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아부지 - 2015. 4. 24.

jaykim1953 2015. 4. 27. 14:05

지난 주에 이어 다시 골프 이야기를 합니다. 지난 주말 하와이의 올리나(Ko Olina)골프 코스에서 벌어진 미국 LPGA 대회- 롯데 챔피언쉽 여자 골프대회에서 마지막 홀에서 극적인 샷을 홀에 집어 넣어 박인비 선수와 연장전에 들어 김세영 선수가 연장 홀에서 번째 샷으로 그림 같은 이글을 기록하며 우승하였습니다. (관련기사: Seiyoung Kim-wins-2015-lotte-championship) 사실 이제는 미국의 LPGA 대회에서 한국의 여자 골퍼들이 우승하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 그리 새삼스러운 뉴스 꺼리라고 받아 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18 홀의 샷을 물에 빠트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그린 주변의 샷을 홀에 바로 집어 넣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위기에서 기사회생하여 연장전에 돌입하는 것이 마치 무슨 만화를 보는 듯하였습니다. 그리고 연장 홀은 그보다 짜릿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번째 샷이 홀에 빨려 들어가 이글이 되는 것을 보는 사람들은 잠시 것이 꿈이 아닌가 하는 멍한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골프 중계 해설자의 말마따나 금년에 어떤 명장면이 연출될 수는 없으나 김세영 선수의 연장 이글 샷은 금년 동안, 또는 앞으로도 계속 두고두고 명장면 중의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김세영의 극적인 우승을 전하는 소식 가운데 그녀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태권도를 12 동안 배우는 것으로 운동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조선일보_2015/4/20_김세영 우승) 그런가 하면 아쉽게 김세영에게 우승컵을 내어준 박인비 선수의 LPGA 프로필(www.lpga.com/Inbee Park/bio) 보면 그녀는 그녀의 골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으로 그녀의 아버지를 꼽고 있습니다. (Credits her father as the individual most influencing her career.)

굳이 김세영 선수나 박인비 선수를 꼽지 않더라도 많은 한국의 여자 골프 선수들은 자신의 선수생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는 데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설사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불미스러운 풍문이나 언론 보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고 믿고 따른다는 것입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에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아버지라고 답하곤 하였습니다. 그저 막연히 나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존경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희 선친께서는 만석꾼의 외아들로 태어나셔서 전재산을 나라의 독립운동에 바치시고 일제의 감옥에 10년이 넘게 갇혀 계셨습니다. (참고자료: 네이버지식인_독립운동가_김석) 만약에 우리나라가 독립이 되지 않았더라면 영영 감옥에서 나올 없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독립을 위하여 전재산을 바치는 것도, 투옥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막상 해방이 되어 자유의 몸이 되고 나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 선친께서는 천부적인 언어에 대한 능력으로 5 국어- 한국어, 일어, 중국어, 영어, 불어- 구사하시면서 사업을 일으키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어려서부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있었습니다.

저희 선친께서는 불어가 가장 취약하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어, 중국어, 영어는 한국어와 조금도 다름 없이 모국어처럼 구사하셨습니다. 불어는 학교에서 외국어로 배우셨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실 기회가 별로 없어 영어나 일어, 중국어만큼 익숙치 않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선친께서는 제가 배운 영어가 학교에서 외국어로 배운 수준임을 걱정하셨습니다. 제가 1978 서울의 Bank of America 지점에 출근하게 되었을 때에 저희 선친께서는 제게 영어로 미국 은행에서 일을 제대로 있을는지 걱정이다.”라고 하시며 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런 제가 오늘까지 문제 없이 국제금융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지낸 것을 아시게 되신다면 아마도 가슴을 쓸어 내리시며 안도의 숨을 쉬실 것입니다.

저는 저의 선친을 아부지라고 불렀습니다. 저의 세대에서는 아빠라는 말이 그리 널리 쓰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엄마라고 하면서,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라고 하였습니다. 그냥 아버지라고 하기 보다는 조금 어리광스러운 표현을 빌려 아부지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혹은 제가 아주 어릴 때에 아버지라는 발음이 되지 않아서 아부지라고 불렀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요즈음 손자가 저를 부를 때에 하부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유추해 봅니다. 처음 말을 배우면서 할아버지라는 말이 길고 어려웠던지 하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그대로 굳어서 저는 하부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아부지라고 발음하여 불렀던 저에게 저의 선친께서는 “How to organize and operate a small business” 라는 책을 물려 주셨습니다. 1949년에 판이 발행되었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1952년에 발행된 5- 5th edition- 입니다. 모두 22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800 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소규모 기업의 경영지침서입니다. 저자는 미국 대학 교수 2 사람 공저입니다. 저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시간 몇몇 장을 읽어 보았고 제가 읽은 부분 가운데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도 있었습니다. 저희 선친께서도 제가 책을 독파하고 책에서 이야기한대로 따르기를 원하셨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한 것이 1972년이니 그보다 20 전인 1952년에 발행된 책입니다. 저희 선친께서 가지고 계시던 경영 지침서를 제가 간직하는 것으로 만족하셨을 것입니다. 저희 선친께서 보시던 책을 제가 가지고 있다는 상징성에 의미를 두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득 저를 하부라고 부르는 손자에게 저는 무엇을 물려 주어야 할지 생각해 두어야 같습니다. 유대인들에게 내려오는 금언 가운데에 자식들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국제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금융기관 가운데에는 유대인 계열이 소유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돈을 주기 보다는 돈을 다루는 금융의 기법을 전수하였나 봅니다.

저도 부족한 것이 많지만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작은 지식들을 아들과 손자들에게 전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저의 선친께서 가지고 계시던 책을 제게 주셨듯이 저도 후대를 위하여 무엇인가 전하여 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세대를 이어서 전해지면 적지 않은 물고기 잡는 지혜가 축적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 봅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막연히 나의 아버지 존경할 것을 바라기 보다는 선조의 지혜를 이어 받아 누적될 있도록 하여야 것입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그들의 인생을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지혜를 바탕으로 하여 위에 노력을 더함으로써 성공에 가까이 접근할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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