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Nut Rage- 2014. 12. 12.

jaykim1953 2014. 12. 12. 10:41

한동안 국내 언론의 머리에는 청와대 비서 출신 인사 관련 소식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기사가 조금은 진부해졌다는 느낌이 들고 알만한 내용은 거의 많이 까발려갈 즈음에 새로운 신선한(?) 뉴스 꺼리가 터졌습니다. 바로 지난 월요일 전국의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뉴스를 뜨겁게 달군 국내 항공사 부사장이며 회장 딸이 일으킨 사건입니다. 해외 언론에 까지 유명하여진, 이름하여 ‘Air Nuts’ 사건입니다. (관련기사: nytimes_12/10/2014_korean-air) 일부 언론은 이를 Nut Rage (땅콩 분노)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여기의 분노는 당사자 부사장의 분노와 사건을 보는 국민들의 분노를 이중어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cnbc_12/10/2014_nut rage)

사건의 내용은 제가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다들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일등석 승객에게 마카대미아 넛츠를 봉지에 채로 내놓았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 의하면 승무원이 봉지에 상태의 마카대미아 넛츠를 손님에게 가지고 와서 드실 것인지를 묻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한겨레_2014/12/10_승무원은 매뉴얼대로 했다) 대한항공의 매뉴얼에 의하면 당일 조부사장의 지적을 받은 행동은 못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항공 승무원의 매뉴얼은 알지 못합니다. 제가 아는 것은 매뉴얼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조부사장이 매뉴얼을 알고 이번과 같은 물의를 일으켰다면 이는 대한항공에게 치명적인 부담이 있습니다. 현장 직원들이 매뉴얼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 승객으로 부사장이 갑자기 뛰어들어 현장 조직을 무너뜨렸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도 조금은 유사한 경험을 하였었습니다. 규정에도 없는 소위 괘씸죄 어려움을 겪을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Bank of America 서울지점에서 일하던 1981 봄에 있었던 일입니다.

은행들은 자국의 통화를 지불하고 외국 통화를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원화를 지급하고 미국 달러화를 사기도 하고, 반대로 한국 원화를 받고 대신 미국 달러화를 팔기도 합니다. 외국 통화를 샀을 때에는 이를 오버 보트 포지션 (overbought position) 혹은 (long) 포지션이라고 부르고, 반대로 외국 통화를 팔았을 떄에는 오버솔드 포지션 (oversold position) 혹은 (short)포지션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달러화 포지션을 가지고 있을 때에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환율이 오르면- 이익이 발생하고, 반대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율이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합니다. 표지션일 때에는 반대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발생하고,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이 발생합니다.

1980년대 초반에는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 상승하던 때입니다.

연도

1980

1981

1982

1983

1984

1985

USD/KRW 환율

659.90

700.50

748.80

795.50

827.40

890.20

연간 USD 절상율

-

6.2%

6.9%

6.2%

4.0%

7.6%

 

이런 상황에서 당시의 기업들뿐 아니라 많은 은행들은 가급적 미국 달러화 포지션을 유지하려고 하였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달러화를 사려면 한국 원화가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만한 자금력이 필요하였습니다. 따라서 당시 제가 일하던 Bank of America 물론이고 거의 모든 외국은행들은 미국 달러화 포지션을 가자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미국 달러화 이자율은 런던 은행간 금리 (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20% 넘었고 한국 원화 또한 시장 실세 금리가 거의 30% 육박하는 초고금리 시대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당시 소위 레이거노믹스 (Reagonomics: Ronald Reagon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1981년부터 시작된 경제정책을 이르는 말로, 재정적자를 확대하여 자금을 동원하고 이를 이용하여 정부재정, 투자 등을 늘리는 정책) 초기여서 미국의 이자율이 고공행진을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은행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달러화 포지션을 유지하여 상당한 외환 차익을 남길 때였습니다. 당시 씨티 뱅크, 체이스 맨핫탄 뱅크와 함께 소위 외국은행 3 였던 Bank of America 이러한 시장 추세에 따라 활발한 외환 거래로 적지 않은 외환차익을 올렸습니다.

외국은행을 감독하는 임무는 한국은행에 주어져 있습니다. 제가 한창 외환 매매로 수익을 올리던 1980년대 한국은행 외환 담당 부서에서 외국은행의 외환 거래 감독을 담당하는 새로운 대리가 왔습니다. 직전 보직은 전산실에서 근무하던 OO 대리였습니다. 분은 어느 외국은행의 외환 담당자들을 사람씩 불러 면담을 하였습니다. 저도 분과 면담 약속이 잡혀 한국은행으로 찾아 들어 갔습니다. 제가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매우 황당한 지시였습니다. 받은 질문은 달러를 사고팔고 하느냐?’ 였습니다. 동안 거래를 보면 달러를 샀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되팔곤 하는데 이렇게 되팔 것을 사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대답은 고객과의 거래가 있을 수도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달러를 싸게 샀다가 비싼 값에 되팔기도 하는데 이러한 거래가 어떤 규정에도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답하였습니다. 그러자 홍대리가 제게 이야기는;

당신네들 돈에 눈이 어두워서 나라의 통화를 자기 마음대로 샀다가 팔았다가 하는데, 우리 중앙은행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 아세요.’

이런 이야기는 제게만 것이 아니고 당시 많은 외국은행- 외환 거래를 나름 활발히 하던 외국은행의 외환 담당자들은 사람씩 불러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홍대리는 모든 외국은행들을 하나씩 불러 놓고 일장 훈계를 하며 규정도 매뉴얼도 무시한 자기 혼자만의 생각대로 것을 강요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첫번째로 불려 들어갔습니다.

금융시장에는 규범이 있고, 규칙이 있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매뉴얼이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에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지시를 담당 대리가 자기 마음대로 강요하려 했던 것입니다. 아마도 분의 기세대로 라면 대한항공의 조부사장이 사무장에게 비행기에서 내릴 것을 요구하듯이 외국은행에게 문을 닫을 것을 요구할 것만 같았습니다.

당시 이런 말도 되는 상황을 현명하게 해결해 사람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한국은행 직원 가운데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홍대리의 전임자였던 XX 대리였습니다. 분은 저의 고등학교 대학교4 선배이고, 당시 새로운 보직 발령이 곳은 싱가포르 지점이었습니다. 인사명령을 받고 출국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김대리를 찾아가서 새로 부임한 홍대리가 말도 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상황이 외국은행 지점장들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 외국은행 본사에 일이 알려지게 되고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되니 전임자로서 부드럽게 업무 인수인계를 마쳐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김대리는 즉시 그날 저녁 저와 홍대리와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외국 금융시장, 외환시장의 관행 등에 대하여 정보를 교환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홍대리에게 애국심에 불타서 하는 행동이 자칫 못하면 나라를 궁지로 몰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다음날 홍대리의 부하 직원이 제게 전화하여 홍대리와의 면담은 없었던 것으로 하라는 전갈을 전해 주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조부사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사무장에게는 불행히도 함께 식사할 자리를 마련해 김대리가 없었나 봅니다. 방법론이야 어찌 되었든 부사장은 아마도 대한항공을 사랑하는 마음에 서비스가 되는 것을 참고 없었다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 대한항공,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항공산업 전체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랫 사람의 못을 지적할 있습니다. 때론 사람이 매뉴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바로 잡는 방법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슬기로워야 합니다.

지나 사건이야 이미 엎질러진 ,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이상 벌어지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