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2014. 2. 14.

jaykim1953 2014. 2. 14. 09:22

 

요즈음에는 케이블 TV를 통하여 많은 채널이 방송되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제공됩니다. 그 가운데는 스포츠 경기도 다양하게 방송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세계 최초로 당구 전문 채널이 우리나라에서 개국하였다고 하면서 하루 종일 당구 경기를 방송하는 채널도 생겼습니다. 저도 친구들과 어울려 이따금 당구를 치는 동호인 가운데 한 사람이어서 당구 채널을 즐겨 보는 편입니다.

지난 해 말에 방영된 당구 경기 중계에서 중학생이 당구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관련기사: 조명우_우승) 앳돼 보이기만 하는 중학생이 자기보다 나이가 두 배 이상 됨직한 어른들과 당구 경기를 하여서 파죽지세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가 마지막 경기까지 이기고 우승을 한 것입니다.

이 경기 중계를 보면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 났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는 중학생은 물론 고등학생이 당구장을 출입하면 정학 처벌을 받는 것이 당시의 교칙(校則)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만 유별나서 그런 교칙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모든 고등학교가 공통적으로 적용하던 규정입니다. 그 반면 오늘의 현실은 중학생이 당구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또 듣기로는 세계 대회에 나가서 한국의 국위를 선양한다고 합니다.

중학생 당구 선수가 어른들과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조금은 묘했습니다. 조카뻘 밖에 안 되는 선수와 경기를 하면서 쩔쩔매며 끌려 가는 경기를 하는 어른의 표정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동양권 국가에서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연장자에 대한 예의를 매우 중요시 합니다. 연장자에게 깎듯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나이 드신 분들에게 순서를 양보하고, 존경의 표시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예절은 예절에 불과할 뿐 경기를 하는 과정에서는 정정당당하게 대하여야 합니다.

제가 본 당구 경기에서 중학생 당구 선수는 자신이 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수비를 목적으로 하는 플레이를 하였습니다. 혹시 자신의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치기 쉬운 공은 넘겨 주지 않으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경기의 한 전략이고 연장자에 대한 예의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행여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라는 생각을 하는 선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1995년 제가 컨설팅 비즈니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당시에 저는 뉴욕에 살면서 이따금 서울로 출장을 오곤 하였습니다. 그 당시 저와 거래를 하던 외국계 금융기관에 갓 서른이 채 안되어 보이는 신입 사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와 취직을 하였던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가득하던 그 젊은이는 전문인으로서 자신의 미래 경력에 대하여 제게 상의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제 의견과 조언을 듣기를 원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 젊은이는 저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하였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젊은이는 제게 조언을 청하였습니다. 왜 하필이면 제게 조언을 청하는지 이유를 물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한 마디, “경험이 많으시잖아요.”라는 대답을 하였습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많은 경험일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이 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험은 부럽기도 하고 빼앗고 싶어도 빼앗을 수 없는, 그렇지만 갖고 싶고 배우고 싶은 자산입니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제게 경험담을 듣고 싶어하는 그 젊은이가 기특하기도 하여 제깐에는 성심 성의껏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의 경험을 존중해주고 깎듯이 예절을 갖춰 주는 젊은 사람의 마음씨가 고마웠습니다.

지난 월요일 아침 (뉴욕 시간 일요일 오후) 월 스트리트 저널 인터넷 판에 실린 기사가운데 ‘Workers Shed Caution, in a Healthy Sign for Labor Market’ 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근로자들이 대범해지고 있다, 노동 시장이 건강해 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관련기사: WSJ_2/9/2014_Labor Market)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은 글로 시작합니다;

The percentage who voluntarily left their job—the nation's "quit rate"—hit 1.8% in November, the highest in the recovery and up from a low of 1.2% in September 2009, according to the Labor Department. About 2.4 million workers resigned in November. Some retired or simply chose not to work. But most quit to hunt for a new job or because they had already found one.

(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자신의 직장을 자발적으로 그만 두는 비율 전국적인 이직율”-이 지난 11월에 1.8%에 이르렀다. 2009 9월의 1.2%를 바닥으로 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11월에만 약 2 4십만 노동자들이 자기의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일부는 은퇴하였을 것이고, 일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직장을 그만 두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하여서 또는 이미 새로운 직장을 찾아서 그만 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사의 말미에 있는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One reason for the growing stability is America's aging population. Older workers change jobs less frequently than younger ones. But there are other drivers, including growing health-care costs that make some workers reluctant to leave the safety of jobs with good benefits.

(고용 시장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원인 중 하나는 미국 사회가 고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 든 노동자는 젊은 사람들에 비하여 직장을 덜 자주 바꾼다. 그들에게 더 중요한 이유는 건강 보험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리후생이 잘 되어 있는 안정된 직장을 떠나는 것이 망설여지게 된다.)

미국 사회에는 많은 직장에서 정년 연령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소위 연령에 의한 차별 (age discrimination)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용자가 알아서 스스로 물어나기 전에는 제도적으로 정년을 정하지 않는 직장도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일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고, 건강이 허락하여 업무 수행이 지장이 없다면 60, 70대의 연령에도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는 만 61.5세 이후에는 노후 연금의 수령이 가능하고, 70.5세 이후에는 RMD (Required Minimum Distribution) 이상의 금액을 반드시 자신의 연금 자산으로부터 매년 인출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노후 복지 제도가 있음에도 나이 든 근로자들은 편안한 노후의 휴식보다는 직장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중학생 당구 선수가 어른들의 경기에 출전하기도 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경험이라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커다란 자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무언가 자신의 일을 하고 싶어하는 나이 든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보고 있는 고용 시장의 현실입니다.

단순히 나이를 이유로 능력 있는 사람을 뒷전으로 물리치는 일은 피하여야 할 것입니다. 능력이 부족하면서도 나이 든 사람이 자리를 지키며 대접 받기를 원하는 것도 그리 보기 좋은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나이 든 사람들이 빼앗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자칫 세대간 취업 갈등이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없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mk뉴스_2014/1/20-청년고용률 추락) 나이 든 사람들의 일 자리 못지 않게 패기와 능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경험을 갖춘 나이 든 사람에게도 그들의 경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점점 고령화하는 고용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2014/2/13_연합뉴스_고용시장) 해가 지나가면 당연히 임금이 올라야 하는 구조에서 탈피하여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임금이 깎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노조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으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타협점을 모색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의 조화를 우선으로 하여야 합니다. 나이에 대한 배려는 그 다음으로 미루어도 될 것입니다. 능력과 경험에 맞추어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가 우리 주변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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