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거짓말- 2017. 3. 3.

jaykim1953 2017. 3. 3. 09:51


예전에 TV에서 일요일 저녁에 군인들을 대상으로 노래와 춤 등의 위문 공연을 방송하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는 주로 지방에 거주하고 계시던 어머니를 한 분 모시고 나와서 장병들과 공개적으로 만나게 하여 주었습니다. 먼저 어머니의 실루엣을 보여주고 음성만을 들려 줍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계신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장병은 앞으로 나오라고 합니다. 사회자는 앞으로 나온 장병들에게 뒤에 계신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가 맞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거의 모든 장병들은 저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답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은 어느 장병이 나와서 뒤에 계신 어머니는 저희 어머니가 아니십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사회자가 그런데 왜 나오셨나요?’라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 때 그 장병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십니다. 이 곳까지 오실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불편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TV에 제 모습이 나가는 것을 저희 어머니께서 보실 수 있도록 제가 이 앞에 나왔습니다.’

이 말을 듣고 그 곳에 모인 장병들은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자신의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여서 거동을 잘못하므로 그 곳까지 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건강하게 잘 있다는 모습을 TV를 통하여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에 저도 마음이 짠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병사는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뛰어 나왔던 것입니다. 이런 거짓말을 우리는 하얀 거짓말이라고도 합니다.

하얀 거짓말이란 거짓말이긴 한데 악의 없이 좋은 의미에서 하는 거짓말을 의미합니다. 영어 사전에서 white lie를 찾아 보면 ‘a harmless or trivial lie, especially one told to avoid hurting someone's feelings’ 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소한 거짓말, 특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를 말합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듣는 거짓말 가운데 ‘5의 거짓말이 있습니다.

먼저 여자가 하는 ‘5의 거짓말입니다. 외출 준비를 하는 중에 남편이 빨리 준비를 마치라고 독촉하면 여자들은 흔히 ‘5분만 기다려요.’ 라고 말합니다.

남자들이 하는 ‘5의 거짓말입니다. 밤 늦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 부인이 전화를 겁니다. 집에 언제 들어오느냐고 묻습니다. 남편의 대답은, ‘, 집 앞인데 5분만 있으면 들어가요.’

위의 두 가지 예는 그저 우스개 소리로 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로 5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대방에게는 ‘5분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가지고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나무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외국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5의 거짓말 가운데 식당에서 하는 5분의 거짓말도 있습니다. 식당 지배인이 기다리는 손님에게 ‘5분만 있으면 테이블이 준비됩니다.’ (Table will be ready in 5 minutes.)라는 말은 거의 고전에 가까운 하얀 거짓말입니다. 아예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듯이 이야기한다면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준비는 되지만 실제 가능한 시간을 이야기하면 손님이 떠나버릴까 봐 준비 시간을 조금 줄여서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하얀 거짓말은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용서하고 넘어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분야도 있습니다. 금융산업에서는 고객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진실을 왜곡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 분야에서는 거짓말은 하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을 강구하였습니다. 금융기관이 전하고 싶은 내용을 큰 글씨로 앞세우고, 그에 수반되는 내용은 상대적으로 작은 글씨로 뒤에 붙여 놓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의 어느 은행이 자기 은행의 신용카드 프로모션에 대한 광고를 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50,000 bonus miles

after you spend $3,000 on purchases in the first 3 months from account opening.

Earn 5,000 bonus miles after you add the first authorized user and make your first purchase in the first 3 months from account opening. This product is available to you if you do not have this card and have not received a new cardmember bonus for this card in the past 24 months.

(관련 url: chase.com/credit-cards/mileageplus)

 

이 광고 문구를 보면 5만 마일의 보너스 마일을 받는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뜨입니다.  그런데 5만 마일의 보너스를 받으려면 신용 카드를 개설하고 첫 3개월 동안에 $3천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사용하여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조건은 기존 카드 멤버에게는 적용이 안 되고, 최근 24개월 동안 신규 카드 혜택을 받은 적이 없어야 가능합니다.

이런 내용을 모두 같은 크기의 글씨로 써 놓는 것이 아닙니다. 은행에서 고객에게 알리고자 하는 내용은 크게 쓰고, 제약 사항은 작은 글씨로 써 놓았습니다. 이런 광고는 거짓 말은 아닙니다. 다만 소비자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게 표시하였다는 것뿐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작은 글씨로 쓴 내용을 잘 보지 않고 5만 마일의 보너스를 기대하고 신용카드를 개설하였다가 보너스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은행에서는 이미 소비자에게 고지를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착각 또는 무지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의 사진을 보면 이 할머니는 컴퓨터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가 메일이 왔다고 하여서 문 앞에 우편물함에 오늘만 10번도 넘게 나가 보았는데 아무 것도 온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할머니는 컴퓨터가 이야기하는 메일이 이메일이라는 것만 알아도 컴퓨터 탓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주변에서 하얀 거짓말하는 것을 보시면 웃으면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내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가신다면 컴퓨터가 메일이 왔다고 한다는 할머니를 기억하시면서 혹시라도 오해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