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미국에서 만들어져서 크게 히트하였던 플래쉬 댄스(Flashdance)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 삽입되었던 주제가 웟 어 필링(What a feeling)도 크게 히트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What a feeling! 음악) 마침 며칠 전에 라디오에서 웟 어 필링 노래가 나와서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옛날 영화 생각도 하였습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다분히 신데렐라 스타일의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꾸준히 노력하여 고지식한 무용계에서 인정 받게 된다는 미국식 성공 스토리입니다. 철강 공장에서 용접공 (welder)로 일하는 주인공Alex는 무용을 좋아하여 무용계로 진출하고 싶어하나 기존의 보수적인 무용계의 높은 벽에 부딪칩니다. 그녀는 무용에 대한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고 밤에 근처 술집에서 댄서로도 일을 합니다. 그러면서 무용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아 결국에는 보수적인 무용계 지도급 인사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몇 가지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 가운데 제가 기억하는 장면 두 가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첫째는 Alex가 밤에 무용수로 일하는 술집 장면입니다. 그녀가 낮에 용접공으로 일하는 공장의 관리직 책임자가 마침 그 술집에 와서 술을 마시다가 그녀의 무용을 보면서 함께 온 옆 자리 친구에게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자신과 같은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는 여자라고. 그리고는 그는 대수롭지 않게 Alex의 사회보장 번호 (Social Security Number,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를 이야기합니다. 즉, 그는 Alex가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서 급여를 받아가고 그 급여를 자신이 지급하며, 그 과정에서 그녀의 사회보장 번호로 신고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같으면 섣불리 다른 사람의 개인신상정보를 누출하였다가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에 만들어졌고, 또 영화의 배경이 철강공장의 하급직 관리자가 우쭐거리면서 자신이 여자 종업원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내세우려 한다는 설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33년 전에 미국의 철강공장 근처에서 일어났을 법한 개인신상정보 누설이 오늘의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제 아침 국내 일간지에 실린 기사 가운데 개인신상정보에 관한 것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hani.co.kr/2016/7/13_입사지원서) 이 기사를 보면 기업들이 입사 지원자들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입사지원서에는 불필요한 개인신상정보가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불구하고 수집하고 있는 정보들은; 주민등록번호, 가족사항, 취미, 특기, 신장·체중, 종교, 혈액형, 부모 직업, 에스엔에스(SNS) 주소·아이디, 자산·재산 규모 등이라고 합니다. 직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요즈음 같이 취직이 어려운 시기에 구직자들은 자신이 지원하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이러한 정보들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것도 충분히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갑(甲)질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두 번째 기억에 남는 장면은 Alex가 고지식한 무용계의 거장들 앞에서 오디션을 보는 장면입니다. 굳은 표정에 거만한 모습으로 Alex를 지켜 보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의 춤에 빠져 들면서 흥에 겨워 발로 박자를 맞추고 고개를 까닥이며 함께 즐기는 모습입니다. 영화 속의 장면이었지만, 그녀는 정말로 열심히 춤을 추었고 흥에 겨워하며 즐겼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의 무용에 빠져 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영화 플래쉬 댄스의 주인공이 보여준 것과 같은 열정으로 자신 있는 일에 몰두하여 본 적이 있었는지 저 스스로를 돌이켜 봅니다. 제가 가장 열정을 가지고 일하였던 시기는 직장생활 초기 5~6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지금부터 35년쯤 전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Bank of America 서울지점에는 회계를 전공하거나 회계를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회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심사분석 분야의 일을 하면서 고객 기업의 재무상태를 분석하고 점검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은행 회계와 관련된 업무는 대부분 영문과 출신의 사람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복잡한 회계 관련 업무는 손을 놓고 있었으며 본점의 지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때에 제가 처음으로 Bank of America의 본점에서 내려온 지침을 적용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내부 스왑 거래(Internal swap transaction)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원화를 시장에서 5% 이자율로 빌려서 그 돈으로 미국 달러화를 달러당 1,000원에 사고 매입한 달러화를 2% 이자율로 예금하였다고 할 때에 이를 회계해서 기장하면;
와 같이 됩니다.
그런데 원화 차입금은 이자율이 5%이고, 달러 예금은 이자율이 2% 이어서 연간 3%의 이자 역마진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이자 손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 달러를 시장에서 판다면 파는 가격에 따라 환차익 또는 환차손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 발생하는 환차손 또는 환차익으로 이자 역마진을 보전하여 주는 것이 내부 스왑 거래입니다.
예를 들어 1 년 후에 달러를 달러당 1,005원에 팔았다면 5원의 환차익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자 역마진은 1,000원의 3%인 3원의 이자 손실이 발생하였으므로 이 금액을 환차익에서 공제하여야 합니다. 총 환차익 5원에서 이자 비용 3원을 차감한 2원이 순수한 환차익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자 계산에서의 손익과 그에 연관된 환차손익을 연결하여 서로 상계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정확한 은행(지점) 전체의 손익을 파악할 수 있고, 이자 부분과 환차 부분의 사업부문별 손익을 정확히 알아 낼 수 있습니다.
Bank of America 서울 지점에서는 1980년까지는 이러한 내부 스왑 거래를 적용하지 않았었습니다. 제가 내부 스왑 거래에 대한 본점의 지침을 관련부서의 여러 사람에게 교육시켜 1981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본점의 지침에 어떤 제도가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였고, 회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였던 상태에서 제가 본점 지침을 열심히 공부하고 알아내서 그 것을 지점 내부에 전파할 수 있었던 것은 제 나름의 열정과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이 내부 스왑 거래 제도의 도입이 결정된 것은 1980년 11월이었고 12월 한 달 간의 시험 운영을 거쳐 1981년 1월부터 시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성공리에 이룩한 공을 인정 받아 저는 1980년 12월 입행 2년 만에 과장으로 진급을 하였습니다. (진급 사유는 내부 스왑 거래 한 가지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추가적인 공로와 성과를 인정 받았기에 가능하였습니다)
플래쉬 댄스 영화의 주인공이 그녀의 열정을 심사위원들에게서 인정받은 것에 비유할 수는 없겠지만 저도 나름대로 매우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들도 열정과 사명감으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실적 잘 된 결과를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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