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영어 이름- 2016. 7. 29.

jaykim1953 2016. 7. 29. 10:42


지금은 우리나라 은행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NH농협 지주 등 전국적인 조직을 가진 은행뿐 아니라 BNK (부산은행), DGB (대구은행), JB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지주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그 자회사로 은행과 기타 금융기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은행은 일찍이 5대 시중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조흥은행, 상업은행, 제일은행, 한일은행, 서울신탁은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현재 이름이 남아 있는 은행은 한 곳도 없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9.14. 참조) 그렇다고 예전의 5 대 시중은행이 모두 문을 닫은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저런 형태로 흡수 합병되거나 혹은 다른 은행에 인수되어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 가운데 주요 은행으로 꼽히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980년대, 1990년 대에 각각 설립된 은행들입니다.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교포 자본에 의하여 설립되었고 하나은행은 한국투자금융 주식회사가 1991년에 은행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이 처음 설립되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1982년에는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은행의 자금 담당 직원들이 하루에 한 번 서로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매일 오후 서울 명동의 은행협회 건물 안에서 콜 (call) 자금 거래를 위하여 대리급 이상의 책임자 직원이 콜 시장을 직접 방문하여야 했습니다. 그 곳에 모여서 자금이 남는 은행들은 콜 론 (call loan)을 신청하고, 자금이 부족한 은행은 콜 머니 (call money)를 신청하면 콜 시장 여직원이 자금을 매칭 시켜 주고 그 결과를 칠판에 적어주었습니다. (그 당시 콜 시장 여직원은 미스 최라고 불리던 분이었습니다. 혹시 미스 최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옛날 생각에 잠겨 보시기 바랍니다.)

신한은행이 처음 창립하던 날 신한은행 직원은 콜 론을 신청하였습니다. 자금이 남았던 것입니다. 은행 문을 처음 열면서 자본금도 있고 또 일부 축하 예금 등 예금이 들어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대출을 일으키기에는 심사라던가 각종 행정적인 절차와 서류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대출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여서 자금 여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신한은행이 내놓은 콜 론을 외국계 은행에서 콜 머니로 받아가게 되었는데 외국계 은행에서 신한은행의 영문이름을 물어 보았던 것입니다. 콜 시장의 여직원은 새로 생긴 신한은행의 영문이름을 알 리가 없었고, 때마침 신한은행에서 나온 직원도 미처 영문이름까지는 파악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신한은행으로부터 콜 머니를 받아가는 외국계 은행 가운데는 제가 소속되어 있던 Bank of America도 끼어 있었습니다. 저도 그 날 그 곳- 콜 시장에 있었습니다.

신한은행 직원은 본점에 전화를 걸어 자기네 은행의 영문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새로 생긴 신한은행의 영문이름을 아는 사람이 신한은행의 본점에도 없었습니다. 외국은행들의 입장에서는 내부적으로 모든 회계처리에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거래 상대방 이름을 영문으로 입력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일단의 외국은행 직원들끼리- 저를 포함하여- 우선은 신한(新韓)을 영어로 바꾸어 뉴 코리아 (New Korea) 라고 쓰기로 하였습니다. 콜 시장에서 졸지에 뉴 코리아 뱅크가 탄생하였습니다.

그러나 뉴 코리아 뱅크라는 이름은 불과 1~2 시간을 버티지 못하였습니다. 콜 시장에서의 거래를 마감하고 은행으로 돌아오자 신한은행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신한은행의 영문이름은 신한 뱅크- Shinhan Bank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외국은행의 콜 거래자들은 부랴부랴 뉴 코리아 뱅크의 문을 닫고 신한 뱅크로 이름을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신한은행이 설립되고 1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당시의 Bank of America가 외국인 대주주로 참여하는 한미은행이 설립되었습니다. 국내 기업들과 미국의 Bank of America 1/2씩 투자하여 설립한 은행이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하여 어느 한 쪽도 과반수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개인 자격의 투자자가 완충지대를 만드는 작업이 있었으나, 기본적으로는 50:50 의 한미 합작은행이었습니다. 미국과의 합작은행이다 보니 영문 이름은 처음부터 미국의 투자자인 Bank of America가 주도권을 쥐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한미은행의 영문 이름도 초기에는 혼란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미은행은 1983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약 1년 먼저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인 교포들이 출자하여 설립한 한미은행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 LA 한미은행의 지주회사가 나스닥 (NASDAQ)에 상장되면서 이름을 Hanmi Bank로 굳혔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영문 이름을KoAm Bank라고 쓰고, 우리 말로는 한미은행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설립하는 한미은행도 처음에는 영문이름을 KoAm Bank라고 쓸 것을 고려하였습니다. 그러자 LA에있는 한미은행에서 만약 한국의 한미은행이 영문이름으로 KoAm Bank를 사용할 경우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적인 우선권의 효력을 확인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런 사태를 알게 된 우리나라의 한미은행은 지역은행에 불과한 LA의 자그마한 한미은행과 법적인 싸움을 일으켜 봐야 LA 한미은행이 유명해지는 것을 도와줄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한미은행이 선택한 영문 이름은 KorAm Bank 였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이름을 모두 코람 뱅크라고 읽었으나, 미국측 직원들은 모두 ~어 앰 뱅크라고 읽었습니다. 발음을 어찌하던 간에 LA 한미은행과 이름 때문에 충돌하는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미은행이 처음 설립되었을 때에 미국에서 공모하여 온 캐치 프레이즈가 있었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보았던 어떤 캐치 프레이즈보다도 간단하면서 의미가 오래 기억되는 문구입니다. 한미은행의 설립 당시 캐치 프레이즈는;

           “Tomorrow bank today.”

였습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미래 은행의 현재’, 또는 오늘 존재하는 내일의 은행정도가 될 것입니다. 지금 있는 한미은행은 today 이지만 그 내용은 tomorrow bank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멋진 캐치 프레이즈로 시작한 한미은행은 3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주주가 몇 번 바뀌면서 Bank of America는 완전히 손을 떼고 이제는 이름도 바뀌어서 씨티은행으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신한은행과 씨티은행뿐 아니라 여러 우리나라 은행들의 모습이 변화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앞 날이 어떻게 될지 미리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더 훌륭하고 좋은 은행으로 성장해 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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