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심판- 2014. 2. 28.

jaykim1953 2014. 2. 28. 10:07

 

지난 주 금요일 아침에는 우울한 뉴스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최고의 우상이고, 세계적인 스타인 우리나라 피겨 선수 김연아 선수가 동계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는 뉴스 때문이었습니다. 올림픽에서의 은메달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을 너무도 당연시 하였던 것은 비단 언론만 탓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모두가 김연아 선수에게 그만한 짐을 지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러시아의 홈 텃세에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러한 보도와 논평은 국내 언론뿐이 아니었습니다. 뉴욕 타임즈는 2 20일자, (한국 시간 2 21) 인터넷 판 기사에 ‘Adelina Sotnikova’s Upset Victory Is Hard to Figure’ 라는 제목을 사용하였습니다. (관련기사: 02/21/2014_olympics/adelina-sotnikovas-upset-victory) 우리 말로 표현하자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황당한 승리는 이해하기 힘들다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figure’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피겨 스케이팅앞뒤를 가늠하다, 이해하다는 의미의 두 가지 의미를 절묘하게 이용한 중의법(重義法)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성격 급한 김연아의 팬이자 한국의 애국자(?)들은 소트니코바의 SNS (Social Newtwork Service)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난을 남겼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2014/02/21_조선일보_소트니코바SNS) 이에 비하면 김연아 선수의 반응은 차분하고 담담하였습니다. 자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였다고 말하면서 팬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김연아 선수의 의연한 모습은 국내외 언론들이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문화일보_2014/2/21_아름다운 피날레)

뉴욕 타임즈 인터넷판에 실린 김연아 선수의 경기 결과에 대한 초기 기사는 위에 밝혔듯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논조였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Figure skaters “learn to live with” that bias, and that they know they might win some but also might lose some. Sotnikova scored 149.95 points in the free skate. It was a massive leap from her previous best, recorded last month, of 131.63. I was shocked. What, suddenly, she just became a better skater overnight? (Kurt Browning, a four-time world champion)

(피겨 스케이트 선수들은 이러한 편파적 결정에 어우러져 생존하는 것을 배운다,” 때에 따라서는 이길 수도 있지만, 또는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소트니코바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149.95점을 얻었다. 이는 바로 지난 달에 그녀가 기록하였던 생애 최고 점수131.63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발전이다. 충격적이다. 하루 밤 사이에 그녀가 갑자기 훌륭한 스케이팅 선수가 되었단 말인가? - 4 차례 세계 챔피언을 하였던 커트 브라우닝의 말이다.-)

같은 기사에서 커트 브라우닝의 코멘트가 이어집니다;

“Yu-na Kim outskated her, but it’s not just a skating competition anymore — it’s math,” Browning said, explaining that Sotnikova racked up little points here and there to move ahead of Kim. The governing body, with its judging ranks tarnished by questionable officials and its scoring system favoring math whizzes over artists, is killing its own sport. But the athletes suffer the most.

(김연아가 소트니코바보다 스케이트는 더 잘 탔다. 그러나 이 경기는 더 이상 스케이팅 경기가 아니다. 수학이다. 소트니코바가 이 곳 저 곳에서 조금씩 점수를 더 받은 것이 김연아를 앞지르게 된 것이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심판진에게 복잡한 채점 제도를 주무르게 하고 예술적인 스포츠에 수학을 대비한 경기 운영체가 스스로 스포츠를 죽이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희생자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같은 신문에서 소트니코바와 김연아의 스케이팅을 조목조목 분석하여 소트니코바의 승리 전략에 대하여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how sotnikova beat kim)

이 기사를 보면;

Sotnikova’s combination had a much higher base value because she chose to do the most difficult double jump, the double axel. She added a 10 percent bonus by executing the combination in the second half of the program. The double jump Kim chose is one of the easiest, so it has a low base value. The footwork and the layback spin, Sotnikova had a difficulty level of 4, while Kim had a level 3. This meant that Kim had nearly a point deficit in the base value for the two elements combined.

(가장 어려운 더블 점프, 더블 액셀을 선택한 소트니코바의 콤비네이션은 훨씬 높은 배점을 받는다. 그리고 그녀는 이 콤비네이션을 후반부에 실행하여 10%의 가산점까지 받았다. 김연아가 선택한 더블 점프는 가장 쉬운 것 가운데 하나였고 그에 따라 배점도 낮았다. 발 동작과 뒤로 젖힌 스핀에서 소트니코바는 레벨 4의 연기를 했고, 김연아는 레벨 3을 택했다. 이 두 가지에서 김연아는 이미 1점 가까운 기본 점수를 뒤졌다는 것이다.)

저는 피겨 스케이팅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제 눈에는 김연아 선수가 매우 잘 한 것으로 보이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김연아 선수가 소트니코바 선수보다 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판정이 잘 못 되었으니 바로 잡아야 한다고 소리 지를 만큼 피겨 스케이팅에 조예가 깊지는 않습니다. 저의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인 편견이 있을 것입니다.

금융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말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기업들이 선물환 거래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물환 계약과 연계된 수출입 거래가 예상과 달리 대금 결제일이 뒤로 미루어지기도 하고 실물거래가 지연되기도 하면서 기존의 선물환 거래를 연장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였습니다. 이 때에 처음 계약한 환율과 연장 시점의 환율 차이가 발생하면 기업이 자금 부담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외국은행들은 자체 본지점망을 통한 거래를 활용하여 이러한 자금 부담을 회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에게 이러한 기법을 전수하였습니다. 이를 일컬어 historical roll-over 라고 불렀습니다. 과거(historical)의 환율을 기준으로 연장(roll-over)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거래를 조금 변형하여 과거 환율로 이루어진 외환 거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 전에 외환 거래가 있었던 듯이 historical roll-over와 유사한 거래를 일으켜 자금을 창출하는 변칙 거래가 횡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감독기관(당시의 은행감독원)에서 이에 대한 철퇴가 내려졌습니다.

제가 일하던 파리바 은행도 당시에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금융기관으로 손꼽히던 때였습니다. 당연히 저희도 많은 물량의 historical roll-over 거래가 있었습니다. 감독기관이 특별 감사를 나오고 실태를 파악하여 금액의 과다에 따른 징계 처분이 이어졌습니다.

그 당시 저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감독기관이 의심하듯이 모든 historical roll-over 거래가 자금을 창출하기 위한 거래가 아니고 진정한 의미의 historical roll-over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고, 결과는 더 안 좋았습니다. ‘잘 못을 했으면 시인하고 곱게 처벌을 받지 이를 빠져 나가려고 변명을 한다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설사 감독기관의 조치가 도가 지나치거나 무리한 법 적용을 하더라도 감독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감독기관이지 감사를 받는 은행이 아니었습니다. 심판의 칼 자루는 선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심판은 정확한 규정 적용과 예리한 판단력으로 경기를 관리하여야 합니다. 앞으로는 올림픽에서 심판 판정의 부당함은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운동선수가 심판의 주관적 판단에 의지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외국계 은행은 감독기관의 선처만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의연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였으니 후회 없다라고 말한 것에 비하면 감독기관에 선처를 호소하는 외국은행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였습니다. ‘한국의 기업을 위하여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하여 소개했다는 자부심은 온데간데 없고 죄인 취급을 받아야만 하였습니다. 금융감독기관이 정확한 상황판단, 해박한 상품지식으로 갖추어지기 바랍니다. 과도한 규제, 무리한 법 적용이 사라지고 건전한 금융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의 공정한 심판 역할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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