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역지사지(易地思之) - 2017. 3. 10.

jaykim1953 2017. 3. 10. 09:42


한자 고사성어 가운데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의 처지와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본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서는 쉽게 합리화하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비슷한 일은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요즈음 하는 우스개 말로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03년 경남지역 천성산에 경부 고속철도의 터널을 뚫으면 환경에 영향을 준다며 극렬한 반대를 하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소위 도롱뇽고소 사건입니다. (관련기사: 천성산_지율-단식) 천성산에 터널이 뚫리면 습지가 없어지고 도롱뇽의 서식지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롱뇽을 원고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결과는 패소하였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동롱뇽이냐 터널이냐) 이런 사태를 바라보던 일부 비판론자들은 우리나라 산에서 환경파괴를 시작한 사람들은 바로 불교 신자와 중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절들이 산 속에 들어가 있으면서 주변의 숲을 훼손하고, 산 속에서 기거하면서 생활 쓰레기와 오물 등을 제대로 된 처리 시설도 없이 산 속에 버렸었다는 것입니다. 산 속의 다람쥐를 위시하여 작은 동물들은 물론 심지어는 호랑이와 곰까지도 벌목, 절에서 태우는 장작 연기와 각종 생활 쓰레기로 인하여 그들의 삶의 터전을 뺏겼다는 것입니다. 신라시대부터 우리나라의 산을 훼손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불교라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불교 신자인 중이 환경보호의 선봉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그야말로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2008년 미국 텍사스 주의 마운트 버논 (Mt. Vernon)이라는 도시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 (관련기사: 2008/07/01/texas-bar-sues-church) 드러몬즈 (Drummond’s)라는 술집 (; bar)이 영업이 잘 되어서 증축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인근에 있던 한 침례교회에서 이 도시에 이러한 유흥업소가 성업하는 것을 개탄하였습니다. 증축을 허가하지 말 것을 행정관서에 청원도 하고 예배 시간에 기도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증축 개업을 눈 앞에 두고 드러몬즈 바가 들어 있는 건물에 번개가 내리치면서 그만 불이 나고 말았습니다. 술집이 문을 여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교회 신도들은 하나님이 술집을 심판하셨다며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나 술집 주인이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신도들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술집 주인은 신도들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하여서 불이 났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 반면 신도들의 입장은; 술집이 번창하지 않게 되기를 그들이 기도한 것은 맞지만 그들의 기도가 술집에 불이 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재판관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교회 밖에서는 기도의 능력을 믿는데, 교회 안에서는 신도들이 자신들이 한 기도의 능력을 부인하는 현실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 이웃 나라 중국이 우리나라에 사드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와 관련하여 경제 보복을 취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사드 보복) 이러한 보복 조치는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경제 기조에 역행하는 처사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세계 무역 기구 (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사드 보복 WTO 심판대)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지난 1월에 열린 스위스의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자유무역에 앞장서서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강변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시진핑-중국시장_다보스포럼) 시진핑 주석은 그 때 마침 갓 취임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듯한 발언을 강하게 하자 이에 대항하여 자유무역을 주창하였던 것입니다.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듯한 미국을 향하여서는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한국에 대하여서는 경제 보복의 칼을 꺼내 들어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듯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제 상황을 평가하면서 자주 일본과 중국의 사이에 끼어서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을 합니다. 기술과 품질에서는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나 상대적으로 열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싼 인건비를 앞 세운 중국에 뒤쳐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의 경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현실입니다. 혹자는 중국의 발전속도에 견주어 보건대 그들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중국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세계 최대 시장입니다. 14억에 육박하는 인구는 전 세계 인구 73~4억의 약 20%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해외로 나가 있는 중국 화교 (華僑, Overseas Chinese)의 숫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 관념은 탁월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 2. 1. 참조) 그리고 중국의 금융시장 성장세도 괄목할 만 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6. 12. 16. 참조) 많은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으로서 중국의 성장 잠재력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부럽기도 하면서 제대로 대응하여야만 경쟁력을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이라는 시장뿐 아니라 그 시장을 대상으로 생산기지로서의 중국도 함께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편 일본은 비록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자리는 중국에게 물려 줬다고 하나 아직도 경쟁력에 있어서는 중국에 조금도 밀리지 않으며 오히려 질적으로 앞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냉소적인 비판가들이 우리나라만 유독 일본을 우습게 보고 그들의 기술과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일본을 특별히 무서워할 이유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우리보다 많은 면에서 앞서 있음을 인정하여야 합니다.

일본은 세계 제 2차대전 중에 이미 항공모함을 제작, 보유하였던 나라입니다. 전쟁에 지고 나서 모두 폐기하였으나 한 때는 20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할 정도로 선진 조선 기술을 갖춘,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앞서 있는 나라입니다. (아래 표: 각 국가별 항공모함 보유 기록)

Number of aircraft carriers by operating nation

Country

In service

In reserve

Decommissioned

Under construction

Never completed

Total

Argentina Argentina

0

0

2

0

0

2

Australia Australia

0

0

3

0

0

3

Brazil Brazil

0

0

2

0

0

2

Canada Canada

0

0

5

0

0

5

China China

1

0

0

1

0

2

France France

1

0

7

0

7

8

Germany Germany

0

0

0

0

8

0

India India

1

0

2

1

0

4

Italy Italy

2

0

0

0

2

2

Japan Japan

0

0

20

0

4

20

Netherlands Netherlands

0

0

2

0

0

2

Russia Russia

1

0

6

1

2

7

Spain Spain

1

1

1

0

1

3

Turkey Turkey

0

0

0

1

0

1

Thailand Thailand

1

0

0

0

0

1

United Kingdom United Kingdom

0

0

40

2

12

42

United States United States

10

1

56

2

12

69

Total

18

2

145

8

48

173

(자료 출저: 위키디피아)

 

그리고 일본은 1940년에 미쯔비시 중공업에서 제로기 (Zero )라는 비행기를 제조하여 2차 대전 중 실전에 사용하였던 나라입니다. 그들이 가진 기술과 능력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경쟁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앞서 있을 수 있습니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가 이루어 놓은 작은 것들에 자만하여서는 안되겠습니다또 우리의 처지를 비관만 하여서도 안 되겠습니다남을 탓하기 전에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고남을 흉보기 전에 우리의 옷깃을 여미면서 각오를 단단히 하여야겠습니다.우리의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또한 사회적인 분열상으로 보나….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여서도 안 되겠고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여서도 안 되겠습니다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누구와도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자기주장, 자신의 생각과 의견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치열하게 투쟁하는 모습들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역지사지의 자세로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집착하지 말고  다른 이들의 의견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면 좋을 것입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고 건설적인 화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면 좋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역지사지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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