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보험 - 2012. 12. 7.

jaykim1953 2012. 12. 7. 09:25

지난 수요일에는 점심 때부터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온 시내가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였습니다. 일기예보에서는 눈이 올 것이라고 미리 주의를 주었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아서인지 아침에 눈이 오지 않는 것을 보고 출근하다 보니 눈 올 것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설에 가까운 눈을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눈이 내리면 제일 먼저 연세 드신 분들이 걱정입니다. 행여 눈길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치시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게다가 어제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내린 눈이 얼어 붙어 빙판길이 되었고, 오늘 아침에는 다시 눈이 내려 녹지도 않은 눈 위로 새로운 순백의 흰 옷을 덧입히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 아침 눈길에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 가운데에서는 아직 눈길에서 넘어져 크게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벌써 눈길에서의 걸음걸이도 불안해 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은퇴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면 두 가지를 준비하여야 한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첫째는 BMW를 준비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BMWBus, Metro & Walk 의 머리 글자를 따온 것으로 버스, 지하철, 도보의 교통 수단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영어로 표기할 때에 미국식으로 subway라고 하지만 유럽과 일부 예전 영국 식민지에서는 지하철을 메트로라고 부릅니다.) 은퇴 전에는 혹시라도 기업이나 소속된 조직에서 대접도 받고 차량을 제공 받기도 하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은퇴하면 그런 호사스러움에 대한 미련은 잊어 버리고 냉정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보험을 이야기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려우니 미리미리 보험에 들어 둔다는 것입니다. 건강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혹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도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짐이 되지 않으려는 부모의 마음에 보험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불과 10년 전만 하여도 방송에서 보험에 대한 광고가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 동안 세상이 바뀌어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보험 상품의 광고도 허용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에는 보험 상품의 광고가 넘쳐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은 지나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도가 지나치다고 제가 느낀 보험 상품 광고 가운데 하나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이런 보험 상품은 아주 좋은 상품 같은 생각이 듭니다. 가입자를 귀찮게 하지도 않고 불필요하게 이것저것 묻지도 않는 다니 특히나 연세 드신 노인 분들에게는 제 격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보험료를 절약하려면 이 상품에는 가입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보험료를 산출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합니다. 첫 번째가 사고율 혹은 사망률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계약 유지 비용 혹은 사업비, 세 번째로는 수입 보험료를 이용하여 보험회사가 수익을 올리는 자산 운용 수익률 혹은 이자율입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소인 사업비와 이자율은 각 보험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며 손보협회, 생보협회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수익률과 비용에 대한 공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생명보험회사의 자산 운용 수익률 등을 알고 싶다면 생보협회 홈페이지 http://www.klia.or.kr 로 접속하여 소비자 마당 란의 공시실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보험 상품 이야기로 돌아 오겠습니다. 이 상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보험료 산출의 첫 번째 요소인 사고율 혹은 사망률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은 다른 보험- , “묻고 따지는보험에 가입이 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보험업계에서는 흔히 거절체’(拒絶體) 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보험 가입이 거절되어야 할 대상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몸이 몹시 허약하거나 질병을 가지고 있어 건강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갈 것으로 예상 되는 사람은 의료 비용을 보상해주는 보험의 거절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 당뇨 환자 등은 건강 보험의 대표적인 거절체입니다. 평생 고혈압 치료제, 당뇨 치료제를 복용하여야 할 사람이 보험에 가입하여 의료 비용을 청구하면 보험회사로서는 보험금 지급 부담이 너무 커지므로 이런 환자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선전하는 대로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보험에는 당뇨 환자나 고혈압 환자도 가입이 가능할 것입니다. 즉 보험금 지급 부담이 큰 가입자가 가입을 하게 됩니다. 이는 곧 보험 가입자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가능성이 여타의 보험보다 높아지게 될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두고 보험용어로 사고율 (혹은 사망률)이 높다라고 표현합니다. 사고율이 높은 보험은 그렇지 않은 보험보다 보험료가 높게 책정됩니다. 이는 당연한 논리로서, 보험금 지급이 많을 것이 예상되는 보험 상품은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도 그에 상응하게 많아져야 합니다. 따라서 사고율이 낮은 보험 상품보다 사고율이 높은 보험 상품의 보험료는 비쌉니다.

만약 다른 보험 상품에서 가입이 거절된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의 사람이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결과만 초래할 따름입니다. 얼핏 듣기에는 누구에게나 좋은 상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 다른 보험에 가입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지급을 위한 검사(inspection) 절차가 까다로운 것에 대한 불평을 하기도 합니다. 일부 소비자 보호 단체는 까다로운 보험금 지급 검사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는 지급하여서는 안 되는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며, 이러한 조치를 통하여 선의의 보험 가입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만약 느슨한 검사로 인하여 지급되어서는 안 될 보험금이 지급된다면 소비자 보호단체에서는 이번에는 보험회사의 느슨한 검사로 인한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선의의 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된다라는 비판을 할 것입니다.

보험이라는 상품은 특히 가입 심사(underwriting)와 보험금 지급 검사가 중요한 상품입니다. 이 두 가지가 느슨한 보험 상품은 보험료가 비싸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불필요하게 비싼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도록 이 글의 독자분들도 보험을 선택하실 때에 현명한 판단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