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초에는 새정부 들어서서 첫 사면이 발표되면서 세상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성금을 유용한 파렴치범, 자녀 입시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 등이 무더기로 사면되면서 여러 여론이 비등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조국 30%만 복역…충분한 책임 졌는가” 시민단체들, 사면 비판-chosun.com- 2025. 8. 13.) 그런데 이와 더불어 소위 신용 사면(信用 赦免)도 단행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신용 사면도 324만명… 5000만원 이하 연체 이력 지운다- chosun.com - 2025. 8. 12.) 324만 명의 과거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하는 사면을 행하였다는 것입니다. 신용 사면이라는 듣기에도 생소한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신용 사면이라는 단어는 최근 들어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마도 사용된 지 1 년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어 사전에는 당연히 등재되어 있지 않은 단어입니다. 정치권에서 새로이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신용 사면을 통하여 5천만 원 이하의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신용 사면은 이미 지난 해에 시행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2000만원 이하 코로나 연체, 5월까지 돈갚으면 '신용 사면' | 중앙일보- 2024. 1. 15.) 신문 보도는,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단행된 신용 사면 대상자의 경우 개인의 신용평점은 평균 31점 상승(653점→684점)했고, 개인사업자 신용평점은 평균 101점 상승(624점→725점)한 바 있다.’ 라고 합니다. 신용 사면의 결과 신용평점이 상승하였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신용평점이 상승하면 신용도가 상승하였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이 신용평점을 높이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31점씩이나 단숨에 상승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불가능에 가까운 신용평점 상승을 단칼에 해치웠습니다. 연체 기록을 없애버려서 개인의 과거 신용 조회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연체 기록이 없어졌다고 하여서 개인이 신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연체 기록이 없어진 개인의 과거 기록을 보지 못하여 신용등급을 산정할 자료가 부족해진 것이지 실제 신용이 좋아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과거 기록이 없어져서 과거의 신용 거래 상황을 확인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금융기관에서 신용 평가를 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를 봅니다. 첫째는 금융 거래를 이행하려는 의지(willingness)이고 두번째로는 금융 거래를 이행할 능력(capacity)입니다. 신용 거래 상대방의 이행 의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통적으로 의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과거의 신용거래 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신용거래 실적을 볼 때에 오래된 과거보다는 가까운 과거의 기록에 더 비중을 두고,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함께 고려하여 검토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경제 부진이라던가 공황 또는 금융 위기 등의 정황을 고려하여 비중을 두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신용 사면에서는 과거의 연체 이력을 아예 지워버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 신용 관리를 잘 하여 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신용관리를 하는 것은 금융 거래를 하면서 스스로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면서 약속을 지키고 이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과 아무런 차별을 두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면 신용관리를 철저히 해 온 사람들의 비용과 시간과 노력은 쓸데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과거에 신용 불량의 경력을 남긴 사람들이 전반적인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연체 등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신용 사면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은 신용불량자들 뿐이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사람들이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이를 극복하고 신용 상태를 잘 유지하여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기관들은 현정부로부터 여러가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배드뱅크 이어 교육세 인상…전방위 압박에 금융권 '좌불안석'- yna.co.kr - 2025. 8. 10.) 이 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부채 탕감부터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펀드 참여, 교육세율 인상까지 금융권을 향한 정부의 상생 압박”이 금융기관에 가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금융기관에 각종 부담을 지우면서,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영업행위에 어려움이 초래되는 신용 사면까지 단행하게 되면 금융사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너무나도 자주 신용 불량자에 대한 사면과 기록 말소가 주어졌습니다. 이번의 조치가 있기 전에도 이미 만은 신용 사면 조치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있었던 신용 사면 가운데 주요한 것들만 일부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도 | 대통령 | 주요 사면 내용 |
| 1997–2001년 | 김영삼 → 김대중 | IMF 시기 연대보증 신용불량자 대상 정보 삭제·채무 감면 등 구제 조치 |
| 1999, 2001년 | 김대중 / 노무현 | 과거 연체 기록 삭제 및 신용불량자 명단 제외 조치 |
| 2013년 | 박근혜 | IMF 이후 신용불량자 및 신용등급 사면 추진 |
| 2021년 | 문재인 | 연체금 2,000만 원 이하 신용불량자 200만 명 이상 기록 삭제 지시 |
| 2024년 | 윤석열 | 코로나·고금리 대책, 연체금 5,000만 원 이하 완전 상환자 약 324만 명 신용기록 삭제 지원 조치 |
너무 자주 신용 사면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채무 감면 조치는 금융기관에게 재정적인 부담을 지우기도 하였습니다. 금융산업에 대한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니나라에서 금융 산업이 제대로 일어서는 것이 정말로 힘들어 보입니다. 언제나 금융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산업을 보호하는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려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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