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서부터 보험업계에서는 인슈테크 (insu-tech; insurance 와 technology의 합성어)라는 단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하는 보험업계의 새로운 기술로서 떠오르는 인슈테크를 국내에도 도입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mk.co.kr/2017/2/12_인슈테크)
구태여 4차 산업혁명을 일컫지 않아도 이와 같은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근원적인 분석을 해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산업의 변화는 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를 기반으로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IT 산업과 통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산업 전반이 이렇게 빠른 성장과 변화를 보이고 있으나 유독 금융 분야만은 4차 산업혁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핀텍 (fin-tech; financial technology)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지도 이미 10년이 지났습니다. ATM을 온라인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핀텍의 하나로 본다면 핀텍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 앉아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핀텍은 아직도 우리의 일상생활 금융산업에 깊고 넓게 뿌리 박지 못하였습니다. 아직도 부분적이고 한정적인 적용의 사례를 보여줄 뿐입니다. 10년 전 처음으로 핀텍이라는 용어가 소개될 때에는 조만간 금융 산업에 무엇인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거나 기존의 금융기관들이 핀텍이라는 기술을 통하여 상호 경계가 무너지거나 혹은 인접 금융기관과 시너지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뚜렷이 이렇다 할 만한 핀텍의 결과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슈테크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sedaily.com/2017/3/26_인슈테크) 이 기사의 내용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보험 시장이 모두 저성장의 늪에 빠진 가운데 저금리가 장기화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추가 성장은커녕 오히려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금융선진국에서는 보험시장 자체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 창출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비 절감을 통한 수익 증대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보험 상품의 개발, 관리 등에 인슈테크를 적용하게 되면 기존에 사람의 손으로 하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일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한 잇점을 살리려면 자연스럽게 인슈테크 쪽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금융분야는 그 동안 가장 보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보험업종이 더욱 보수적이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제는 변화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인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보험업은 한 동안 ‘인지업’이라고까지 불렸습니다. 인지업이란- 사람 인(人)자와 종이 지(紙)자를 써서 사람과 종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업종이라는 자조적인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사람과 종이만으로는 보험업을 영위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보험 모집인을 동원하여 계약고를 늘려 나가는 것도 이제는 정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험 모집인들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너무 커졌습니다. 보험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당도 보험료를 올리는 요인이 되어 가격 경쟁력에서 보험 모집인을 거치지 않는 직접 거래- 예를 들어 온라인 보험- 등에 비하여 열세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도 보험회사마다 제각기 온라인 영업을 시도하였으나 초기에는 보험 영업 인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보험 영업에 종사하는 판매 인력의 입장에서는 온라인 영업이라는 경쟁자가 나타난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온라인 영업을 하게 되면 보험영업 인력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으므로 보험 계약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보험 영업 인력으로부터의 저항을 키웠습니다.
1990년대 초 온라인 보험영업이 태동하던 초기에는 보험영업 인력의 입김이 워낙 세서 감히 그들의 저항을 뚫고 온라인 영업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습니다. 그 당시 또 한 가지 어려움으로는 온라인 보험 가입은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상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아직 경제적인 기반이 취약하여 고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그 반면 고액의 보험에 가입하는 노년층은 반대로 컴퓨터를 다루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 보험 영업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습니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요즈음에는 온라인 보험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사도 몇몇 생겨났습니다. 초창기에 컴퓨터는 익숙하였으나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였던 세대는 이제 세월이 흘러 경제적인 여유를 갖추었고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 보험 영업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보험 영업 분야에 IT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20여 년 전에 처음으로 시도 되었습니다. 이제는 보험 영업 분야뿐 아니라 언더라이팅 (underwriting 보험 계약 인수) 계약관리, 손해사정, 보험료 산출, 보험금 지급 등의 업무도 AI에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biz.chosun.com/2017/3/27_AI로 보험인력 대체) AI의 장점은 입력한 조건에 맞는 사례에서는 깜빡 잊고 적용을 안 한다거나, 실수로 빼먹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약점으로는 각각의 사례에 따른 상황 판단과 적절한 적용 정도의 조정 등에는 인간적인 감성적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인슈테크가 상대하는 소비자는 인간인데 소비자를 인간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따른 어려움도 따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AI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미쳐 고려하지 못한, 또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사례에서는 AI는 전혀 응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융통성도 보일 수가 없습니다. 비록 딥 러닝 (deep learning)을 통하여 엄청만 양의 케이스를 학습하고 숙지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AI 이지만, 미쳐 학습하지 못한, 또는 프로그램이 미쳐 카버하지 못한 사례를 만나게 되면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산업의 발전 방향은 이미 AI가 대세입니다. 이를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AI의 완성도가 완벽하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량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것은 아직 완벽한 자율주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sbs.co.kr_2017/3/26_우버자율주행차 충돌사고) 보수적인 금융산업, 그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보수성향이 강한 보험산업 분야도 이제는 AI를 도입할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AI의 완성도가 떨어질 뿐 AI를 이용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인슈테크에 좀더 눈을 뜨고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도록 하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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