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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50% - 2015. 5. 8.

jaykim1953 2015. 5. 8. 09:38

지난 주말 국내 언론에는 갑자기 국민연금에 관한 이야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이미 언론 보도로 다 알려져 있다시피 국회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여야 합의 내용에 느닷없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50%’ 이라는 내용이 삽입된 것이 발단입니다. ‘소득대체율이라는 단어뿐 아니라 기존의 40%를 목표로 하고 있는 소득대체율이 향후 50%로 올릴 것이라는 내용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합의 내용에 대한 반발이 빗발치자 국회에서는 논란 끝에 의결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원래 정치판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느닷없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여야 합의 내용 가운데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말이 나오고, “공무원 연금 개혁하랬더니 국민연금을 개악하였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어찌하다가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가 핵심 중의 핵심이 되었는지 그 깊은 내막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이라는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것을 건드렸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는 지난 주말을 시끄럽게 하였던 합의안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리고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였습니다.

소득대체율이라는 어려운 용어로 사용하였지만 내용인즉 국민연금 가입자가 연금을 받게 되는 금액의 크기에 관한 것입니다. 소득대체율이 커지면 연금 금액도 늘어납니다. 노후에 받을 연금 금액이 늘어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노후 연금 금액이 늘어나려면 연금 불입액도 늘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국민연금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을 바탕으로 계산되었습니다. 우선 2060년이 되면 기금이 고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연금 계산에 적용되는 조건들은 현재의 보험료율 9%와 기금운용 수익률 연간 4~5%입니다. 보험료율이 9%라 함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불입하는 금액이 소득의 9%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를 고용주와 가입자가 5:5로 나누어 내게 되므로 각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은 4.5%, 그리고 나머지 4.5%는 고용주가 부담합니다. 이렇게 적립한 기금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운용하여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이를 매년 4~5% 정도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연금을 설계하였습니다. 처음 1988년에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에는 소득대체율이 70%였습니다. 이를 1997년 개정에서 1988년부터 60%를 적용하는 것으로 낮추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8년에 다시 50%로 낮추면서 그 해부터 추가적으로 매년 0.5%씩 단계적으로 낮추어 20년이 경과한 2028년에는 10%가 더 낮아진 40%의 소득대체율이 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2008년부터 7년이 경과한 금년도에 적용되는 소득대체율은 46.5%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계 조차도 2060년에 기금이 고갈하는 것을 예상하고 설계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보험매일_2015.2.14_2060 기금고갈) 어찌 보면 아슬아슬한 설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60년이 되면 적립된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아직 없어 보입니다. 기금이 고갈하는 순간까지도 국민연금가입자 가운데에는 보험료를 불입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보험료만 열심히 불입하고 아무런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가 봉이냐또는 ()을 든 강도라는 표현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안()에 대하여 강한 비판을 퍼붓는 젊은 계층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2015/05/06_뿔난2030)

2060년이 되면 아마도 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2060년이면 제 큰 아들이 80대에 접어들고, 작은 아들이 70대 후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 큰 손자가 50대에 접어들면서 몇 년 남지 않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힘겹게 내고 있을 것입니다. 2060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어 국민연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제 큰 아들은 80대 초반에, 작은 아들은 70대 후반에 갑자기 국민연금 혜택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손자들은 보험료만 내고 연금 혜택은 기대하지 못하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북유럽의 복지국가들 예를 들며 국민연금 제도가 우리사회를 곧바로 살기 좋은 복지사회로 만들어 줄 듯이 핑크 빛 선전에 열을 올렸습니다. (관련기사: 1987-04-16_동아일보_10만원봉급자_월1500원내고 9만원받아) 이 당시에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한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하여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을 설계하였습니다. 그러나 10년도 가지 않아 받는 금액을 줄이고 내는 금액을 늘리기 시작하였습니다. 1997년과 2008, 2 차례의 수정이 있었습니다.

저는 연금- 특히나 공적 연금-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제도를 모델로 하여 모든 기금을 국가가 관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약 5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국민연금 기금을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기금운용본부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운용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 애꿎은 가입자들이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 곳에서 특별히 높은 운용 수익을 올렸다 한들 연금 가입자에게 특별히 돌아오는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법에 정해진 대로 연금 혜택을 받을 뿐입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제도를 택하고 있는 미국의 예를 살펴 보겠습니다. 미국의 노후 연금은 각 개인의 책임하에 적립되고 관리됩니다. 각자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노후대비 기금을 적립할 수 있으며, 일정 한도 안에서 고용주도 기금을 적립하여 줍니다. 적립된 돈은 우리나라처럼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개인의 은퇴 구좌- 401K 혹은 IRA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구좌에 적립됩니다. 일정 한도 안에서는 이러한 은퇴 구좌에 적립되는 금액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세금을 안 내는 것이 아니라 유예됩니다. 은퇴 구좌에 입금될 때는 소득에서 공제하여 주고, 은퇴 후에 은퇴 구좌에서 인출할 때에 세금을 부과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금 납부 시기를 뒤로 늦출 뿐 아니라 소득 금액이 줄어 들어 누진세율 가운데 낮은 세율을 적용 받는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의 현재의 소득이 연간 5만 달러인데 이 가운데 5천 달러를 은퇴구좌에 넣는다면 A 45천 달러의 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냅니다. 5만 달러 소득에 대한 세율과 연 45천 달러의 소득에 대한 세율이 다르다면 A에게는 연간 45천 달러의 소득에 대한 세율을 적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A의 고용주도 5천 달러를 A의 은퇴 구좌에 입금합니다. 이렇게 모아진 돈을 A가 지정하는 금융기관에 맡겨 놓고 주식, 채권, 펀드, 보험 등의 금융 상품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각 개인의 은퇴 구좌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해당 은퇴 구좌에 적립되고 인출하기 전까지는 소득세를 내지 않습니다. 은퇴 후 다른 소득이 없을 때에 은퇴 구좌에서 필요한 금액의 돈을 인출하게 되면 인출한 금액을 소득으로 간주하여 그 해 연말에 소득세를 납부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때에는 필요한 금액만 인출하게 되므로 인출 규모가 크지 않아 소득세 대상이 되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고 그에 따라 세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은퇴 구좌에 적립할 때에 소득세를 내지 않고 적립한 돈이므로 인출할 때에 소득세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나름대로 매우 합리적이고 효과적입니다. 각 개인이 투자 전문가가 아니므로 은퇴구좌의 관리를 투자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투자전문가들은 은퇴구좌의 자산운용 성과를 높여주고 좀 더 많은 금액의 구좌를 관리하여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기금운용과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지불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다 나은 기금관리자를 선택할 수도 없고, 비용을 절약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에 비하면 미국의 제도는 각 개인이 투자전문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전문가와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하여 상의할 수 있습니다. 젊은 시기에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은퇴 자산을 불려나가고, 나이가 들면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바꾸면서 노후 자산을 지켜나가는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항상 안정적이고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견지합니다.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의 은퇴자산이 한 곳에 모두 모여 있으므로 이를 구분하여 젊은 사람들의 은퇴 자산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은퇴자산으로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가입자의 자산을 국가에서 관리해 주고 연금 지급 금액을 법과 규정이 정한 소득대체율 대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노후에 받을 금액을 정부가 보증하는 것과 다름 없어 안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노후 연금이 자신의 능력이나 의지와 관계 없이 규정에 의하여 지급되는 것을 불만족스러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제도를 바꾸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기왕에 정하여진 제도 안에서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춘 보험 전문가들이 연금을 설계하고 기금운용도 보다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정치의 논리가 아닌 금융상품으로서의 연금의 특성에 맞는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