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금융 중심지- London or New York?- 2012. 8.17.

jaykim1953 2012. 8. 17. 09:06

최근 신문 기사에서는 영국과 미국 사이에 금융 중심지로서의 자존심 싸움 한 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관련기사: 금융허브 기싸움) 일부 언론은 이를 금융 전쟁이라고까지 표현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월가:씨티 금융전쟁)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 차터드(SC: Standard Chartered)가 결국은 미국 뉴욕주에 $34천만의 벌금을 내면서 사태를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는 듯 합니다. (관련기사: wsj. SC $340 million. 8/16/2012, 3억4천만불 벌금_2012.8.16.) 결백을 주장하는 자존심보다는 수익을 내기 위한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실리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의 진행을 살펴보면, 먼저 지난 8 7일자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 기사에서 영국계 SC가 이란과 금융 거래를 하였다는 보도로부터 시작합니다. (관련기사: 2012/08/07_SC fights charges-Iran) 이란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의 반 핵무장 제재의 대상으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입니다. 더욱이 미국 법정에서의 분위기는 은행들이 피의 사실이 있을 때에 무죄가 판명되기 전까지는 일단 유죄일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지난 금융 위기 때에 은행 경영진들이 우물쭈물 변명을 해대며 사태를 악화시킨 전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전직 주 유엔 미국대사인 마크 월러스 (Mark Wallace)가 이끄는 이란 핵 반대 연합 (U.A.N.I.: United Against Nuclear Iran)이 지난 5 SC에게 무혐의 판명(a clean bill of health)을 주었으나, 아마도 일부 로비가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8 8, 뉴욕 주() 금융국 (金融局, DFS: 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s) 감독관(superintendent)인 벤자민 로스키(Benjamin M. Lawsky) SC를 불량기관(不良機關)- “rogue institution”이라고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였습니다. (관련기사: 2012/08/08 StandardChartered case)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이 몰려 있는 월 스트리트의 존재로 인하여 그 위상이 다른 어떤 주()의 금융국과는 다르다고 하나, 일개 주의 금융국이 세계적인 금융기관에게 불량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여 비난하고 불과 9일의 여유를 주고 8 15일까지 청문회에 나와 해명할 것을 명령하는 것은 조금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이란의 금융기관과 했었던 $25백억에 달하는 국제적인 금융 거래를 해명하라는 것입니다. 결론은 청문회 직전에 SC가 굴복하고 벌금을 내면서 사태가 종결되는 듯 합니다.

8 8일자 인터넷판 월 스트리트 저널에는 미국에서 영국 금융기관을 비난한 데에 대한 영국의저항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wsj_8/8/2012_UK backlash) 영국의 정치가들과 은행가들이 그 동안 흔치 않았던 역공(counter attack)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치가들은 이번 사태를 지난 6월에 있었던 바클레이즈(Barclays)은행의 LIBOR 왜곡, 7월에 있었던 HSBC은행의 마약 거래범들의 자금세탁 연루 등 일련의 사건을 이슈화한 것과 같은 흐름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중앙은행(Bank of England) 총재가 미국의 FED 의장에게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자신과 사전에 협의하여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사전에 언론에 혐의 내용을 공표하는 일은 삼가 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미국의 금융당국이 어떠한 사전 의도가 있었으리라는 판단은 하지 않는다” (I don’t judge my colleagues or others in the United States as having any such intention.) 라는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런던 시장이 스펙테이터 (Spectator: 영국의 주간지)에 쓴 글을 보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영국 사람들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The move is starting to shade into protectionism. You can’t help thinking it might actually be at least partly motivated by jealousy of London’s financial sector- a simple desire to knock a rival center.” (이번 움직임은 보호주의로 들어가려는 시동이다. 금융 중심지로서의 런던에 대한 질투심- 경쟁자를 쓰러뜨리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이 적어도 부분적인 동인(動因)일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금융 중심지로서의 런던을 경쟁자로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당연히 뉴욕입니다.

금융 중심지- financial center-라는 자부심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일까요?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화 해가는 추세 속에서 조금은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으나 런던과 뉴욕의 자존심을 놓고 벌이는 한 판 승부는 지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론 재미 있기도 합니다.

뉴욕의 금융 중심지는 월 스트리트(Wall Street)입니다. 월 스트리트에 관하여서는 지난 5 25일 제가 쓴 금요일 모닝커피(http://blog.daum.net/jaykim1953/66)에서 설명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응(?)하는 런던의 금융 중심지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 보겠습니다. 런던의 금융 중심지는 지하철 역인 Bank Station 주변입니다. Bank Station은 우리 말로 뱅크 스테이션이라고 쓰고 싶기는 합니다만, 실제로 런던에서는 모두들 방크 스테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스테이션도 살짝 스타이션비슷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방크 스테이션 바로 앞에는 영국의 중앙 은행인 Bank of England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런던 증권 거래소 (London Stock Exchange)도 있습니다. ‘방크스테이션이 의미하는 방크Bank of England입니다. Bank라고 불릴 만한 은행은 세상에 Bank of England이 첫 손가락에 꼽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또 런던 사람들은 런던의 중심가를 더 씨티’ (the City) 라고 부릅니다. 무슨 씨티냐고 되물으면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더 씨티 오브 런던’ (The City of London)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도시라고 불릴 만한 도시는 이 세상에 런던뿐이라는 오만함(?) 내지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더 씨티에는 많은 금융기관이 몰려 있고, ‘더 씨티안에서도 방크스테이션 주변에는 Bank of England뿐 아니라 다른 영국계 은행들의 본점(headquarters)이 있습니다. ‘방크스테이션에서 한 블록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불과 몇 달 전 LIBOR 왜곡으로 인하여 지탄을 받았던 바클레이즈(Barclyas) 은행의 본점이 있고, ‘방크스테이션에서 조금 북쪽 Moorgate Station (무어게이트 스테이션, 그러나 제 귀에는 런던 사람들이 무어가이트 스타이션이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방향으로 올라가면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 본점이 나옵니다. 이번에 뉴욕 주가 이란과의 거래를 문제 삼았던 바로 그 은행입니다.

그러면 뉴욕의 월 스트리트와 런던의 중심가인 더 씨티를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일단 금융관련 기업의 숫자는 월 스트리트가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소규모 증권 브로커, 프롭 트레이딩 (prop trading: proprietary trading, 자기 계정 매매) 하우스, 사금융(私金融) 등 소규모의 금융 관련 기업이 월 스트리트 주변에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쉽게 상상하는 금융기관- 은행, 증권, 보험, 자산 운용 등- 이라면 더 씨티의 방크 스테이션 주변에 오히려 더 많을 것으로 보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전세계 국제 금융의 중심지로서는 런던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1986 영국은 일찍이 금융 규제를 모두 풀면서 소위 빅뱅(Big Bang: 영국의 금융 시스템이 고전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든 deregulation 조치를 이르는 말.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을 이르는 말이 아님) 효과로 인하여 금융 거래가 폭증하면서 금융 종사자와 거래 금액이 더욱 늘어 났습니다. 뉴욕의 증권거래소(NYSE: New York Stock Exchange)도 유로넥스트(Euronext)와 합병하는 등 덩치 키우기에 주력하였으나 아직까지는 런던이 뉴욕보다는 금융 중심 센터로서 앞서 있다는 런던의 자부심이 있었으며, 이번 사태는 이러한 상황을 뒤집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 런던의 시각입니다.

런던과 뉴욕의 두 도시 중 어느 쪽이 더 규모가 크다고 하여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자존심을 앞세우다가 감정적인 충돌이 있었고, 영업을 통한 수익이 필요한 영국의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이 실리를 택하면서 사태가 마무리 된 것으로 보입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의 대열에 서게 되는 날이 오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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