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Green Back- 2013. 9. 6.

jaykim1953 2013. 9. 6. 08:36

 

지난 89일자 100회째 금요일 모닝커피내용 가운데 은행에서 지폐를 묶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인용하면;

예전에는 은행에서 고객에게 돈을 건넬 때에는 지폐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아래 위가 바뀌지 않게 정리하여서 주었습니다. 100장 묶음의 첫 50장과 그 다음 50장이 서로 등을 대고 있게 정리하여 앞, 뒤 어느 쪽에서 보아도 지폐의 정면이 보이게 하였었습니다.

어느 애독자 한 분께서 이 내용에 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왜 힘들게 지폐를 한 방향으로, 그 것도 50장씩 등을 대어서 정리를 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매우 불필요한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상황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습니다. 미국의 지폐는 액면 금액과 관계 없이 지폐의 크기가 똑같습니다. 그리고 색깔도 모두 초록색으로 같습니다. 소위 그린 백’ (Green Back) 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폐 묶음에 다른 권종(券種)의 화폐가 섞여 있다 하더라도 쉽게 찾아내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지폐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면 권종이 다른 지폐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기가 쉬워집니다. 미국 달러화의 앞면에는 인물 사진이 있습니다. 다른 권종이 섞여 있게 되면 갑자기 다른 사람의 얼굴이 보이게 되어 금방 눈에 띕니다.

제가 처음 은행에 입행하여서 연수를 받을 때 배운 바로는 50장씩 등을 대고 정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되지 않은 (uncirculated) 새로 나온 신권 묶음은 모두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습니다. 신권 묶음에 있는 지폐는 일련번호의 끝에 두 자리가 01에서 시작하여 00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신권 다발을 풀어서 사용할 때에는 일련번호를 보면 새 묶음을 풀어서 몇 장을 사용하고 몇 장이 남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권이 아닌 경우에는 일련번호가 순서대로 되어 있을 리가 없고 뒤죽박죽입니다. 따라서 50장씩 등을 대 놓으면 은행 창구의 텔러(teller)가 묶음을 풀어서 사용하다가 50장째 지폐를 사용하면서 몇 장을 사용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폐의 앞뒤가 바뀌는 때에 51장째 지폐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지폐는 미국과 달라 권종에 따라 크기와 색깔이 모두 다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와 같이 지폐 묶음을 정리할 때에 지폐를 한 쪽으로 정렬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공연히 은행에서 지폐 정리하는 사람의 일거리만 만드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화폐에서 또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돈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발행기관입니다. 그래서 지폐에는 항상 네모난 도장으로 한국은행총재라고 찍혀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지갑을 열고 지폐를 꺼내서 확인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예전에는 둥그런 모양의 인장 안에 붉은 글씨로 (한국은행) ‘총재의인이라고 씌어 있었으나 요즈음에는 사각 모양의 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반면 미국의 모든 화폐는 미국 재무성에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지폐에는 재무장관의 싸인이 있습니다. 두 나라의 화폐는 발행 주체가 달라서 한국은 중앙은행, 미국은 정부(재무성)가 발행합니다.

1985년 가을 세계은행 (IBRD;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 Development)과 국제통화기금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연차 총회가 우리나라 서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미국 대표단의 연락관 (liaison officer)으로 일하였습니다. 미국 대표단은 당시의 재무장관이던 제임스 베이커 3 (James A. Baker III)가 단장이었고, FED 의장 폴 볼커 (Paul Vlocker)가 일행으로 함께 왔습니다. (제임스 베이커 3세는 후에 미국의 국무장관도 역임하였습니다.)

총회를 마치고 미국 대표단이 돌아갈 때에 단장이던 제임스 베이커 3세가 제게 3 가지 선물을 주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인쇄된 자신의 싸인 위에 볼펜으로 한번 더 자신의 친필 싸인을 한 $1 지폐, 그리고 미국 재무성 씰(seal, 문장-紋章; 미재무성씰)이 새겨진 커프 링크스 (cuff links) 와 역시 미국 재무성 씰이 새겨진 가죽 코스터 (coaster)입니다.

이 가운데 $1 지폐는 저희 집사람이 아직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커프 링크스는 재무성 씰을 덮고 있는 투명 플라스틱 코팅이 벗겨지고, 금색 도금 색깔이 변하면서 보기 흉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미 오래 전에 버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받은 가죽 코스터는 지금도 사무실의 제 책상 위에 놓여져 있습니다. 이제는 오랜 세월이 지나 코스터 둘레에 씌어 있는 글자들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죽 상태는 쓸 만하여서 아직도 컵을 올려 놓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책상 위에서 제 커피 잔을 받치고 있습니다.

제임스 베이커 3세 이전에도, 또 그 이후에도 수 많은 미국의 재무장관이 바뀌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재임 기간 중에 발행된 지폐에 자신의 싸인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총재의인또는 한국은행총재라는 도장을 찍는 것과는 다른 문화의 차이를 느끼게 만듭니다.

문득 오래전 1960년대 초에 유행하던 킹스턴 트리오(Kingston Trio)의 힛트 곡 가운데 하나인 그린백 달러’ (Greenback Dollar) 노래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And I don't give a damn about a greenback dollar, spend it as fast as I can,

For a wailin' song and a good guitar, the only things that I understand, poor boy,

The only things that I understand.

(그래요 난 그린 백 달러 (모으는 데)에 관심 없어요, (돈을) 빨리 써버릴 거예요,

나처럼 불쌍한 녀석이나 이해하는 멋진 노래나 좋은 기타 같은 것들을 위하여서만요,

내가 아는 것들만요)

[KingstonTrio-GreenbackDollar 노래 듣기]

저도 돈을 모으는 데에 연연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일에만 돈을 쓰며 살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그렇게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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