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브라질 채권- 2015. 4. 10

jaykim1953 2015. 4. 11. 13:03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옛 고객 가운데 한 사람인 A씨와 지난 주에 점심 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A씨와는 이따금 만나서 함께 식사도 하고 옛날 이야기도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가운데 A씨는 브라질 채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3년쯤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였으나 A씨의 이야기로는 정확히 3년 전이었다고 합니다. A씨가 저를 찾아와 브라질 채권에 대하여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것이 정확히 3년 전이었고 그 때에 A씨가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국내 몇몇 증권사에서 활발하게 브라질 채권을 고객들에게 팔았습니다. 주식시장은 가격 움직임이 커서 손실이 날까 두려워 피하고 채권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국내 채권의 수익률은 너무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하여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기를 권하였던 것입니다. 그 당시 브라질 통화 레알(real, *: 헤알이라고 발음하기도 합니다.)화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었으나 국내 증권사들은 레알의 가치가 바닥권에 다다랐다고 투자자들에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브라질 채권의 이자율은 두 자릿수이니 국내 채권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였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 레알은 그 당시의 가치보다 훨씬 더 많이 떨어졌고 브라질의 이자율은 더 높아졌습니다. 환율에 의한 환차손과 이자율에 따른 시가 평가 손실이 겹쳐져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말았습니다. (관련기사: 조선비즈-2015/03/12_브라질채권) 이와 같은 사태는 이미 지난 해 연말 즈음에 여러 언론을 통하여 보도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한경-2014/11/11-브라질국채 투자자의 눈물)

A씨의 말에 의하면 최근의 브라질 채권에 관련된 언론보도는 마치 모두 자신을 취재한 이야기인 것처럼 들린다는 것입니다. A씨도 퇴직한지 여러 해가 되어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으로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였다가 커다란 손실을 보고 말았습니다.

A씨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제게 원망스러움도 표하였습니다. 3년 전 A씨가 브라질 채권을 사려고 할 때에 제게 와서 상의를 하였었습니다. 그 때 저는 당연히 A씨를 만류하였고 브라질 채권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 A씨가 제게 물어본 질문 가운데 하나가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여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리스크가 큰 투자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이익을 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제 대답은 자연스럽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이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A씨는제 말을 들은 후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이 돈을 벌려면 리스크를 부담하여야 한다' 고 스스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래서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제가 그 당시에 좀 더 강력하게 A씨를 만류하지 않은 것을 살짝 원망하고 있습니다.

A씨는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의 일부를 같은 직장의 선배가 먼저 퇴직하여 만든 투자자문회사에 일임하였다가 크게 손실을 보았었습니다. 그래서 주식 투자는 다시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주식이 아닌 다른 투자 상품으로는 채권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러나 금리가 너무 낮아 채권투자에서 얻어지는 수입으로는 자신이 계획하였던 은퇴 후 생활이 불가능하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A씨가 거래하던 증권회사에서 브라질 채권을 권하였고 A씨의 생각으로는 리스크가 있다고 하지만 수익률은 좋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만류를 뿌리치고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A씨는 손실을 크게 입었습니다. 그렇다고 브라질 채권투자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였던 것은 아닙니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리스크가 크다고 하여서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A씨를 말렸던 것도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제가 왜 더 강력하게 A씨의 브라질 채권투자를 말리지 못하였는가에 대하여서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익이 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제가 적극 말려서 A씨가 브라질 채권에의 투자를 포기하였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서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큰 이익이 되었을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제가 그러한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없으니 강력하게 나서서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던 것입니다.

둘째로는 제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A씨와 계약을 통한 자문을 하는 위치였다면 브라질 채권의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A씨에게 인지 시켰을 것입니다. 그리고 브라질 채권투자를 강력하게 저지하면서 대안을 제시하였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을 결합하여 원금이 보전되는 투자 방법을 강구한다던가, 또는 다른 대체 투자 상품을 제안하였을 것입니다.

제가 지난 20여 년 간의 컨설팅 사업 경험을 통하여 배운 것은 (1)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 받기를 원하고 (2) 단 한 번의 자문을 받은 후 중간 점검 없이 마지막 결과만 가지고 컨설턴트를 평가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컨설턴트는 결코 신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알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미래에 어떤 상황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처음 컨설팅을 하는 순간에는 그 때의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도중에 상황이 변화하면 그 때마다 적절한 대책과 대응 방안을 모색합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처음 한 번 컨설팅 자문을 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마지막에 결과만 가지고 컨설팅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 해 전에 제 후배 한 사람이 정식 계약은 원치 않는다며 간단히 대답해 달라면서 제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의 회사가 돈을 빌리려고 하는데 미국 달러로 빌리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유로 통화로 빌리는 것이 좋을까요?” 이 후배에게 저는 아무런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돈을 빌리는 회사는 만기가 적어도 3~5년이 되는 자금을 빌리는 것입니다. 제 후배가 질문을 하는 그 당시의 상황에는 어느 한 쪽 통화로 빌리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고 하더라도 뒤에 시장 상황이 바뀌면 그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가만히 놔 둔다면 애당초 어떤 통화로 채무를 일으킬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방치할 것이면 처음부터 방치하여도 무방합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컨설팅을 요구하지 않고 그저 단답형 대답을 요구하는 일이 아직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 가운데 혹시라도 투자, 재무 관련된 업무의 컨설팅을 받기 원하신다면 무료로 대강 한 두 마디 조언을 듣는 일은 삼가시고 제대로 된 컨설팅 계약을 통하여 정확한 상황 파악과 그에 따른 대처를 하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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