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내 앞 가림 먼저... - 2017. 1. 13

jaykim1953 2017. 1. 13. 12:18

지난 주 일요일에 이 곳 캘리포니아에 있는 새들 백 처치 (Saddleback Church, http://saddleback.com)로 예배를 드리러 갔었습니다. 그 날 설교 말씀은 최근 젊은이들이 가장 존경하는 목회자로 투표에서 1 등을 한 커트 존스턴 (Kurt Johnston) 목사님이 전하였습니다. (관련 설교: Kurt_Johnston_1/8/2017)

제가 선교를 하려고 교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날 커트 존스턴 목사님이 예화를 든 내용 가운데 저 스스로 또 다른 의미의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커트 존스턴 목사님이 든 예화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여러 해 전 저는 (커트 존스턴 목사님은) 부부동반 하여 시카고에 있는 친구를 방문하였습니다. 그 곳에서 친구의 권유로 시카고 시내 관광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시내 관광이 버스를 타거나 도보로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것이 아니고 세그웨이라는 일종의 개인용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 Segway, 아래 사진 참조)

아침 일찍 모여서 약 30분간 이 새로운 기구- 세그웨이를 타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였습니다. 세그웨이는 상당히 정교하고 예민한 기구여서 발가락 끝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또 발 뒤꿈치로 조금만 체중을 움직여도 즉시 반응합니다. 특히 오른 쪽을 돌아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그웨이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마찬 가지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세그웨이는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투어 가이드는 세 가지 주의 사항을 주었습니다. 1. 한 줄로 서서 따라 올 것, 2. 투어 가이드보다 앞서 가지 말 것. 3. 운전 미숙이든, 교통상황 때문이든 여하한 경우에도 세그웨이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고 원상복구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경비는 여행객 자신이 부담하여야 함.

그런데 처음에는 별 탈 없이 잘 진행되던 시내 관광 도중에 작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 친구 (커트 존스턴 목사님의 친구)가 실수로 몸을 앞으로 숙이는 순간 세그웨이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갔습니다. 당황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일행 가운데 누구도 그를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옆에서 도와달라는 소리를 듣기는 하였으나 고개를 돌리게 되면 세그웨이가 그 방향으로 선회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미리 교육 받은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곁눈 질만 할 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는 몸의 균형을 잡고 투어 가이드를 앞지르기 직전, 미시건 호수에 빠지기 전에 세그웨이를 멈출 수 있었습니다.

이 예화를 듣다 보니 비단 세그웨이를 타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평소 살아가는 것이 세그웨이를 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뻔히 보고 알면서도 그들을 도와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그웨이를 타고 있는 사람이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느라 앞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눈길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나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재정적으로 넉넉하고 여유가 많다면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선선히 응해 주고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면 얼마나 보기에도 좋고 아름다운 미담의 주인공이 되겠습니까마는현실은 남들에게 도움을 줄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섣불리 남을 도우려다가 자신의 재정문제를 유발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조금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넉넉함 보다는 빠듯함을 느낄 것입니다.

더욱이 이미 현직에서 은퇴한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남들을 도와 주는 일에 선뜻 나서지 못할 것입니다. 은퇴 후에는 대체로 수입이 줄어 들거나 혹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재무상태가 스스로의 생활에 빠듯하게 맞춰져 있게 마련입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여유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예외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줄여 가면서 목돈을 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아들, 딸의 혼사에 드는 비용입니다. 은퇴 전 현직에 있을 때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 사돈 집안에 대한 배려, 자식의 기를 꺾고 싶지 않다는 생각 등에서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큰 돈을 지불하면서 아들, 딸의 혼사를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강남에 살던 친구가 딸 결혼을 시키면서 경기도의 위성도시로 이사를 간다면 이는 필시 딸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느라 집을 줄였을 것입니다. 또 아들을 결혼 시키면서 아파트 평수를 반으로 줄여서 이사한다면, 이는 아들의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 제가 보아 왔던 많은 경우에 자식의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하여 자신의 은퇴 자산을 내놓았던 사람들이 그로 인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들, 딸을 결혼 시키고 나면 이런저런 이유로 생활비, 용돈이 더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자식들의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하여 은퇴자산의 일부를 처분하고 나면 자연스레 수입도 따라서 줄고 가용 자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 결과 은퇴자의 살림은 더욱 팍팍하여 지고 쪼들리게 됩니다.

세그웨이를 타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옆 사람에게 고개를 돌리면 자신의 길에서 벗어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은퇴자가 주위 사람을 도와 주려고 자신의 은퇴 자산에 손을 대게 되면 그 이후의 살림살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됩니다.

제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 가운데 아직 은퇴하지 않으신 분들은 남들에게 깍쟁이, 구두쇠 소리를 듣더라도 은퇴하기 전에 한 푼이라도 더 모으고 저축하여 은퇴 후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여유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하기를 권해 드립니다.

또 이미 은퇴하신 분들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 전에 스스로의 생활을 좀 더 냉정하게 둘러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과연 내게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냉정하게 하여야 합니다. 남을 돕는 것도 좋은 일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모습이 아름답지 남을 돕다가 자신이 어려워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요즈음 작은 결혼식을 권하는 사회가 되어 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관련기사: 작은 결혼식_93% 만족해요) 크고 멋진 결혼식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있다면 결혼식을 화려하고 성대히 하는 것이 조금도 흠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분수에 넘치는 결혼식입니다. 설사 작은 결혼식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재정적인 능력에 부친다면 더 작은 결혼식, 더 소박한 결혼식을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문득 비행기에서 산소 마스크 착용 요령을 설명하는 문구가 생각 납니다.;

항공기 내부 기압이 떨어지면 산소 마스크는 천장에서 자동으로 떨어집니다. <중략>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승객 자신이) 먼저 마스크를 착용한 다음 도와 주십시오.”

영어로는;

“If you are travelling with a child or someone who requires assistance, secure your mask on first, and then assist the other person.”

승객 자신이 산소 마스크를 먼저 착용하여 호흡을 확보한 다음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또는 어린이 등)에게 도움을 제공하라는 것입니다. 자신부터 살아 남을 (산소를 호흡할) 방도를 확보한 다음 다른 사람을 도와 주어야 합니다.

은퇴자는 더 이상 자산을 늘리거나, 수입을 늘릴 기회와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리고 은퇴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주변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 주는 것보다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