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2012년 12월 12일, 12/12/12 로 12가 세 번 연거푸 이어지는 날이었습니다. 앞으로 또다시 이런 날이 오려면 2101년 1월 1일이 되어야 01/01/01이 된다고 합니다. 12/12/12, 바로 이 날 북한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급의 로켓을 쏘아 올려 우리나라 주변의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 국방과 안전보장에 커다란 위협이 되었습니다. 국력을 키워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국력(國力)이란 국방, 외교, 경제, 문화의 4 가지라고 합니다. 국방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싸움’을 잘 해야 나라를 지키는 것에 다름 없습니다. 외교 또한 주변국가들과 ‘사이 좋게’ 지내야 내 편을 들어주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그 것이 곧 국력으로 반영된다고 합니다. 그 다음이 경제인데, ‘돈’이 있어야 무기도 살 수 있고 전쟁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 후진국은 문화 선진국을 무력으로 점령하여도 오히려 역지배(逆支配) 당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전세계 무대에서 소위 G2 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을 비교해 보면, 국방력은 아직 미국이 상대적 우위를 보인다고 하고, 외교력에서는 오히려 중국의 만만디(漫漫的) 고집스러움에 성급하고 인내심 부족한 미국이 많이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 순서를 바꾸어 문화를 살펴 보면, 중국은 문화의 발전을 위하여 문맹(文盲)을 퇴치하려고 한자를 알기 쉽게 간자체(間字體)로 바꾸어 문맹률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이 경제인데, 아시다시피 중국은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수출 드라이브에 의존하여 1960년대의 우리나라처럼 무엇이든 만들어 내다 파는 형국입니다. 전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Made in China) 물건이 없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중국은 조금씩 조금씩 미국이 누리고 있는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 위치를 넘보고 있습니다.
2주 전 금요일 11월 30일 아침 (미국 시간으로는 11월 29일 오후)월 스트리트 저널 인터넷 판에 실린 기사 가운데 ‘China Finds a Friend on the Outside ‘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WSJ_11/29/2012_Yuan+Rand) 번역하면 ‘중국은 바깥 세상에서 친구를 찾는다.’라는 표현입니다.
기사의 내용은 중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 두 나라 사이의 무역 거래에서 결제 통화로 미국 달러화가 아닌 중국 ‘위안’ (元)화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랜드’ (rand)를 직접 교환하여 결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그 동안 자국 통화인 ‘위안’을 받아주는 국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위안”은 일명 ‘렌민비’ (renminbi: 人民币, 人民幣)라고도 불립니다. 중국 위안화는 중국 중앙은행이 고시하는 공식 환율에 의존하는 일종의 관리 환율 (managed float) 체제의 통화입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는 그 동안 중국의 이러한 관리 체제에 불만을 토로하며 위안화가 과소 평가되어 있으니 평가 절상하여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NY Times.6/1/2012_China_currency)
다른 언론에서는 거의 취급하지 않았으나, 지난 29일의 월 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이 기사는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을 보도한 것입니다. 바로 세계 기축 통화 (Global Reference Currency)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도전이 현실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경제에서 사용되고 있는 결제 수단으로는 현재까지는 단연코 미국 달러화가 첫 손가락으로 꼽히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국제 결제 수단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록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거래에 한정되었다고는 하나 미국 달러화가 배제된 국제 무역 거래의 결제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미국 달러화가 그 동안 세계 기축 통화로 자리 잡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미국이라는 나라의 신용도를 높이 평가합니다. 비록 수 개월 전에 일부 신용 평가사들이 미국이 발행한 국채의 신용도를 AAA에서 AA+로 한 단계 평가 절하하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현실적으로 전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안전 자산으로는 미국의 국채가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는 풍부한 수요와 공급입니다.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의 무역 적자와 재정적자에서 기인합니다. 미국의 무역 적자로 인하여 매달 수십억 달러의 돈이 미국으로부터 미국 이외의 국가로 지불됩니다. 지난 9월 미국의 무역 적자가 예상치인 $4백 5십억보다 작은 $4백 1십5억 5천만이라는 사실에 미국 경제가 고무되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NY Times 11/9/2012_US_trade_deficit_narrows) 무역 적자가 나는 만큼 미국은 달러화를 외국에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하여 발행하는 미국의 재정증권을 해외 투자자들이 매입합니다.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달러화 공급원은 미국의 무역 적자로 해외로 지불된 달러화이며, 이 달러 자금으로 다시 미국의 재정증권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들어서 매년 $ 1조를 초과하는 재정적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관련자료: US_federal_deficit) 알려진 바로는 현재의 미국 공공부채 규모는 약 $11조 5천억에 육박하며 이는 미국 GDP의 72% 수준입니다. (*주: GDP 대비 공공부채 규모; 독일 83%, 프랑스 86%, 영국-2011년- 63%)
통계 수치만 보면 미국의 경제는 마치 외줄 타기 곡예를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자기 나라의 통화로 수입 대전을 지불하고, 부족한 재원을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하는데 그 채권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가들이 수출대전으로 거둬들인 달러화로 매입합니다. 지난 2012년 7월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재정증권의 규모는 $1조 1천 5백억으로 최대 미국 재정증권 보유국이며, 그 뒤를 이어 일본이 $ 1조 1천 1백 7십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WSJ_9/18/2012_buyer of US treasury) 만약 이들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의 재정증권을 매입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자신들의 재정적자를 메워 나가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미국 달러화 위상에 흠집을 낼 수 있는 행동을 보인 것입니다.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랜드와 중국의 위안화를 직접 교환하여 무역 거래를 결제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퍼져 나가게 되면 미국 달러화의 위상- 세계 기축 통화라는 위상은 희석되고, 국제 자본시장에서 미국 재정증권에의 투자도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에 하나 미국 달러화가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위치를 상실하게 되면 다른 통화가 그 위치를 대신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중국이 그런 위치를 탐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사건입니다. 중국은 남아프리카 공화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도 중국 위안화 스왑 거래를 늘려 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대상국가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조선비즈_2012.12.4.한중통화스왑, blog_Financial Times/beyond-brics_12/04/2012_South Korea-China currency swap)
Financial Times의 blog 에 실린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의 무역 수입에 대한 대금 지급을 중국 위안화로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한국 원화를 담보로 중국의 중앙은행으로부터 위안화를 빌리는 형태의 스왑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첨부 그림 참조)
이 거래를 통하여 중국의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은 서로 상대방 나라 통화 계좌를 개설하게 되고, 상거래에서는 중국 위안화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외국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중국 위안화) 거래를 위하여 자국 통화(중국 위안화) 계좌를 개설하게 만들고, 해외 무역 거래 결제 수단으로 자국통화(중국 위안화)가 사용되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중국 위안화 계좌를 보유하는 국가가 많아지고, 중국 위안화로 무역 결제를 하는 나라가 많아지게 되면 언젠가는 중국 위안화가 세계 기축 통화의 구실을 하게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됩니다. 중국이 의도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중국의 위안화가 세계 기축통화가 되는 것이 중국을 바로 이웃으로 두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검토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심도 있는 연구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는 세계 기축 통화의 기능을 어느 통화가 이어 받더라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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