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레토릭- 2015. 5. 1.

jaykim1953 2015. 5. 1. 05:36

우리는 주변에 심심치 않게 말 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조금 안다 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하는 말을 가리켜 흔히 레토릭’ (rhetoric)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경박한 표현을 빌면 말장난이라고도 합니다.

최근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이 한 말 가운데 이러한 레토릭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 있었습니다. 총리가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그는 주변을 향해 일갈합니다.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 (관련기사: 동아일보_2015.4.14.-이완구 목숨 내놓겠다) 이 말을 자세히 뜯어 보면 돈을 받았다는 사실보다는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는 것에 더 중요성을 두고 있습니다. 조금 냉소적으로 말하면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증거만 완벽하게 인멸하면 목숨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야당 대표라고 하여서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한 개인이 같은 정권 아래에서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사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그도 완강히 반론을 제기합니다. ‘더러운 돈 받고 사면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관련기사: 동아일보_2015.4.24.-문재인_더러운 ) 이 말은 역설적으로 깨끗한 돈을 받고 사면한 사실이 있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더러운 돈과 깨끗한 돈의 판단은 누가 할 것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제가 여기에서 정치적인 문제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상대적인 깨끗함을 강변하려는 의도로 이러한 표현의 기교들이 자주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금융, 경제계에서도 이러한 레토릭이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레토릭이라기 보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 금융소비자를 현혹하는 내용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동안 유행하였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 이라던가,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습니다.’ 라는 광고가 있습니다. 한 술 더 떠 광고의 말미에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라고 소비자를 현혹하기도 합니다. (관련 광고영상: 보험 광고-마음이 든든해집니다)

그런데 마음이 든든해질 것이라고 광고하는 보험(상품명: 라이나 OK실버 보험)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사망 보험금뿐입니다. (관련 url: 라이나생명_실버보험) 즉 보험 가입자가 사망하였을 때에만 보험 수익자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뿐 그 밖의 여하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험금은 1천만원을 기준으로 상품을 설계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죽었을 때에 유족들에게 보험금 1천만원을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난다고 마음이 든든해지는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는지 의문이 갑니다.

이 보험의 보험료는 얼마나 되는지 위의 url에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제 나이- 61 8개월을 기준으로 주계약 1,000만원/ 최초계약/ 만기 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형/ 80세 만기/ 10년납을 조건으로 보험료는 월 82,100원이 나왔습니다. 보험가입자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료가 1년이면 ₩985,200 (82,100 ´ 12)입니다. 10년납이므로 만약 제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게 되면 10년 동안 ₩9,852,000 (985,200 ´ 10)을 내어야 합니다. 이를 연 2%의 금리로 계산하면 원리금 합계가 ₩10,890,000이 됩니다. 3% 금리라면 ₩11,470,000입니다. 납입 보험료 대비 보험금 금액이 너무 작아 보입니다. 이 정도 수준의 보험상품이라면 이 보험을 들어 놓았으니 마음이 든든해집니다라고 이야기할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보험이라는 상품에서는 보험금을 타게 되는 상황이 닥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보험금을 타게 되는 상황이 닥쳤다는 것은 불행한 사태를 맞아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하여서 안 될 것은 보험료와 보험금의 크기입니다. 요즈음 100세 시대라는 말이 유행하는 데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평균 수명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제 주변에서 제 나이 또래의 사람이 기대하는 수명은 대체로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상은 살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러한 기대가 과학적, 의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의 기대 수명이 어떠한지를 알고 있다면 보험금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을 가입하기 위하여 10년 동안 거의 1,000만원- 정확히 9 85 2천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 보험상품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보험상품의 광고는 이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마케팅 전략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개념 가운데 UX (user experience)라는 말이 있습니다. User- 사용하는 사람, 즉 소비자의 제품 사용 경험(experience)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제품 사용과 관련하여 소비자의 행동, 태도, 감정 등을 반영하여 제품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것이 UX를 도입하는 목적입니다. 일반제품의 광고에서도 이러한 UX의 개념이 많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내구재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구입하기 전에 기존에 제품을 사용하여 본 소비자의 의견이나 사용경험에 매우 민감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라던가 냉장고 등 한 번 구입하면 여러 해 동안 사용하는 제품의 마케팅에는 UX가 크게 작용합니다.

보험상품도 한 번 가입하면 만기까지의 기간이 긴 상품입니다. 한 번 가입으로 죽을 때까지 계약이 유효한 종신보험 (whole life insurance)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일정 기간 동안만 계약이 유효한 갱신형 보험 (term insurance)도 최단 1~2년 또는 10년의 계약 기간을 가진 상품입니다. 제가 앞에서 보험료를 확인한 상품도 10년을 계약 기간으로 하는 상품입니다. 이와 같이 유효기간이 긴 상품에 가입할 때에는 사전에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여야 합니다. 기존에 이 상품에 가입하였던 소비자들의 반응과 상품 평가에도 귀 기울여 보아야 합니다. 반드시 UX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품 관련 정보와 지식을 정확히 알고 난 후에 가입하여야 합니다. 단순히 광고 모델이 믿음직스러워 보인다고 가입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근 제가 경험한 또 하나의 레토릭을 전하는 것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제 주변의 어느 사람이 최근에 저에 대하여 도가 지나친 조롱을 하였습니다. 제가 이를 언짢게 받아 들이자 그는 우스개 소리로 한 이야기인데 오해하였다면 내가 사과하겠다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이 이야기한 것은 우스개 소리였으니 아무런 잘 못이 없고, 언짢아하는 제가 오해를 한 것 같으니 오해하였다면 사과하겠다라고 조건부 사과를 한 것입니다. 이 또한 레토릭의 극치라고 보입니다. 우스개 소리라고 어떠한 말이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하였으면 사과하겠다라는 것은 결국 자신은 잘못이 없고 오해한 제게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너그러이 용서하는 마음에서 사과를 해 준다는 것입니다.

교묘한 레토릭으로 자신의 잘못을 덮고 오히려 남의 허물로 돌리는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제품 광고에서 현란한 단어들로 유혹하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잘못 이해하기 십상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정확히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