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탄핵- 2017. 3. 17.

jaykim1953 2017. 3. 17. 11:08


지난 주 금요일(3 10)은 가히 역사적인 날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전직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곳에서 전직 대통령을 기다리던 일부 국회의원을 통하여 전달된 메시지로 인하여 사달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몇 마디 되지도 않은 메시지 가운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라는 이야기가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 메시지에 담긴 내용이 얼마나 심오한 의미를 지녔는지는 저 같은 필부(匹夫)야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정치인들은 지금의 헌재 결정이 진실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하여 이는 곧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라는 말도 하였는데, 이 말도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50% 이상, 일부 언론에서는 80%의 국민이 대통령의 탄핵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받아들이고 있고, 이는 곧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국민들은 결코 물러난 대통령을 믿고 성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를 믿고 성원해 주신…’이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국민은 지극히 일부에 불과한 절대 소수의 국민이라는 시각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극소수의 국민에게 감사 드리면서 나머지 절대 다수의 국민과 편가르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이러한 비판들에 수긍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더욱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반박을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상대방을 납득시키면서 자신의 논리에 수긍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더 더욱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의 정치판에서 비슷하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도 서로 자기의 주장을 펴기에만 열중할 뿐 상대방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남들이 하는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의 논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은 투자자 한 사람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단순히 사람의 숫자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투자 금액의 크기에 따라 움직입니다.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1990년대 초반에 제가 일하던 은행에 직장 경력이 3~4년 정도 되는 젊은 사람이 지원을 하였습니다. 제가 그 사람을 인터뷰하며 질문을 하였습니다;

질문: 어느 나라의 재정 적자가 점점 늘어나 이를 충당하려고 국채를 발행하였습니다. 이 나라의 국채 발행이 이 나라 통화의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지원자의 답: 그 나라의 화폐 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재정 적자가 늘어나면 국채 발행이 계속 일어나면서 그 나라 화폐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입니다.

질문: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레이거노믹스를 시작할 때에 미국의 재정 적자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국채 발행 금액도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그 때 세계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고 있나요?

지원자의 답: …..

그 당시 저와 인터뷰를 하였던 지원자는 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하였던 질문의 답을 알려 드리면 당시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세계 제 2차 대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초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높아진 배경에는 미국 달러화 이자율의 상승이 원인을 제공하였습니다. 레이거노믹스를 통하여 재정적자 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고 시장에서는 채권의 공급- , 자금을 빌리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자율이 상승하였습니다. 달러화의 이자율은 한 때 20%를 넘어서는 등 이 또한 세계 제 2차 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러자 전세계의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미국의 국채에 투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의 국채에 투자하기 위하여서는 미국 달러화를 매입하여야 하였으므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급상승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독일 말크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1 달러당 2 마르크를 넘어서고, 일본 옌화에 대하여서도 1 달러당 200 옌을 초과하였습니다.

사실은 이 당시 레이거노믹스를 시행하는 초기에 외환시장에서도 여러 가지 예측이 난무하였습니다. 앞에 예를 들었던 젊은 지원자와 유사한 생각을 하는 시장 참여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유명하였던 헨리 카우프만 (Henry Kaufmann)과 같은 사람도 처음에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를 점치다가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달러 강세가 올 것이라는 예측에 동조하였습니다.

1980년대의 헨리 카우프만은 외환, 자본 시장에서 거의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그의 별명은 Mr. Doom (파멸)이었고, 그렇게 불린 이유는 그가 미국 정부의 재정, 금융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 놓으면 그로 인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시장이 나빠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1980년대 초반 주식시장이 기나긴 어둠에서 벗어난다고 예언한 바로 그 날부터 주식시장이 활황에 돌입한 것은 시장에서의 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전설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러한 헨리 카우프만도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면 즉시 정정하곤 하였습니다. 그는 FED NY의 이코노미스트, 샐로먼 브라더스 (Salomon Brothers)의 매니징 디렉터 (Managing Director)를 역임한 사람입니다. 1970~80년대의 매니징 디렉터는 지금의 매니징 디렉터와는 많이 차이가 나는 매우 비중 있는 자리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하려는 노력보다는 우리 편과 상대방을 갈라 놓는 편 가르기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두 집단이 아무런 대화 또는 토론을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과 논리를 설명하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과 논리를 들어보고 생각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하여 불통(不通)이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들이 생각하는 논리를 따라가 보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여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만, 그것은 이상(理想)일뿐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 속담에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생각은 그만 접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집어내고 욕하느라 목에 핏대를 세우기 보다는 스스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에는 부족함이 없는지 살펴보는 풍토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