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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잉사의 퇴직금 집단 소송- 2015. 8.28.

jaykim1953 2015. 8. 28. 08:43

지난 수요일 8 26일 아침 월 스트리트 저널 인터넷 판에 실린 기사 가운데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Boeing Fights Retirement-Plan Class Action.” 우리 말로는 보잉사가 퇴직금제도에 대한 집단 소송과 싸운다’ (관련기사: www.wsj.com/boeing-fights-retirement-plan-class-action)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면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회사인 보잉(Boeing)사의 퇴직금 제도에 관하여 2006 9월부터 소송이 시작되었고 그 대상이 되는 인원은 무려 19만 명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이 인원은 종업원뿐 아니라 이미 은퇴한 사람들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8 건의 법정 중재(settlement)에 의하여 2 14백만 달러가 지불되었고, 이 가운데 7천만 달러는 쉴리터(Mr. Schlichter)라는 한 개인과 그의 변호사들에게 지급되었습니다. 아울러 재판 결과 이 회사의 퇴직급여 제도를 원천적으로 바꾸도록 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발단을 보면; 2005년 보잉사는 종업원 각 개인에게 1인당 $103를 퇴직 기금 관리 비용으로 부담시켰는데, 보잉사의 퇴직 기금 적립 규모를 감안하면 1인당 $42 이상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원고측 (종업원과 퇴직자들)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보잉사는 1997년부터 2005년 사이에 354십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종업원들에게 부당하게 부담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2007년에 보잉사가 경쟁 입찰을 통하여 새로운 퇴직 기금 관리 계약을 맺으면서 종업원 1인당 관리비 부담은 $32가 되었습니다. 이는 재판의 기록으로도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집단 소송 내용 가운데에는 보잉사가 직원들의 퇴직 기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게 하고, 또 손실이 발생한 첨단 테크놀로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에 대하여서도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퇴직 기금의 운용을 직원들 스스로 결정하였고 첨단 테크놀로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선택 사항에 불과하여 회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자사주 또는 어떤 특정 분야 주식에 대한 투자를 허용한 것까지 회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관측도 있는 것입니다.

보잉사의 퇴직 기금은 401(k) 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401 (k)라는 이름은 미국의 연방 세법에서 특정 퇴직 기금 형태를 규정하는 조항의 번호입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세법 401 k 항에 규정한 퇴직 급여 적립방법이라는 표현입니다. 401(k)의 가장 큰 특징은 종업원이 적립하는 금액과 같은 금액을 고용주도 함께 적립하여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적립되는 돈은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퇴직 후 이 기금에서 개인이 인출할 때에 세금을 물리게 됩니다.

보잉사의 401(k) 기금은 현재 44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미국내 전체 401(k) 기금 가운데 IBM의 뒤를 이어 2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미국내 전체 퇴직 기금 규모는 2015 1/4분기에 249천억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 www.ici.org_통계자료_retirement_2015_Q1)

미국의 퇴직 기금 가운데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개인 은퇴 계좌-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IRA 입니다. 전체 24 9천억 달러 규모의 퇴직 기금 가운데 약 30% 76천억 달러가 IRA 퇴직 기금입니다. 미국내 전체 퇴직 기금 가운데 401(k)가 차지하는 비중은 18.7%, 4 6 6백억 달러입니다. 2008년 말 세계 금융 위기 (Global Finance Crisis) 직후 미국 전체 퇴직 기금이 14 2천억 달러였고, 이 가운데 15.5% 2 2천억 달러가 401(k)였던 것에 비하면, 전체 퇴직 기금 규모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401(k) 규모는 지난 8년간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기업의 퇴직금을 외부에 적립한다는 원칙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퇴직금제도에 의하여 지급액을 결정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의 DB- defined benefit 방식이 선호됩니다. DB 방식은 퇴직 연금의 수혜시점에 지급되는 금액을 미리 정하여 놓고 그 금액에 맞추어 적립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DB 방식의 예가 [퇴직 직전의 월급 금액X 근속연수 X가중치] 의 방식으로 연금 금액을 결정하는 과거의 퇴직금 지급 방식입니다.

DB와 다른 방식은 DC- Defined Contribution입니다. 이 방식은 적립액을 미리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연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전체 시장 규모를 보면 아직도 DB 규모가 DC 보다 더 큽니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가입자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DC보다는 DB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퇴직 연금 가입자들은 퇴직 기금의 관리비용이 얼마인지를 아직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듯합니다. 사실은 미국의 보잉사 직원들도 자신들의 퇴직 기금 관리 비용이 얼마나 지급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2006년 집단 소송이 시작하면서 그 동안 $103의 관리 비용이 지급되고 있었다는 것, 이 비용이 $42까지도 낮아질 수 있었다는 것, 2007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퇴직 기금 관리 비용이 $32로 떨어졌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집단 소송이 없었다면 이러한 사실들을 알지도 못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보잉사의 직원들과 퇴직자들에게 집단 소송을 제기하도록 부추긴 것은 변호사들이었습니다. 월 스트리트의 기사에서도 지적하였듯이 변호사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수수료를 받아 갑니다. 종업원들이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하였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소송을 대리해 주는 정당한 대가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보잉사에게는 전혀 예뻐 보일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 변호사입니다. 보잉사의 시각에서는 이들 변호사가 소송 만능주의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또 변호사들에 의한 재판 시스템의 과용 또는 소송 비용의 낭비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와 종업원들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 기사를 읽어 보면 이러한 시행착오에 대하여서는 중립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종업원들- 금융 소비자들도 보다 현명하여지고, 자연스럽게 금융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소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퇴직 기금 관리 비용에 대한 투명한 분석과 이에 대한 심각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비용이 적정한 것인지도 한번쯤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은 비용의 효율성이 매우 중요한 산업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장도 고비용 저효율을 벗어나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 방법으로 집단소송이라는 제도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그러한 방법을 통하여서라도 저비용 고효율을 이룩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보잉사가 겪고 있는 집단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금융 비용을 절약하고 상대적으로 금융산업의 효율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 오리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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