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주택보급율과 전세대란- 2014. 10. 31.

jaykim1953 2014. 11. 4. 10:55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통계 가운데 주택보급률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발표 주택보급률: E-나라지표_주택보급률) 2013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3%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은 일반가구수에 대한 주택수의 백분율(주택수/일반가구수×100)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주요 선진국의 주택보급률을 살펴 보면; 일본 115.2%('08), 미국 111.4%('08), 영국 106.1%('07)입니다.

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에 비하여서는 주택보급률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주택이 크게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한다는 것은 주택을 필요로 하는 가구수보다 주택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전체적으로는 모든 가구에 주택이 한 채씩 돌아가고도 남는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신문에 난 기사는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에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듭니다. (관련기사: 한국일보_2014.10.27_전세대란) 기사 내용을 보면 내년에는 (1) 재건축 이주 수요 급증, (2) 본격적인 저금리 기조에 따른 월세 전환 가속화, 그리고 (3) 짝수 해보다 전셋값이 더 뛰는 이른바 ‘홀수 해’ 효과의 3 가지 원인으로 인하여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부추길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일컬어 ‘3중 악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내용 가운데 (1)번과 (2)번은 상당히 수긍이 갑니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30여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건축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30년 전이면 1980년대 초반의 시점으로 우리나라에 아파트 붐이 일기 시작한 때입니다. 그 당시에는 전국 곳곳에 철제 기둥을 박고 10층 안팎의 아파트가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반 주택에서 난방, 전기, 유지보수의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들이 아파트의 편리함에 이끌려 너도 나도 모두 아파트로 이주하기 시작하던 때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주택 건설 경기가 가장 왕성하였던 시기일 것입니다. 그런 때에 지어졌던 아파트들이 지금 재건축에 돌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재건축을 하는 아파트의 물량이 많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아파트 재건축을 하려면 새로운 아파트의 건설 기간 동안에는 기존에 입주하여 살고 있던 사람들은 아파트를 비워주고 임시 거처를 찾아야 합니다. 기존 입주자들이 새 아파트의 건설기간 동안 머물 거주지는 대부분 전세를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1)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을 합니다.

또한 (2)번의 이유는 이미 상당히 진행이 된 상황입니다. 시중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기존에 전세를 놓고 있던 주택소유주도 전세금을 일부라도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돌려준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상을 월세로 받으려 합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금액을 이자율로 환산하면 시중의 어떤 금리보다도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월세 물량은 공급이 다소 증가하는 데에 비하여 전세 물량의 공급은 더욱 줄어들고 맙니다.

(3)번의 이유는 크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으나 과거의 경험치에 따른 분석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2년 주기의 전세 계약이 시장 관습이다 보니 짝수해 보다는 홀수해에 만기 도래하는 전세 계약이 더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파트의 전국 평균 전세가율(*: 전세금÷주택가격) 66.51%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매경_2014.10.28_전세가율 66.51%) 이는 극심한 전세 공급물량 부족, 전세 수요 초과현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연구 논문에 의하면 경험적으로 전세가율 60%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관련 논문: IMF이후_아파트_전세가율)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서면 전세를 들어가는 것보다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현상은 이미 60%를 넘어섰음에도 전세 수요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라는 것입니다. ,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아 집을 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절 일부 대통령들은 집값을 떨어뜨려 서민들이 살기 좋게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집값이 떨어지자 서민들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여 주거문제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실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매우 독특한 제도입니다. 외국 사람들에게 전세제도를 설명하려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월세를 내지 않으면서 보증금만 내고 세를 들어가 산다는 것이 월세에 익숙한 외국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입니다. 집값이 오르내리는 것과는 별도로 전셋값이 독자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는 상황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우리나라의 전세대란에 대처하는 정책 아이디어를 외국의 사례에서 빌려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정부가 강제적인 정책을 시행한다 하여도 경제 시스템은 시장참여자들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이어갑니다. 주택가격을 억누르고 물가를 다잡는다고 하여도 결국에는 필요한 경제활동을 뒷받침할 만큼의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적정한 인플레이션을 유지합니다.

1986 1월부터 지난 9월까지의 주택가격 변동을 그래프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첨부: 전국집값그래프

2014_10_31_전국집값_1986.1~2014.9.xlsx, *자료출처: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2011 6월의 주택가격을 100으로 하여 지수화한 주택가격 그래프입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1986 1월의 주택가격은 22.6이었습니다. 그 이후 주택가격은 때론 가파르게, 때론 완만하게 오름세를 이어가다가 IMF 경제위기를 맞이하면서 주택가격지수는 1997 10월의 58.8에서 1998 11 47.1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13개월 만에 무려 20%의 가격 하락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후 다소간의 등락이 있었으나 다시 전반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2012 12 108.6을 정점으로 하고 내리막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2013 1월에는 98.4, 그리고 같은 해 3월에는 98.2까지 떨어지면서 바닥을 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져서 금년 9월 드디어 100을 돌파하여 9월말 지수가 100.1을 기록하였습니다.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 같아 아무도 집을 사려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던 시간 속에서도 지난 1년 반 동안 약 2%의 주택가격 상승이 있었습니다.

1986년부터 1997 IMF 경제위기 직전까지의 주택가격의 연간 평균 상승률은 30%에 육박하였습니다. 이러한 가파른 상승은 결국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둔화되었습니다. IMF 경제위기가 진정되고 난 2001 1월의 주택가격 지수는 61.4였고, 이는 1986 1월 이후 이 때까지 연 평균 6.9%의 주택가격 상승률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어서 2012 12월의 108.3에 이르기까지는 2001 1월 이후 연간 평균 5.3%의 주택가격 상승이 있었습니다. 2012 12월의 정점 108.3 이후 금년 9월의 100.1까지는 연평균 4.4%의 주택가격 하락이 있었습니다.

이상은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주택가격 움직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그래프로 확인하고 나면 아마도 누구나 향후 수년 안에 주택가격이 상승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길게 본다면 10, 혹시 운이 좋다면 3~5년 안에 주택가격이 다시 연평균 4~5 %대에 도달할 만큼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입니다.

제가 특별히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택시장을 너무나 비관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가격이 오르지도 않을 부동산을 왜 사?’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낮은 금리와 지난 수 년간의 부동산 시장 침체의 반작용으로 머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가격이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부동산의 위치와 선호도에 따라 원매자가 원하는 부동산 물건을 제대로 구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부동산을 구입하라고 권하면 마치 몹쓸 짓을 강요 받은 것처럼 얼굴을 찌푸릴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저조할 때에 입에 맞는 부동산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도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_10_31_전국집값_1986.1~2014.9.xlsx
0.0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