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2015. 8. 21.

jaykim1953 2015. 8. 21. 10:21

지난 주의 세계 경제는 중국 위안화의 연이은 평가절하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2015/8/14_중앙일보_위안화4.59%평가절하) 한편으로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경제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하게 만들어 준 사건이기도 합니다. 유럽의 증시는 3%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고 이번 위안화 절하의 충격으로 인하여 미국에서는 당분간 FED가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2015/08/13_위안화절하에_세계증시_요동)

이제는 중국의 영향력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G-2의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해 가는 듯 보입니다. 과거에는 그냥 인구가 많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만 여겨졌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의 모든 공산물을 생산하는 공장이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시장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시장 크기를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를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휴대폰 시장입니다. 전세계 휴대폰 판매량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명

2014

2013

판매대수

점유율 (%)

판매대수

점유율 (%)

삼성 (한국)

392,546

20.9

444,472

24.6

애플 (미국)

191,426

10.2

150,786

8.3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185,660

9.9

 250,835

13.9

레보노 (중국)

84,029

4.5

66,463

3.7

LG (한국)

76,096

4.0

69,094

3.8

화웨이 (중국)

70,499

3.8

53,296

2.9

TCL (중국)

64,026

3.4

49,538

2.7

샤오미 (중국)

56,529

3.0

13,423

0.7

ZTE (중국)

53,910

2.9

59,903

3.3

쏘니 (일본)

37,791

2.0

37,596

2.1

Micromax (인도)

37,094

2.0

25,431

1.4

기타

629,360

33.5

587,764

32.5

합계

1,878,968

100

1,808,600

100

(단위: 1,000, 자료: 가트너 IT 리써치 2015)

이 가운데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의 약진은 괄목할 만 합니다. 2014년의 시장 점유율은 (판매대수 기준) 17.6%에 달합니다. 이제는 휴대폰 시장에서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주목하여야 합니다.

다른 예를 한 가지 더 들어 보겠습니다. 자동차 시장입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차를 많이 파는 독일의 폴크스바겐 (VolksWagen)사에서 제작하는 차 가운데 일반 대중적인 모델 제타(Jetta)와 고급차 페이튼(Phaeton)을 비교하였습니다.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는 폴크스바겐의 이미지가 대중적인 저가 차량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고급차 페이튼은 판매에 실패하였습니다. 2007년에는 미국과 캐나다를 합하여 고작 17대의 판매에 그쳤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 페이튼은 더 이상 판매하지 않고 철수하였습니다.

연도

페이튼

제타

미국

캐나다

미국

캐나다

2003

343

---

117,867

---

2004

1939

93

91,790

15,826

2005

820

34

104,063

18,202

2006

235

7

103,331

19,251

2007

17

---

98,951

14,667

(자료: Good Car Bad Car)

그러나 최근 폴크스바겐의 발표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서 철수한 페니튼의 판매량은 아직도 24,000 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들의 대부분을 중국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판매에 실패하였으나 중국에서의 인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이에 힘 입어 페이튼 차량의 2016/2017년 모델 판매를 위하여 중국 안에 세일즈 라운지 10 곳을 더 만들 것이라고 합니다. (관련자료: volkswagen-news/phaeton-gains-popularity-china) 중국은 이미 자동차 산업에서 세계 2위의 시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경제력을 감안한다면 중국 위안화는 평가절상이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하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통화가 절상되는 것과 절하되는 것은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중국 위안화의 고시환율은 8 10일까지는 미국 달러당 6.1162 위안이었습니다. 3번의 평가 절하가 있은 다음 8 13일의 고시환율은 미국 달러당 6.4010 위안이었습니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08 10

08 13

$/CNY

 6.1162

 6.4010

 

위안의 평가절하 전에는 중국의 수출업자가 수출을 하고 $1을 받으면 이는 중국 돈으로 6.1162 위안이었지만, 평가절하 후에는 $1의 중국 위안화 환산 금액은 6.4010 위안이 됩니다. $1 0.2848 위안의 수입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 반면 외국에서 $1달러를 주고 수입한 물건을 사려면 평가절하 전에는 6.1162 위안을 내면 되었으나 평가절하 뒤에는 6.4010 위안을 지불하여야 하므로 지출 금액이 늘어나게 됩니다.

평가절하의 결과는 수출업자에게는 같은 가격에 수출을 하여도 중국 돈으로 환산하면 추가 이익이 발생하고, 반대로 수입품의 가격은 상승합니다. 이에 따라 (1) 수출은 늘어나고, (2) 수입은 줄어듭니다. 해외 여행을 나가는 중국의 관광객 입장에서는 평가절하 이후에는 예전보다 더 많은 위안화를 지불하여야 합니다. 해외에서 사용할 미국 달러화를 $1 사는 데에 평가절하 전인 과거에는 6.1162 위안만 지불하였으면 되었으나, 평가절하 뒤에는 이젠 6.4010 위안을 지불하여야 합니다. 중국의 관광객들이 해외에 나가서 돈을 사용할 때에 같은 금액의 달러화 금액을 지불하여도 위안화 환산 금액은 늘어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 평가절하되면 그 나라에서 (3)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 반면 한 나라의 통화가 평가절상 되면 평가절하의 반대 현상이 발생합니다. (1) 수출은 줄어들고, (2) 수입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3)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늘어납니다. 자국의 통화가치가 높아지면서 외국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1997년 우리나라가 IMF에 지원을 요청하는 경제위기를 맞기 직전에 있었던 현상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 원화는 과도하게 평가절상 되어 있었습니다. 외국의 물가가 싸게 느껴지고,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수출은 줄어들고 수입은 늘어나는 현상이 있었고, 사회전반에 과소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1997년에 우리나라 원화가 평가절상 된 것은 정부가 나서서 미국 달러화를 팔고 한국 원화를 매입하는 시장개입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시장에는 달러화가 넘쳐나고 한국 원화는 오히려 공급이 딸리게 되자 미국 달러화에 대한 한국 원화의 가격이 상승하였던 것입니다. 정부가 강한 원화 가치를 유지한 이유는 1인당 국민소득을 미화 2만 달러 이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원화로 연간 1,800 만원 수준이었고 이 금액이 미국 달러화 환산액 2만 달러를 넘도록 하려면 USD/KRW 환율이 900원 보다 낮아야만 했습니다. USD/KRW 환율을 낮추려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양이 많아야 합니다. 달러를 많이 팔아야 합니다. 이를 정부가 나서서 주도하였습니다. 외환보유고로 가지고 있는 달러를 시장에 내다가 팔아서 환율을 900원 밑으로 유지하였습니다. 그 결과 원화는 평가절상 되었고 국민들은 상승한 원화 가치를 즐기면서 해외여행을 즐기고, 수입을 늘리면서 과소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수출은 저조하였고, 외환보유고는 자꾸 줄어만 갔습니다.

정부가 시장에서 달러를 무한정 팔 수는 없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결국 한국 원화는 급격한 평가절하를 겪게 됩니다. 1992년말 USD/KRW 환율은 1,700원까지 상승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화 1만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의 원화금액은 1,800 만원 수준으로 변함이 없으나 환율이 900원에서 1,700원으로 뛰고 나니 달러 환산 금액은 반 토막이 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환율은 국민의 자존심이라고도 합니다. 자국 화폐의 가치가 높아지면 뿌듯함을 느끼고, 반대로 가치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리적인 면을 본다면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효과가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더 되기도 합니다. 이번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이 자존심을 조금 포기하고 실리를 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자존심과 경제적인 실리, 이 두 가지의 조화를 잘 이루도록 우리나라의 원화 환율이 유지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