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시스템 트레이딩- 2014. 5. 23.

jaykim1953 2014. 5. 23. 08:32

얼마 제가 아는 A씨가 화가 매우 많이 상태에서 제게 연락을 하였습니다. 분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A씨의 오랜 직장 동료이자 저녁 친구로 가깝게 지내던 B씨가 주식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하여 시스템 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문회사를 창업하였습니다. B씨는 주변의 아는 분들에게 자신이 세운 회사에 돈을 맡겨 보라고 권하였습니다. A씨도 자신의 퇴직금 가운데 적지 않은 금액의 돈을 B씨가 설립한 회사에 맡겼습니다. 그리고 6개월도 지나지 않아 A씨의 자산이 토막이 났습니다. 화가 A씨가 B씨의 회사로부터 돈을 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B씨가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돈을 맡긴지 6 개월 밖에 되었는데 그렇게 참을성이 없느냐 하면서 시장이란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는 것인데 잠시 시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참지 못하고 돈을 빼나가면 시장이 다시 올라갈 때에 돈을 있는 기회를 놓친다 것이었습니다.

토막이라는 표현은 아주 조금 과장되었고 40% 정도의 손실이 있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A씨에게는 상당한 금액의 손실이 있었습니다.

A씨는 제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저는 A씨도 알지만 B씨도 또한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한 결과 저는 A씨에게 B씨의 회사에서 돈을 것을 권했습니다.

이유는 가지입니다. 첫째는 트레이딩을 철저하게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둘째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돈을 벌어본 사람이 잘한다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바로는 B씨는 주식 시장에서 돈을 거의 벌지 못하였을 아니라 과거에도 여러 번에 걸쳐 적지 않은 손실을 보았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에는 B씨가 주식에서 돈을 벌었다는 말을 거의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번째 이유는 A씨가 B씨의 회사에 돈을 맡긴 기간 동안에 코스피 지수는 4% 정도 완만하게 상승하였습니다. B씨가 말한 것처럼 시장이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A씨가 B씨에게 돈을 맡긴 기간 동안 B씨의 실적은 40% 손실을 기록하여 시장 대비 매우 저조하였습니다.

요즈음에는 소위 시스템 트레이딩에 의존하는 투자기법을 사용하는 펀드 매니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데이터를 입력하여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변화의 시그널을 미리 알아내고 시그널에 의존하여 트레이딩을 하려는 것입니다.

저도 때는 시스템 트레이딩에 많은 흥미를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제가 근무하던 파리바은행 서울지점의 트레이딩 룸에는 MACDTM (Moving Average Convergence & Divergence Trading Module; 이동평균수렴확산을 이용한 트레이딩 모듈)이라는 시스템 트레이딩 소프트 웨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듈을 이용하면 가격 움직임의 모멘텀을 파악할 있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딩에 이를 적절히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모듈을 구입하기 위하여 본사에 승인을 요청해 놓은 상태에서 제가 파리바 은행의 본점이 있는 파리로 출장을 갔습니다. 곳에서 글로벌 채권 트레이딩 (Global Fixed Income Trading) 책임자이며 아시아 디비젼 헤드였던 미쉘 페리티(Michel Peretie)라는 분과 만났습니다. 그와의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서울 지점에서 구입하려고 하는 MACDTM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쉘 페리티는 서울 지점의 MACDTM 구입을 승인해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가지 부탁을 잊지 않았습니다. 분이 제게 이야기는;

시스템이 돈을 벌어 주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할 아는 트레이더가 돈을 번다.’ (A system doesn’t make money, but those traders do that best use it.)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시스템 트레이딩의 효율성을 설명하면서 시스템 트레이딩을 통한 자산 운용을 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고, 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만 있다면 시스템 트레이딩은 매우 유용한 트레이딩 도구입니다.

시스템은 사람이 디자인하고 만들어낸 것입니다. 시스템은 완벽해 보이지만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시스템을 디자인할 때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시스템은 무용지물(無用之物)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B씨와 같은 분은 자신이 디자인한 시스템을 너무나도 과신한 나머지 철저하게 시스템에 의존하여 트레이딩을 하였던 것입니다. 시스템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시그널이나 권고사항들은 하나의 참고 사항입니다. 의사결정은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 내려야 합니다. 시스템으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옵션을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은 델타(δ) 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델타란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기초 자산의 가격이 1 단위 변화함에 따라 변동하는 옵션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 옵션- 코스피 옵션-에서 지수가 1 포인트 변화 하는 것에 따라 주가지수 옵션의 가격이 얼마나 변할 것인가를 표시하는 것이 코스피 옵션 델타입니다. 코스피 옵션 델타가 0.5 라고 한다면 이는 주가지수 1 포인트 변화할 때에 옵션 가격이 0.5만큼 변동할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델타는 시장에서 가격이 움직인 다음에 바뀝니다. 따라서 델타 값에 따른 헤지를 하다 보면 가격이 먼저 움직인 다음에 뒤따라 헤지를 하게 되므로 작은 금액이지만 손실이 조금씩 쌓이게 되기 십상입니다. 트레이딩을 하면서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려고 시스템을 통한 델타 헤지를 하면 시장이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이나마 헤지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흔히들 하는 이야기 가운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합니다. 리스크 부담 없이 이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금융, 재무 시장에서의 수익이란 리스크 부담에 대한 보상입니다. 리스크 부담이 없으면 보상도 없고, 이는 수익을 없다는 말입니다. 금융 시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risk averse position- 리스크 회피 포지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을 이해하게 되면 리스크 부담을 전혀 하지 않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은 리스크 부담을 가급적 피하려는 소극적 리스크 부담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수익을 내려면 리스크 부담을 하지 않을 없습니다. 리스크를 관리하고 적정한 규모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 많이 이용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들은 잘만 사용하면 매우 유용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시스템에만 의존하여서는 됩니다. 최종 의사 결정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책임이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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