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제가 저희 온 식구를 데리고 미국의 50번째 주(州)인 하와이를 다녀 왔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인천국제 공항을 떠나 화요일 저녁에 돌아 왔습니다. 하와이는 제가 이미 여러 번 다녀 온 곳이고, 제 큰 아들의 신혼여행지였던 곳입니다. 이번에는 저의 처,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 둘까지 7명의 대부대가 움직였습니다. 차도 8인승 커다란 SUV를 빌려서 온 가족이 차 한 대를 타고 움직였습니다.
하와이는 세계적인 휴양지로서의 명성에 걸맞게 관광산업이 하와이 전체 GDP의 약 1/4을 차지합니다. 하와이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 관광입니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하와이에서 관광객이 사용하는 비용은 하루에 약 $ 4천만에 이르며 관광산업 종사자의 숫자는 16만 8천명이라고 합니다. (출처: Hawaii_tourism_authority_통계) 하와이 전체 인구가 1백 40만명에 불과하다는 것에 비추어 관광산업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하와이가 이렇듯 관광으로 유명해지게 된 데에는 자연의 혜택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철 온화하고 따뜻한 날씨와 수려한 경관, 해양 스포츠에 적합한 환경 등을 고루 갖추었습니다. 인공 건조물이나 대형 위락시설보다는 천연 관광자원에 의존하는 부분이 더 큽니다. 나이 든 은퇴자들이 살기에도 좋은 기후입니다. 그래서인지 하와이는 관광휴양지이면서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와이에서 관광 산업이 차지하는 부분은 전체 주(州) GDP의 1/4이 넘습니다. 파인애플, 커피, 사탕수수, 마카대미아 넛트(Macadamia nut) 등을 재배하는 농업의 생산성은 농업 종사자 인구 숫자에 비하여 생산액은 매우 작습니다. 전체 산업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관광 산업 다음으로 가장 크게 지역의 GDP에 기여하는 것은 농업보다는 오히려 소매업과 금융업입니다. 소매업은 관광지에서 가장 쉽게 파생되는 산업입니다. 유명 관광지에 가보면 명품 매장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찾아 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 면세점 사업이 번창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사리 이해가 갈 것입니다. 전세계 어떤 관광 휴양지를 가더라도 그 곳에는 명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즐비합니다. 그 뿐 아니라 그 지역의 명물 생산품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금융 산업은 하와이의 중요한 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체 산업생산의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관광산업에는 미치지 못하나 금융업은 하와이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주요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 왔습니다. 하와이에는 2 개의 비교적 큰 은행이 있습니다. 퍼스트 하와이언 뱅크 (First Hawaiian Bank)와 뱅크 오브 하와이 (Bank of Hawaii)입니다. 이 두 은행은 모두 하와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은행들입니다. 총 자산 약 $120~150억 규모의 중소형 지방은행들입니다. (*주; 참고로 우리나라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약 $2천700억, 하나은행 $ 2천850억, 부산은행 $440억 수준입니다.) 퍼스트 하와이언 뱅크가 뱅크 오브 하와이보다 조금 규모가 크고 역사도 조금 더 오래 되었다고 합니다. 뱅크 오브 하와이는 그 동안 여러 은행을 합병하기도 하였다가 몇몇 지점들의 문을 닫고 일부 사업을 매각하기도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하였습니다. 뱅크 오브 하와이는 1980년대 말 한국에 있는 웰스파고(Wells Fargo) 은행 서울 지점을 사들여 뱅크 오브 하와이 서울지점을 운영하기도 하였습니다. 퍼스트 하와이언 뱅크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업은 거의 항상 돈이 많은 곳에서 발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와이에는 적지 않은 금액의 돈이 있습니다. 하와이에는 두 가지 형태의 금융업이 주로 영위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상인 서비스 (merchant service)입니다. 상인들이 고객에게 물품을 판매하고 신용카드를 받아서 결제하면 은행이 대금을 받아줍니다. 그리고 상인들의 계좌에서 현금 흐름이나 대금 결제, 매출 확인, 세금 보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가서 발전된 서비스로는 이용 고객의 정보를 상인들에게 제공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파인애플 가게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고객이 많이 찾는 다던가, 퓨전 중국식 음식점 체인에는 미국 본토에서 온 관광객이 많이 찾았다던가 하는 따위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보는 상인들이 자신들의 광고나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파인애플을 파는 가게는 자신의 가게 광고를 공항 입국장에서 아시아 국가의 항공사들이 많이 들어오는 입국 게이트(gate) 부근에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퓨전 중국식 체인점은 국제선보다는 미국 국내선 항공이 사용하는 공항 터미널에 광고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인 서비스는 은행 고객 가운데 소매업을 운영하는 상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와이와 같은 관광 휴양지에서 비중이 큰 금융업의 두 번째 분야는 웰스 매니지먼트 (wealth management, 자산관리)입니다. 우리가 흔히 프라이빗 뱅킹 (private banking)이라고 부르는 사업분야입니다. 웰스 매니지먼트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부(富, wealth)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1) 자산 증식이나 유지를 위한 투자, (2) 각종 비용 지급과 수입에 따른 현금 출납의 관리, (3) 은퇴 후의 수입에 대한 준비와 상속이나 증여의 준비, (4) 모기지 또는 신용카드 등 장단기 차입금에 대한 관리 등의 분야입니다. 특히 이미 은퇴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웰스 매니지먼트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는 대체로 일을 하여서 수입을 올리므로 투자를 통한 가치 증식이나 가치 유지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합니다. 젊어서는 일반적으로 저축해 놓은 금액이 크지 않으므로 투자 관리를 할 만한 금액이 못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은 조금은 리스크 부담을 크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투자금액이 작으므로 손실이 발생하여도 손실 금액 자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은퇴의 시기까지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으므로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만회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는 조금은 공격적인 투자, 리스크 부담이 가는 투자를 통하여 빠른 가치 증식을 기도하게 됩니다. 그 반면 나이가 든 사람, 또는 이미 은퇴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 중점을 둡니다. 남은 생애 동안 손실을 보지 않고 자신의 자산 가치를 지켜야 합니다. 어쩌다가 손실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이를 극복할 시간적 여유도 별로 갖지 못합니다.
하와이와 같이 기후가 온화한 지역은 은퇴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여생을 보내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은퇴자들도 많이 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은퇴자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웰스 매니지먼트 분야의 금융업이 발달하게 됩니다.
혹시라도 은퇴하여 미국의 고즈넉한 휴양지에서 남은 인생을 즐기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께 조언을 드립니다. 어떤 지역이 좋을는지 물색하실 때에 제일 먼저 눈 여겨 볼 것이 그 곳에 프라이빗 뱅킹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이 있는가를 살펴 보아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은퇴자들이 사는 곳에는 거의 절대적으로 대형 증권사, 은행 등이 웰스 매니지먼트를 주업으로 하는 점포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가까운 곳에 골프장과 쇼핑 타운이 있습니다. 쇼핑 타운 안에는 명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품질 좋은 생활 일용품과 음식 맛이 좋은 식당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여유 있는 은퇴자들에게는 웰스 매니지먼트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웰스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유무가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와이는 은퇴자들이 살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웃나라 중국- 2014. 11. 28. (0) | 2014.11.28 |
---|---|
친절한 써비스 - 2014. 11. 21. (0) | 2014.11.25 |
Am I that easy to forget? - 2014. 11. 7. (0) | 2014.11.12 |
주택보급율과 전세대란- 2014. 10. 31. (0) | 2014.11.04 |
낸 보험료를 만기에 모두 돌려주는 보험- 2014. 10. 24. (0) | 2014.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