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3월- 2014. 3. 7.

jaykim1953 2014. 3. 10. 08:28

3월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달입니다. 학생들은 한 학년씩 진급을 하거나 새로운 학교에 입학합니다. 제 손자도 어렵사리 동네 어린이 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무상 보육지원을 한다고 하니 어린이 집에 등록하는 것도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골목마다 어린이 집 간판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지만 수요에 비하면 아직도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제 오늘은 꽃샘 추위를 하느라 춥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 봄이 오면 이제 곧 만물이 소생하고 꽃이 핍니다. 새로운 생명들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새로운 것, 첫 시작은 모두 귀하고 보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하기도 합니다.

첫 시도는 무엇이든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첫 해외여행, 골프의 첫 라운딩 (흔히들 머리를 얹는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구입한 차, 첫 월급 등등 첫 번째에 대한 기억은 오래 간직하게 됩니다.

저의 첫 해외여행지는 싱가포르였습니다. 싱가포르는 제게 참 특별한 추억을 갖게 만든 곳입니다. 돌도 채 되지 않은 저의 큰 아들을 데리고 싱가포르의 생활을 즐겼습니다. 주말이면 공원, 놀이터, 섬 등으로 돌아다니며 더운 날씨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저는 아직도 싱가포르에 대하여서는 아름답고 좋은 추억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첫 차는 포니2였습니다.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차이지만, 그 차를 처음 샀을 때에는 온 식구가 그 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동차 여행을 즐겼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다.

우리 말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처음 시작, 첫 번째 시도가 중요합니다. 첫 직장, 첫 업무가 인생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에서 교민사회에 회자되는 우스개 이야기 가운데 이민 오는 사람이 처음 마주치는 사람- 공항에 누가 픽 업 나오느냐가 그 사람의 직업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이 공항에서 자신을 픽 업 해주는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이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롤 모델이 되어서 그와 같은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저의 첫 직장인 Bank of America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곳입니다. 환경도 조금은 남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이면 휴게실에서 근무하시는 아주머니 두 분이 전 직원에게 커피를 한 잔씩 가져다 주셨습니다. 비록 신입 행원이었지만 저도 아주머니께서 가져다 주시는 커피를 잘 받아 마셨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오면 자연스레 휴게실에 전화하여서 아주머니께 손님 커피를 부탁 드리곤 하였습니다.

언젠가 제 선배 한 분이 저희 사무실에 찾아 왔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전화로 아주머니께 손님 커피 한 잔을 부탁 드렸고, 아주머니도 여느 때처럼 쟁반에 커피 한 잔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를 본 저희 선배는, “! 너 진짜 좋은 직장 다니는구나!”라며 놀라셨습니다. 그 당시 국내 직장에서는 전화로 휴게실에 커피 부탁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제 선배의 눈에 띤 제 직장의 남다른 점은 커피를 전화로 시킬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첫 직장 Bank of America에는 그 밖에도 많은 다른 점들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말,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직장에서는 토요일에도 정상근무를 하였습니다. ‘정상근무란 오후 6시 또는 그 이후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토요일에 저녁 6시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을 하는 것은 비정상입니다. 그런데도 그 당시에는 그런 것을 정상근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그 때에도 토요일이면 오후 1 30분에 퇴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직급에 따라 2주 혹은 3주에 한번씩 Saturday Off를 가졌습니다. , 2주 혹은 3주에 한 번씩 토요일에 근무를 안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국내 회사를 다니던 제 친구들은 상상하기조차 힘 든 꿈 같은 근무 여건이었습니다.

제가 Bank of America 에서 받은 첫 보직은 Credit Analyst 였습니다. 여신심사를 담당하였습니다. 그 때에 공부하였던 매뉴얼(manual) 내용 가운데에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재무분석을 위하여 사용하는 여러 비율 가운데 매출채권 회전율이 있습니다. 이는 매출액/매출채권 으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연 매출이 100억원인 회사가 매출 채권이 25억원이라면 이 회사의 매출 채권 회전율은 (100/25) 4가 됩니다. 이는 매출 채권 금액의 4 배에 달하는 매출이 1년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365/4≒ 90 일이 평균 매출채권회수 기간이 됩니다.

그런데 제다 초기에 담당하였던 회사 가운데에는 매출채권 회수 기간이 평균 60일이라고 주장하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매출채권회전율은 3에 불과하였습니다. 365/3≒120 이므로 이 회사의 평균 매출채권회수기간은 120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서는 자신들의 매출채권 회수기간은 60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객관적으로 제시된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회사 경영 실상에 대하여서는 엉뚱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와 같이 회사가 의도하는 매출채권 회수기간보다 재무제표상에 확인된 매출채권의 회수기간이 긴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1) 매출채권 가운데 회수가 안 되는 부실채권이 많이 섞여 있을 수도 있고, (2) 매출채권이 전반적으로 제 날짜에 회수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3) 매출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과대 계상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이든 모두 좋지 않은 징후입니다.

이 당시에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던 재무비율들은 유동성 비율, 부채 비율 등기본적인 자산, 부채 건전성 비율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율에 대하여서는 방어 논리가 비교적 잘 준비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출채권회전율과 같은 익숙지 않은 비율에 대하여서는 뜻 밖에 허점을 보이곤 하였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 나는 것은 단기 부채와 장기 부채에 대한 기준이었습니다. 지금도 은행 대출 가운데 많은 부분은 단기성으로 분류되는 일반자금 회전 대출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회전 대출이란 용어는 대출 한도를 정하여 놓고 그 한도 안에서 대출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는 3 개월 혹은 6개월, 가장 길게 잡아도 1년 미만의 기간을 대출하는 것으로서, 대부분의 경우 만기에 연장이 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만기에 연장될 것이라 간주하고 이를 장기 대출로 분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금융기관에서 보는 관점에서는 이는 단기 대출이고 만기에 상환 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설사 만기에 연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단기 대출이 또 다시 단기간 연장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재무제표의 작성 원칙은 대출의 만기를 기준으로 작성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일반자금 회전대출은 단기 자금으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는 이를 장기 대출로 분류하려고 떼를 쓰는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야만 단기 부채가 감소하여 유동성 비율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3월에 잠시 저의 첫 직장에서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도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과거와 같은 억지를 쓰는 기업은 이제 많지 않습니다. 금융환경이 그만큼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또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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