원만이 평소에 서지 않는 행장 사무실의 층에 엘리베이터를 세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행장이 1층 현관으로 들어서면 보안 요원은 행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열고 행장을 호위하여 행장의 사무실로 직행하도록 도와주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장이 사용하는 차량은 똑 같은 차량이 2대가 움직인다고 하였습니다. 2 대 가운데 어느 차에 행장이 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며, 행장의 차 2 대 앞에 차량 한 대, 그리고 뒤쪽으로 또 한 대가 경호를 하여, 행장이 움직일 때면 총 4 대의 차량이 움직인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행장을 경호하는 이유는, 당시 설명하는 보안 요원에 의하면, 미국 사회에는 하도 ‘crazy man’이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여 주었습니다; 어느 한 농부가 Bank of America에서 1년짜리 농경 대출 (crop financing)을 받았는데, 마침 그 해에 지독한 가뭄을 겪으면서 수확이 평년의 반도 안 되게 흉년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농부는 가을 수확 후에 대출의 상환 자금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다름 해에 다시 농경 대출을 받으려고 하니 그의 신용등급이 낮아져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대출이 막히자 농작물 종자(種子)를 구입할 수 없게 되고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가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2 – 3 년을 지내다 보니 집안 재정이 거덜나고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농부는 자신이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렵게 된 것이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트랙터를 몰고 자신이 거래하던 은행 지점으로 쳐들어가 은행 지점 사무실을 엉망으로 짓뭉개어 놓았습니다.
또 한 가지 사례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오일 쇼크가 닥치면서 기름값이 오르고 이자율도 상승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자 은행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은행에서는 담보로 잡아 두었던 건물을 헐 값에 처분하여(short sale) 대출을 강제로 상환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부동산 개발업체는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의 행장실에 뛰어들어가 총을 난사하였습니다.
이런 실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은행의 지점장도, 은행장도 신변의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은행 차원에서 은행장의 경호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1983년 즈음에는 레이거노믹스 아래에서 아직도 이자율이 두 자리 숫자에 이르던 시절이었습니다. 1979- 1980년부터 치솟기 시작한 달러 이자율은 한 때 20퍼센트를 넘어서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높은 이자율에 신음하는 채무자들의 숫자가 늘어났고,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들은 은행을 원망하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은행장이라던가 또는 은행의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보복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도 대형 은행의 CEO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경호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요즘의 건물에는 첨단 보안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섣불리 외부인들이 출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CEO에 대한 경호는 과거에 비하여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범죄도 더 지능적이고 흉포(凶暴)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경호도 더욱 엄중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유나이티드 헬스 케어 CEO의 사건을 보면 CEO혼자 아무런 보안 조치 없이 혼자 걸어 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동안 별일 없었으니 경계심이 느슨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1983년 Bank of America에서 받았던 교육 도중에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오늘 아침에 사고를 당하여 죽은 사람도 어제까지는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왔다.”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다고 방심하여서는 안 되고, 항상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하여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주 전 땡스기빙 데이 휴가철을 맞아서 저는 쌘프란씨스코 지역으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 곳에서 구글(Google) 본사와 애플 본사를 방문하여 구경하였습니다. 두 곳 모두 최첨단 IT 기업 답게 보안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특히 애플 본사에서는 그들의 R&D 쎈터인 인피니트 루프(Infinite Loop)이라는 곳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둥그런 링 빌딩(Ring Building)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연구소를 차려 놓았습니다. 그 연구소의 이름이 인피니트 루프인데, 그 곳은 직원이라 하더라도 인가를 받은 사람만이 출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 뿐 아니라 외부에서의 관찰에 대한 보안을 위하여 주변에 나무를 심어 관찰이 용이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고, 주변에 높은 건물을 짓지 않아 외부에서 그 건물을 잘 관찰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연구소 건물에는 일정한 거리 이내로 접근이 안 된다고 합니다. 특별한 기계를 사용하여 연구소 내부의 움직임이나 정보를 캐낼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제는 최첨단의 각종 장비가 발달하였습니다. 산업 정보의 보안도 한 단계 더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산업정보에 대한 보안도 게을리 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울러 주요 인물- CEO 등에 대한 보안도 한층 강화 되어야 하겠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렁에 빠진 중국 경제? - 2024. 12. 27. (3) | 2024.12.27 |
---|---|
보험 회사의 딜레머- 2024. 12. 20. (1) | 2024.12.20 |
친위 쿠데타- 2024. 12. 6. (4) | 2024.12.06 |
승차 공유 & 마이데이터 - 2024. 11. 29. (1) | 2024.11.29 |
法 대로? - 2024. 11 22. (1) | 2024.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