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PIMCO-2013. 8. 23.

jaykim1953 2013. 8. 23. 13:12

저는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LA) 인근 라 하브라(La Habra)에 와 있습니다.

 

LA 남쪽에는 어바인(Irvine)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 곳은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LA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입니다. 어바인의 서쪽 해변가에 뉴포트비치(Newport Beach)가 있습니다. 어바인과 뉴포트 비치 지역의 공항은 미국 서부영화의 영웅 존 웨인(John Wayne, 1907~1979)의 이름을 딴 존 웨인 공항입니다.

 

뉴포트 비치는 특별히 금융, 투자 분야에서도 주목하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채권 투자관리 회사인 PIMCO가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PIMCO는 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mpany 의 머리 글자를 따온 이름입니다. 이 회사를 처음 세울 때부터 일해온 빌 그로스 (Bill Gross)와 뒤에 합류한 모하매드 엘-이리언 (Mohamed El-Erian), 두 사람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빌 그로스는 나이가 70을 바라보고, 모하매드 엘-이리언은 50대 중반입니다.

 

제가 국내 3대 생명보험사 가운데 한 곳에서 자산운용분야 임원으로 일할 때에 PIMCO에서 저를 찾아 온 적이 있습니다. 제가 특별히 덕망이 높아서 찾아 온 것은 결코 아니고, 제가 일하는 회사로부터 자산운용을 위탁 받으려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PIMCO에 자산 운용을 위탁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이야기하려면 자산 운용 전반에 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자산 운용을 하려면- 특히 매우 큰 규모의 자산 운용을 하려면리스크가 거의 없는-risk averse- 자산과 리스크 부담을 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high risk high return-자산을 적절히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Risk averse 자산은 만기까지 보유하는(buy & hold) 국채 (또는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 등이 있습니다. High risk high return 자산으로는 주식,트레이딩 목적의 채권, 하이 일드(high yield) 채권, 옵션 또는 선물 등의 파생상품, 구조화(structured) 상품 등이 있습니다.

 

한국의 보험회사가 미국에서 자산 운용을 하려고 한다면 이는 risk averse 자산은 아닙니다. 한국의 보험사가 조성한 자금의 원천은 한국 시장에서 조달한 것, 즉 보험 가입자에게 한국 원화의 시장 금리를 지급하기로 하고 조성한 자금입니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을 risk averse 한 자산으로 운영하려면 한국 원화 시장 금리로 자산을 운용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자산운용사에게 미국 달러화 자산으로 운용할 것을 위탁한다면 이는 (1) 두 나라 사이의 이자율의 차이와 (2) 환율의 변동으로 인한 두 가지 리스크가 추가되어risk averse 자산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자산운용사에게 자산운용을 위임하는 것은 high risk high return을 목적으로 하여야 합니다. 즉, 주식, 파생상품, 트레이딩 목적의 채권, 하이 일드 채권 등에 투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화 국채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만기까지 보유할 것을 전제로 매입을 합니다. 이러한 형태의투자는 risk averse 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구조화된(structured) 상품을 만들기 위한 방법의 일환입니다.

 

구조화된 상품의 대표적인 예는 흔히 90-10 전략이라고 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90-10 전략이란, 자산 100 가운데 90을 원금 보전이 가능한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10으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90-10 전략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원금 $100 가운데 $90을 연 2.5% 수익률로 4년 만기 채권을 매입합니다. 이 채권은 4년 후 $90 X (1 + 2.5%)⁴= $99.34 가 됩니다.

 

나머지 $10으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옵션 만기 4년, 약정 수익률 2.5%, 원금 $2,000 채권 만기 3년의 이자율 풋(put) 옵션을 삽니다.

 

이자율이 2.5%를 넘지 않는다면 풋 옵션은 추가 이익을 창출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시장 이자율이 2%에 머무른다면 이 풋 옵션의 내재 가치는 $30에 이르게 됩니다. ($2,000 X (2.5% - 2%) X 3년 = $30) 이를 행사하게 되면 만기에 채권 원리금 $99.34 과 합하여 ($99.34 + $30) $129.34를 회수 할 수 있습니다. 이는 4년간 원금 $100에 대하여 $29.34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수익률로 환산하면 연(年) 6.64%의 수익을 올린 것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이 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만기 이전에 옵션을 되판다면 잔여 기간의 시간가치만큼 수익을 더 올릴 수도 있습니다. (시간가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만약 시장 이자율이 2.5%를 넘게 되면 이자율 풋 옵션은 아무런 가치가 없이 소멸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채권에 투자한 원리금 합계 $99.34는 회수할 수 있어서 최대 손실 금액은 ($100 - $99.34) = $0.66을 초과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전략을 통하여 제한된 손실 가능성 (limited downside risk)을 가지고 시장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 가능성 (higher upside potential)을 기도하는 것입니다. 제한된 손실은 ($100 - $99.34) = $0.66 이고, 시장 수익률은 연 2.5%이나 이보다 높은 수익률 (위의 예와 같은 상황에서는 연 6.64%)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한 목적이라면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buy & hold)으로 채권을 매입하여 risk averse 자산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PIMCO와 같은 투자자문기관은 채권을 매입하여 만기까지 보유하는 buy & hold 전략의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Buy & hold 를 하게 되면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여 보유하는 수익률을 그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PIMCO는 고객(투자자)으로부터 운용수수료를 받아야 합니다. 시장 수익률과 똑 같은 수익률을 내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에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하면 실제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보다 수수료만큼 낮아지게 되므로, buy & hold 전략을 위하여서는 PIMCO 와 같은 투자자문기관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미국 채권 시장에서 단순히 트레이딩을 통하여 채권 매매차익을 노리는 경우라면 PIMCO와 같은 투자자문기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10여년 전에는 국내 보험회사들이 해외 자산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기 시작하던 초창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90-10 전략과 같이 손실이 제한적이면서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전략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90-10 전략과 같은 구조화된 투자전략을 위하여서는 만기까지 보유- buy & hold- 목적으로 채권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국내 보험사들도 매매차익을 노린 트레이딩, 하이 일드 채권투자 등을 목적으로 여러 투자자문기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PIMCO도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고객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다양한 채권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채권 투자는 주식보다 안전한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채권 투자도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주식투자보다 리스크 부담이 더 커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각종 투자상품의 투자 전략과 그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한 다음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미국 달러화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환 리스크 부담이 덜 심각한 편입니다. 최근 문제점을 노정하고 되고 있는 브라질 채권 같은 경우에는 환 리스크가 크기도 할 뿐 더러 이를 헤지하려고 하여도 그 방법조차도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시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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